[웹툰 <에이리언 아이돌>(2017), 지애] 외계인과 아이돌의 퀴어한 조우: 당근 > 전지적 퀴어시점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지적 퀴어시점

[웹툰 <에이리언 아이돌>(2017), 지애] 외계인과 아이돌의 퀴어한 조우: 당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댓글 0건 작성일 2026-05-07 15:01

본문

84a77e61b1dd23ce2e282312cfe377ac_1778132567_4538.png


웹툰 <에이리언 아이돌>(2017), 지애.


#에이리언아이돌 #XLOV #네가여자건외계인이건이젠상관안해 #트랜스젠더퀴어 #트랜스여성 #여성서사 #여주물 #아이돌물





퀴어. 외계인. 아이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나는 한창 퀴어물에 목말라 있었고 SF에 빠져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땐 작품 수가 적었으니 간절함이 달랐다. 또 인생의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늘 아이돌 덕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무려 퀴어. 외계인. 아이돌.이 주인공인 <에이리언 아이돌>은 나에겐 취향 저격일 수밖에 없었다.

<에이리언 아이돌>은 지애 작가의 작품으로, 2017년에 저스툰이라는 신생 플랫폼에서 연재된 웹툰이다.1) 주인공 라이를 포함한 외계인 등장인물들이 고향 행성 라마가 습격당하는 바람에 급하게 지구로 탈출하고, 그러다 어찌저찌 연예기획사 대표 눈에 들어 보이그룹 에이아이로 데뷔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이리언 아이돌>은 당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2026년 현재에는 아이돌물이 상당히 메이저가 되었지만 2017년이면 시기상으로 아이돌물이 유행하기 한참 전이었는데, 초기 아이돌물로서 아이돌의 삶 및 아이돌과 팬의 관계, 아이돌 문화를 현실적이고 다양한 연출로 보여주며 신선함을 제공했다.

또한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의 맥락과 맞물려 성차별과 성폭력, 성별이분법, 성지향성과 성정체성 등과 관련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도 했다. 삼각관계(폴리아모리) 로맨스도 작품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었다. 이에 여러 플랫폼에 수출되어 2026년 5월 현재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에서 볼 수 있고 단행본은 2권까지 발행되었다.2)

작품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주인공 라이가 트랜스젠더퀴어(트랜스여성)로 해석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진 ‘외계인’이며 ‘아이돌’이라는 설정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2026년 현재 커밍아웃하는 아이돌이 하나 둘 늘어나고, 젠더리스 아이돌 XLOV가 데뷔 후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에이리언 아이돌>을 읽기 좋은 시점이다!






1. 퀴어 외계인 라이





84a77e61b1dd23ce2e282312cfe377ac_1778132904_372.jpg
 

라이의 모습

(지애, 『에이리언 아이돌 1』, 위즈덤하우스, 2019의 표지 이미지)




라이는 왜 우리에게 외계인의 모습으로 와야 했을까?


라이는 SF적 상상력을 통해 성차별이 없는 라마와 같은 세계에서도 트랜스젠더퀴어는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라마인들의 신체 형태에는 크게 여성체, 남성체, 성 미분화 병존체3)가 있다. 라이는 여성 정체성을 가진 성 미분화 병존체이다.

인구의 1/3이 라이처럼 성 미분화 병존체로 태어나는 만큼, 라마의 성에 대한 관념은 지구와는 다르다. 게다가 기술적, 사회적으로 지구보다 200년 정도 진보한 문명이기 때문에 성역할, 성 고정관념이 없고 성별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없다는 설정이다.

지구에서 라이는 ‘남성 패싱되는 여성’이고, 보이그룹으로서 사회적으로도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으므로, (클로짓) 트랜스여성 캐릭터로도 해석될 수 있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라이는 ‘성 확정화’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과, 다른 사람에게 본인이 여성임을 밝힐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시스젠더 독자는 성별정체성에 관련한 라이의 내적 갈등을 따라가며 트랜스여성의 입장 및 고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나는 화 중 하나가 29화이다. 걸그룹 라즈베리의 멤버 하연에게 고백을 받으며 “라이 씨 같은 남자는 처음이다”라는 말을 들은 라이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하연의 고백으로 라이는 자신이 지구에서 남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연애 상대로서나 아이돌로서나 다른 사람들이 갖는 호감은 라이가 남성이라는 전제 위에 생겨난 것임을 실감한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여성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하던 연인을 그리워한다.

36화에서는 라이의 성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라이는 최초의 기억부터 자신이 여성이라고 인식했다.4) 라이는 이를 아기 시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의 모습이 모방 대상으로서 강렬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라이는 격투기 선수인 어머니의 강함을 닮고 싶어 했고, 여성이 아닌 다른 성들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머니처럼 여성체를 가진 여성으로서 강해지고 싶어한다.

같은 화에서, 다른 여성 캐릭터들이 여성 정체성을 갖게 된 과정 또한 제시된다. 성 미분화 병존체로 태어나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여러 경험 끝에 정체화한 캐릭터도 있고, 여성 분화체로 태어나 그저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으로 살고 있는 캐릭터도 있다.

이렇게 <에이리언 아이돌>은 트랜스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특정 성에게만 허용되는 것을 하고 싶어서’(‘치마를 입고 싶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에 반론을 제기하며, 트랜스 정체성이 신체에 대한 감각, 사적 경험과 역사,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등이 복잡하게 얽혀 형성되는 것임을(그래서 뚜렷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어렵고 어쩌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신체를 가질 수 있는 성 미분화 병존체라는 설정을 통해, 트랜스 정체성이 ‘몸과 정신의 불화’라는 차원에 한정되지 않고 개인이 사회와 어떤 모습으로 관계를 맺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짚어낸다.

그러니까 라이는 시스젠더 인간들에게 트랜스 정체성을 설득하기 위해 디자인된 캐릭터다. 여기서 비퀴어-지구인(-팬덤)과 퀴어-외계인(-아이돌)의 대비가 만들어진다. 라이는 어쨌든 우리와 낯선 외계인의 모습으로 조우했고,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고발하는 렌즈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라이는 지구인과 동일시될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이 틈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경계 짓기는 사실 경계가 모호할 때 필요한 일이다. 최근 주로 여성 집단에서 트랜스여성에게 가해지는 ‘여성의 공포에 이해하고 공감하라’, ‘여성의 공간을 존중하라’, ‘자기표현과 성 정체성을 결부짓지 마라’는 요구들은, 트랜스여성에게 페미니스트/여성으로서의 연대를 요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영원히 여성 외집단에 위치할 것을 확실히 하고 싶어 하는 데에서, 배제의 맥락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이는 애초에 여성 내집단에 들어올 수 없는 존재다. 성별 개념은 사회에 많이 의존하는데, 독자가 볼 때 라이는 지구 여성의 당사자성도, 지구 트랜스여성의 당사자성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는 비교적 덜 공격받으며 안전하게 트랜스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라이의 정체성은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독자에게만 트랜스젠더퀴어에 대한 은유로서 유효하고, 그렇지 않은 독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아, 그런 설정?’으로만 받아들여 현실의 트랜스젠더퀴어에게까지 공감이 확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조금 있다.






2. 퀴어 아이돌 라이



라이는 왜 우리에게 아이돌의 모습으로 와야 했을까?


아이돌은 ‘이상적인 여성상’과 ‘이상적인 남성상’을 제시함으로써 여성성과 남성성을 상품화한다. 이에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차이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보다 크다. 일반 기업에서 채용을 할 때 여성 부문과 남성 부문을 나눠놓고 채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최소한 대놓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와 같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너무나 당연하게 성별을 분리하여 진행된다. 아이돌의 성별은 중요한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성 관련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의 의도에 기반하여 생각해 보았을 때 주인공을 아이돌로 설정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 여성인 라이가 ‘보이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의 끊임없는 충돌을 경험하는 과정을 더 자세히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라이가 속한 그룹 에이아이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 중 하나는 18-19화에서 전원 여장(스타일링 체인지)을 한 무대영상이 바이럴을 탄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팬미팅 중에 게임에서 진 팀이 벌칙으로 여장을 하기로 했는데, 전통적인 예능에서처럼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게 여장을 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라이가 반기를 들어 “할 거면 다 같이 제대로 하자”고 제안하고 정말 다같이 스타일을 페미닌하게 바꿔서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이것이 화제가 되어 에이아이는 큰 관심을 얻고 일회성으로 시작한 콘셉트를 쭉 가져가게 된다.

성별에 있어 보여지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의 실루엣만 보고도 우리는 그 사람의 성별을 판단해 낸다.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의 경우 더 중요하다. 남돌과 여돌의 의상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를 해체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특히 남자 아이돌이 여성복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근래 사회적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 자체가 흐려지면서 남자 아이돌이 치마를 입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고는 있다. 하지만 진지한 콘셉트를 가지고 멤버 전체가 ‘여성적 꾸밈’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의 일상 수준에서도 시스젠더 여성이 남성복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스젠더 남성이 여성복을 입고 다니는 것은 난이도가 매우 차이 난다. 당연히 성차별적인 사회이기 때문이고, 더하여 의복 선택에 있어 실용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여성들도 편한 옷을 찾게 된 지금에 와서는 남성복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제 의복은 거의 젠더프리 의복과 여성 전용 의복으로 나눠지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복장으로 여성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어떤 추가적인 선택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때 여성이 ‘여성 되기’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거나 권장되지만 남성이 ‘여성 되기’를 선택하는 경우 곧바로 수많은 의문에 노출된다. 시스젠더 여성은 젠더프리 의복과 여성전용 의복 중에서 선택하면 되고 무엇을 선택해도 자신의 성별과 모순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반면 시스젠더 남성은 여성 전용 의복을 선택하기가 엄청 어렵다. 그건... 여성 전용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에이아이의 스타일링 체인지는 작품 내 대중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그룹이 현실세계에도 등장했는데, 바로 젠더리스 아이돌 XLOV이다.



84a77e61b1dd23ce2e282312cfe377ac_1778133196_0482.jpg

XLOV

(XLOV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에 게시된 컨셉 화보)5)




XLOV는 2025년 1월 7일 데뷔한 댄스팝 그룹으로 <1&ONLY>, <RIZZ>, <Biii:-P> 등의 곡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리더 우무티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멤버들을 모았고, 스스로 프로듀싱을 주도하는 자체 제작 아이돌이기도 하다. XLOV는 젠더리스/젠더프리 아이돌을 표방하면서, “롱팁 네일, 비녀, 튀튀 스커트와 같은 (‘여성 전용’ 영역에 있는)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링”으로 “체면치레처럼 남아 있던 보이그룹 젠더 규범의 마지노선에 X표를 치”며 “보이그룹이 으레 넘어가지 않던 ‘중성적’인 회색지대를 껑충 넘어”간다.6) 에이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아이돌은 항상 퀴어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케이팝 콘텐츠와 팬덤 문화는 젠더 규범을 실험하고 또 가지고 놀았다.7) 이러한 케이팝의 퀴어함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퀴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퀴어 팬덤을 형성하면서도 퀴어 존재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피하고 숨겨왔다는 것이다. 아이돌 콘텐츠에서 퀴어는 팬들의 해석이 없으면 거의 존재할 수 없었다. 퀴어 인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퀴어로 커밍아웃하는 아이돌은 최근까지 매우 드물었다. 이에 케이팝의 퀴어 재현이 퀴어베이팅에 머무른다는 비판도 꾸준히 있어 왔다.

<에이리언 아이돌>에서도 에이아이가 브로맨스 콘셉트로 화보를 찍고 멤버 간 커플링을 셀링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면서도 막상 멤버 아이나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하자 기겁을 하고 절대 다른 데 가서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키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이를 지적한 바 있다.

라이의 주도로 에이아이에이아이 챌린지를 시작한다. 위의 스타일링 체인지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에 힘입어, 에이아이가 아이돌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흐름의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참여자가 남성일 경우 화려한 옷+화장+장신구 등의 꾸밈을 하고, 참여자가 여성일 경우 편한 옷+노메이크업으로 꾸밈을 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탈코르셋 운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라이는 이 운동의 의도를 사람들이 모르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쟁적인 주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이돌 활동에 있어 리스크가 생기니 최대한 피하고, 생각을 하게 하기보다는 이미지로 접근해서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이 라이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분명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들 중에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고, XLOV 멤버들이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았지만, XLOV의 젠더리스 내지는 젠더프리 콘셉트가 성별이분법/성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데뷔 후 첫 인터뷰로 홍석천의 유튜브 채널을 선택한 의도 또한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이 퀴어함을 드러냄에 있어서 자꾸 모호하거나 암시적인 길을 택하는 것은 질문을 피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XLOV는 수많은 질문에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아이돌은 사랑받아야 성공하는 직업이다. 에이아이와 XLOV가 이렇게 다른 전략을 취하게 된 것은 에이아이가 데뷔한 2017년과 XLOV가 데뷔한 2025년 사이에 사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XLOV는 이런 포부를 드러낸다 해도, 어쩌면 이런 포부를 드러냈을 때 더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탄생한 그룹인 것이다.





 

3. 네가 여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위 소제목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주인공 최한결이, 남장여자인 여주인공 고은찬이 남자라고 오해한 상태로 호감과 혼란을 느끼다가 키스를 하고 날린 대사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의 패러디다.

전통적인 퀴어 서사에서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퀴어 주인공이 사회 일원으로서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해명을 해야 했다. 이를테면 남자/여자가 좋은 게 아니라 이미 그 사람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남자/여자였던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앞의 대사도 더 충격적인 소재를 가져와서 동성애의 충격을 희석시킨다. 상대가 너무 좋은 나머지 외계인이라도 괜찮다는데 성별이 무슨 상관인가?

<에이리언 아이돌>은 어쩌면 이러한 서사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이미 사랑해버린 남돌이 사실 여자라면 어쩔래?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퀴어 서사가 많아졌고, 첫 만남부터 해명이나 설득 없이 퀴어함을 숨기지 않는 아이돌이 등장했다. 이는 마치 아이돌 장르에서도 퀴어 서사가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라이가 지금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떨까? XG의 코코나가 최근 활동 중 젠더퀴어로 커밍아웃한 바 있다. 이와 함께 XG는 ‘Xtraordinary Girls’에서 ‘Xtraordinary Genes’로 팀명을 변경했다고 한다. 물론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아무튼 코코나는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라이에게 네가 여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끝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XLOV의 리더 우무티는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조금 특이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외계인 같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코코나가 속한 그룹 XG는 아예 외계인 컨셉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자꾸 외계인이랑 엮이는데 이건 우연일까? 하하.

지금 이 순간에도 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을 남자들과 보이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을 여자들 및 젠더퀴어 아이돌들에게 파이팅을 보내 본다. (아, 외계인 아이돌도 화이팅!)








 





1) 2026년 현재 저스툰, 저스툰을 흡수한 코미코 모두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2) <에이리언 아이돌>을 볼 수 있는 채널은 다음과 같다.

     카카오페이지: https://page.kakao.com/content/52518151

     리디북스: https://ridibooks.com/books/3498006446?srsltid=AfmBOoottaI94hU9kJR1J95R7YWz3en7WqDk

     단행본: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34881

3) 성 미분화 병존체는 ‘성 확정화’ 과정을 거치는데,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28세 이후 2차 성징과 같이 이루어지는 자연적 성 확정화를 기다리는 방법(자신이 원하는 성별의 신체 형태를 갖게 되고, 이에 따라 기존의 모습을 유지할 수도 있다), 호르몬 촉진제를 투여하여 이 과정을 앞당기는 방법(18세 이후 투여 가능하여 연령 제한이 있다),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상대와 12일 연속으로 키스 등 타액이 교환되는 신체 접촉을 통해 상대가 원하는 신체의 형태를 갖는 방법이 있다.

4) 24화에서 어린 라이가 라마인의 신체 형태에 관한 성교육을 받으면서 “그러니까 내가 성 미분화 병존체인 거지? 나는 내가 여성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5) https://x.com/XLOV_official/status/1981375062453145600?s=20

6) [결산 2025 : ①올해의 신인 10선], 아이돌로지(https://idology.kr/18023)

7) 관련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는데, 다음 글에도 잘 정리되어 있다. 허윤, 「무대 위의 남성성/들과 케이팝의 이상한(queer) 젠더 수행(performance)」,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웹진 『한류NOW』 63호, 2024.11.22., https://www.archivecenter.net/hallyuresearch/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3317(한류조사연구 아카이브).








CC와 무지개책갈피의 모든 저작물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밴드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무지개책갈피의 모든 저작물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이메일 : rainbowbookmark@hotmail.com   |   트위터 : @rainbowbookm 후원계좌 : 국민은행 061701-04-278263   |   예금주 : 이다현(무지개책갈피)
Copyright © 2018 무지개책갈피.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