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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 비쇼프는 보색을 과감하게 겹쳐 쓰는 색연필화를 통해 아나이스 닌의 혼란스럽고 침울한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스페인 춤을 추는 모습이나 다양한 자세와 구도를 드러내주는 성애 장면 등 역동적인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 보여준다. 오뚝한 코가 강조된 주인공은 충분히 만화적인 이미지인데도 실제 아나이스 닌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어 위화감 없이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파도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판타지적인 분신이 닌의 곁을 맴도는 것도 그래픽노블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나이스 닌의 책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난해하고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가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한 여성 예술가의 삶에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적인 과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업을 무사히 해낸다.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는 내면에 뜨거운 불꽃을 담고 있는 젊은 여성 예술가가 결혼과 가족 제도, 모성 신화, 성적 억압과 가부장주의 같은 다양한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다룬다. 헨리 밀러와의 문학적 교류와 성애적 관계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하지만 사실은 오랜 세월 닌을 사로잡고 있던 아버지의 그늘을 깨닫고 벗어나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무슨 생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 게냐? 창녀도 아니고.” 어린 시절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성장하는 동안 아나이스 닌의 내면에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깊숙이 뿌리박히고, 이후 닌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나는 남자들의 욕망과 환상에 부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허락된 삶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나이스 닌이 구축한 타락하고 거짓된 삶은 그 자신을 지키는 갑옷이나 다름없다. ‘남자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기꺼이 뮤즈가 되어 주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다짐들. “내 거짓말과 화려한 옷은 곧 내 자유다”라는 말에는 남성 중심적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남은 한 여성의 강인한 선언이 담겨 있는 셈이다.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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