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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춤추면서 싸우지
저    자한채윤
장    르 수필/에세이
출판사은행나무
출판연도2023
 ISBN  9791167373182

편집자의 앨라이 도서 추천사 


성소수자 인권활동가가 쓴 에세이로, 성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성소수자가 겪고 있는 차별을 이해하고 이에 맞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이성애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방법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앨라이가 되기 위해서, 혹은 이미 앨라이지만 '앨라이로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위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앨라이 도서전 홈페이지 제공 편집자의 앨라이 도서 추천사, 2026-09-03 15:55]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세상에 맞서다
1997년, 우체부가 던진 하이텔 소식지가 한채윤에게 운명처럼 날아든다. 무심하게 펼쳐본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조그마한 글자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이텔 동성애자 인권모임-또하나의사랑 sg172.’ 평생 여자와 사랑하고 헤어진 것은 자신뿐인 줄 알았던 그는 그날 이후 PC통신 단말기만 붙들고 지내며 세상에는 수많은 성소수자가 있음을, 또한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길로 또하나의사랑 모임의 대표가 되어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90년대는 동성애자라는 말 대신 ‘호모’, ‘변태’, ‘정신병자’ 같은 멸칭이 만연한 시대였다. 남들과, 아니 이성애자와 다른 사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지워버리는 시대였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나 혼자뿐이라며 고립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1998년에 최초의 성소수자 잡지 《버디》를 창간하고 사람들 앞에 커밍아웃하고 나서서 ‘동성애 바로 알기’ 강연을 시작한다. 모두들 ‘시기상조’라며 말렸지만, 한채윤은 오지 않는 ‘적절한 때’를 기다리기보다 늘 지금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2001년부터는 서울퀴어문화축제 기획을 시작해 2015년 서울광장에서의 퀴어퍼레이드를 이뤄내고, 2002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해 성소수자의 역사를 기록하는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없는 상담을 제공하는 ‘별의별상담연구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등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인큐베이팅했으며,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2014년부터는 차별 없는 기부 문화를 만들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앞장서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활동하면서 ‘성소수자의 나이 듦’에 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한채윤의 활동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장해준다는 명언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성별대로 살고 싶다는 트랜스젠더의 선언을,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해로하고 싶다는 동성애자의 외침을 묵살하며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을 지우는 국가와 사회 대신,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성소수자의 삶 모든 순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외치고, 길을 만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날까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하는 건 당신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혐오가 전략이 되고 신념이 폭력이 되는 현실에서, 여전한 사랑으로 오늘을 지키”는 한채윤은 길고 지난한 싸움일수록 웃으면서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없이 혐오 발언을 마주하더라도 그때마다 불끈 분노가 치솟지만, 능청스럽게 다가가 씽긋 웃으며 상대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뒤로 수백 차례 강연을 다닌 한채윤은 자신이 마주한 혐오와 차별의 순간을 들려주며, 우리에게 이에 맞설 웃음과 힘을 준다.
‘동성애를 인정하면 수간이나 근친상간도 인정될까’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수간’과 ‘근친상간’은 이성애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지적하고, ‘동성애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동성애자가 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성애자를 믿으라고, 동성애자가 차별받는 세상임에도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되지 않듯 이성애자가 느닷없이 동성애자가 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되레 이성애자를 격려한다. ‘선언만 하면 성별을 바꿔 준다’는 트랜스젠더 혐오에는 ‘성별이란 애초에 의사, 부모, 국가의 선언일 뿐’이라며 말을 그대로 돌려주기도 한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대부분 ‘이성애(와 시스젠더)를 빼놓고’ 이야기하면서 작동하므로, ‘이성애와 다른 사랑은 모두 동등한 사랑’이라고 관점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소수자는 힘들고 불행할 것이라는 연민 어린 말을 거부하며, 혐오와 편견이 지겨울 정도로 불편할 뿐이라고 되받아친다. 성소수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바꾸어야 할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수많은 ‘당신’들의 인식임을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사랑을 편견 없이 존중할 용기를,
잘못 없는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용기를 글로 전할 수 있다면, 이 지면을 빌려 이 땅의 모든 ‘윤희’와 ‘새봄’에게 용기를 보내고 싶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다른 이의 사랑을 존중할 용기를,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비난하지 않고 바라볼 용기를. _본문 중에서

한채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말한다. 나와는 다른 타인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는 용기를, 잘못 없는 자신의 사랑과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갖자고 강조한다. 우리가 자신의 사랑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타인의 사랑도 소중한 것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이성애와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그리고 무수한 사랑을 ‘성’에 매몰되지 않고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고작 성별쯤은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출판사 리뷰, 2026-09-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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