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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설
저    자이연숙
장    르 단편소설
출판사위즈덤하우스
출판연도2025
 ISBN  9791171717354

“하지만 세상에는 ‘아버지의 어딘가 좀 망가진 자식’도 있는 법이다”
아빠를 죽일까? 죽이지 말까? 아빠를 원망해도 될까? 이대로 용서해버릴까?
상처 입고 망가져도 다시 한번 ‘진격’하는 닉네임 ‘리타’ 이연숙 첫 소설!

텍스트를 분해하고 연결하는 10년 차 비평가이자 예술과 여성, 퀴어와 가난을 소재로 비참한 유머를 선보여온 닉네임 ‘리타’, 문제와 화제의 중심에 놓인 작가 이연숙의 첫 소설 《아빠 소설》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비평가 ‘엘릭’은 1년 전 ‘사람 좋은 편집자’로부터 쓰고 싶은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디어 때가 왔다고, “인생에서 가장 크고 무겁고 오래된 숙변 중 하나”인 아빠에 대해서 쓸 때가 왔다고 직감한다. 그러나 엘릭이 수많은 글을 써온 지난 10년, 이렇게나 ‘아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글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물론 소설을 써본 경험도.
막연히 매기 넬슨의 《블루엣》, 안드레아 롱 추의 《피메일스》 같은 ‘자기 이론’에 가까운 에세이를 쓰겠다고 마음먹지만, 곧 “누구도 첫 페이지부터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줄리아 크리스테바 같은 이름이 등장하는 글 같은 건 읽고 싶지 않을걸”이라는 생각이 엘릭의 손을 멈추게 하고, 사람 좋은 편집자와의 손절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듯하다.
진짜_최종_최종_최종_최종_마감을 사흘 앞두고 엘릭은 ‘진짜’ 소설을 쓰기로 한다.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대상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글의 형식으로. 깜박거리는 커서를 노려보며 엘릭은 깨닫는다. “이렇게까지 쓰고 싶지 않다면 분명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쓰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그런 이유가.”
일기를 엮은 첫 산문집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을 비롯해 이연숙의 글을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그러나 제대로 쓰기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아빠’에 관한 첫 글을 기다렸을 것이다. 소설의 형태로 나타난 것에 의문을 갖거나 《아빠 소설》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하는 독자도 있을 테다. 의심과 의문은 여성과 퀴어를 비롯한 소수자들과 지겹도록 함께해왔다. 《아빠 소설》은 익숙한 불신과 의구를 노련하게 피하는 대신 자신이 놓인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구덩이 같은 곳”으로 독자들을 데려온다. “정체성이라는 건 연애 상대의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걸-그렇게 ‘퀴어 이론’을 읽었는데도-” 남자 친구 ‘푸고’를 만나고서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엘릭처럼, 독자들은 《아빠 소설》을 만나는 ‘사건’ 뒤에 제대로 물을 수 있게 된다. ‘진짜’ 소설이란 무엇인가? 엘릭의 아빠는 어린 엘릭에게 이렇게 말한다. “뭐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로 책에서 답을 찾아야 돼.” 책은 엘릭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냥, 받아들여…….”
이연숙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곧 ‘이쪽’도 ‘저쪽’도 비웃으며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머무른다. 그간 이연숙의 글이 페미니스트의 얼굴을 점점 딱딱하게 굳게 만든 이유다. 《아빠 소설》 속 엘릭의 얼굴도 좀처럼 펴지지 않고, 엘릭은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아빠를 죽일지 죽이지 말지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아빠를 원망하고 동시에 연민하며 아빠가 자신을 “망쳐놓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그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라는 책의 가르침을 곧바로 따르지 못한다. 그래서 엘릭은 저항하기 위해 한껏 노력하고, 결국엔 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은 애초부터 저항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저항하고자 했기 때문에 비로소 “그냥, 받아들”임이 가능해진다. 불명쾌의 명쾌함,《아빠 소설》과 이연숙이 우리를 데려다놓는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구덩이 같은 곳”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아동 학대가 문제적인 이유가 아동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사랑을 성인이 착취하는 데에 있다고 봤다. 아동은 가까운 성인이 아무리 쓰레기여도 어떻게든 사랑할 구석을 찾아낸다.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아동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배신한 건, 주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 내 사랑은 남용당했다. 나는 상처 입었다._ 〈작가의 말〉 중에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출판사 서평 일부 2026-02-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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