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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가는 여름 ― <여름, 스피드>의 저자 김봉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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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작성일 18-07-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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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여름, 스피드>

문학동네, 2018

 

 

 

  꼬박 일 년 반을 기다린 책이 나왔다. 여름의 초입에 나온 <여름, 스피드>. 여름에 <여름, 스피드> 저자를 만나는데 ‘아무 장소’는 용납이 안 된다. 포털사이트를 뒤졌다. 바이럴 광고의 더미에서 카페 하나를 찾아냈다. 식물원인 양 초록이 많은 카페라고 했다. 약속 장소를 확정했다. 나는 <여름, 스피드>에 대한 여름, 스피드적 감상을 여름의 초록 사이에서 전하고 싶었다. 이토록 빤한 사고를 가지고, 그토록 빤하지 않은 소설의 작가를 만났다. 다행히 작가의 첫마디는 성공적이었다. “카페 예쁘네요.”

  덧붙이자면 이 글은 바이럴 광고가 아니다. 내가 홍보하고 싶은 것은 초록의 카페가 아니라, 어떤 색깔 하나로도 설명할 수 없는 김봉곤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다. 어라, 아무래도 광고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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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스피드>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뜨겁나? (웃음) 감사하다.

  출간이 얼마 안 되어 들떠있는 상태라서 감상을 감상할 정도는 아니다. 책을 낸 것에 대해서는 실감이 난다. 내 작품에 대한 부끄러움은 있지만, 이미 지나간 한 시기를 묶은 느낌이기 때문에 한 걸음 떨어져 있다. 혹여 공격을 받더라도 예전의 나와 내 글에 대한 공격이기에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에도 비슷한 말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첫인사가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이 내겐 한 시절과의 작별 인사인 것만 같다.” 애독자로서는 시원섭섭했달까.

 

  지나간 것이라고 해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일종의 타임라인을 만든 것뿐. <라스트 러브 송>을 쓰면서 한 시기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쓸 때의 나는 변화가 없더라. 여전히 써지는 대로 써진다.(웃음) 다만 변화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앞으로 조금씩 가시화될 거다.

 

 

  등단작 <Auto>가 가장 마지막에 실렸다. 순서는 작가님이 정하셨는지.

 

  편집부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원래 나는 발표 순서대로 싣고 싶었는데 나의 책이 나의 것만은 아니지 않나. 나를 처음 만나는 독자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순서를 바꾸게 됐다. 등단작이 마지막에 실리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Auto>의 2부가 여름으로 끝나기도 한다. 참고로 <Auto> 이외의 세부적인 순서는 내가 정한 것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단짠단짠'의 풍미를 주려 했달까.

 

 

  에세이적 글쓰기라는 형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Auto에서는 메타픽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나는 명백하게 나이지만 나는 나와 관계없다, 는 아슬아슬하고 은밀한 줄타기가 나는 아주 좋았다."(226-227쪽)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 형식에 끌린 이유가 있는지?

 

  에세이적 소설은 내 글의 전반적인 기조라 할 수 있겠다. <Auto>에서 가장 강하고 다른 글에서 조금씩 변주를 해나갔다.

  작가라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나의 경우 글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영향을 준 소설가들—아니 에르노, 이인성, 필립 로스—에게서 끌어온 것이다. 특히 나의 정체성으로 인해, 픽션이 덜 가미되고 나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간 형식에 끌렸다.

 

 

  쓸 때에 형식을 많이 신경 쓰는지?

  더 이상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려 한다. 사실상 마감에 쫓기며 글을 쓰기 때문에(웃음) 형식을 의식하며 실험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 나는 지난 몇 달간의 기억을 되살리며 글을 쓸 것이다. 이제 와서 그들처럼 쓸 수는 없었지만, 그들처럼 아름답고 싶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서는 왜 배길 수 없는 것인지, 무언의 안온함을 왜 견딜 수 없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말할 것이다. 도리 없이 지체 없이. 내가 가진 모든 패를 다 보여주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다. 그건 페어한 게임도 나의 방식도 아니었다. 부디 나보다 나의 글이 더 진실할 수 있기를. 그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더 그럴 수 있는 기분이 되었다. "

/ 컬리지 포크 49쪽

 

 

  '사랑 소설' '연애 소설'이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사랑 소설, 연애 소설을 좋아한다. 사랑 소설이라는 평이 작품을 폄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고 싶다’는 마음이 나에게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를 알고 싶고, 다시 알고 싶고, 나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마음. 그래서일까.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된다.

 

 

  알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인지 은폐와 은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맞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소설 곳곳에 게이 컬쳐가 생동감 넘치게 담겨 있다. 동시대 퀴어 씬을 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은 있으신지. 편견 없고 사실적인 퀴어 씬 이야기가 국내 문학에는 거의 없지 않았나.

 

  동의한다. 그래서 처음 글을 쓸 때에는 아카이브로서의 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하나의 동력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모든 기록이 좋은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내가 겪은 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욕망은 분명히 있다. 나 역시 지금 남겨진 과거의 흔적들을 즐겁게 향유하는 편이라, 훗날의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즐거워한다면 기쁠 것이다. 지금의 게이 씬을 내 손으로 남겨야겠다는 거창한 목표 같은 것은 없다.

 

 

  <여름, 스피드>의 작품들을 비롯, 최근 드러난 여러 퀴어 작가들이 퀴어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타자 주류’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별로 원망하지 않고, 퀴어‘라서’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자로서도 반가운 변화다.

 

  새로운 경향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웃음) 내가 실제로 큰 불화 없이 사회에 섞여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쓴 것이다. 게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이후에 직접 연출한 영화로도 커밍아웃을 했고 주위 사람들과 회사 분들도 알고 있다. 매끄럽기만 한 건 아니지만 개개인 모두가 느낄 만한 정도랄까. 그렇게 퀴어로서 행복하고 박복한 순간들이 쌓여가면서 나를, 나의 글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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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단시 '전 세계 모든 LGBT 친구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냅니다.'라고 커밍아웃했다. 약간 애매한 커밍아웃이긴 했는데(웃음)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나름 문학적인 커밍아웃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언어의 막을 한 겹 덧씌운 것이랄까. 초면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게이입니다.’ 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웃음)

 

 

  그래서인지 독자들 중에는 퀴어 작가임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커밍아웃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작가로서도 실감한다. 관심이 없다면 평생 말해도 모른다. 퀴어 작가가 매번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말할 뿐이다.

 

 

  읽을 때와 쓸 때를 분리해서 말해본다면, 본인의 퀴어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느끼나.

 

  독자로서의 나는 뭐랄까 헤픈 편이다. 엄격하게 읽어서 독서의 행복을 줄이고 싶지 않다. 퀴어 독자로서 글을 읽기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드물다.

  반면 글을 쓸 때에는 내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화자가 나 자신 또는 나와 거의 동일시되는 게이 화자이기 때문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 나의 글쓰기만큼 내밀한 사랑을 당신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나의 사랑만큼 내밀한 글쓰기를 당신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다시 사랑하기 시작하고, 시작되고, 어느 순간 이어져 있음을 기뻐하다 다시 끊어졌다, 이으려 하고, 우리는 이어질까? 이어지게 될까? 당신과 나는 이어지게 될까? 당신과 내가 이어져 있음을, 이어져 있었음을, 그 환희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하고 글을 쓴다. 그를 쓴다. 사랑하고 있음을, 이야기가 된다는 내밀한 확신에서 오는 희열을 나는 버리지 못하고, 그 어리석음, 단절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나는, 모든 것을 잇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글을 쓴다. "

/ Auto 212쪽

 

 

  좋아하는 작가를 알려준다면.

 

  좋아하는 작가는 정말 많은데, 내 글쓰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작가를 말하자면 김금희, 강화길, 박민정이다. 대체로 한국 문학을 좋아하고 많이 읽게 된다. 동시대 작가의 작품 읽는 것이 즐겁다.

 

 

  낮에는 편집자로 일한다. <컬리지 포크>에서 “편집은 꽃다발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도 했는데, 실제 편집자로서의 삶은 어떤지.

 

  신입사원 시절에 만났다면 편집의 낭만을 자신 있게 설파했을 텐데. (웃음) 편집자일 때는 독자 정체성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비판적인 시각을 최소화한 상태로 글을 다룬다. 나는 한국 문학 편집자이기 때문에 작가,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책들이 한국 문학의 장에서 무언가를 하나 둘 만들어간다는 점이 좋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만 글 쓴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못한다. 뒹굴거리고 개랑 놀거나 책을 본다. 글은 주말에 몰아서 쓰는데,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퇴고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늘 소설 생각을 하고 틈틈이 구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찬바람 불 때쯤 중편 연재를 시작한다. 그보다 먼 미래의 일들은 계획한 것이 없다. 당장의 가까운 마감들을 마무리해가는 게 목표다.

첫 소설을 내고 나면 소진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쓰니까 써지더라. 어느 순간에는 정말 안 써질 것 같고 다시는 못 쓸 것 같다가도, 쓰면 써진다. 스스로도 신기하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또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웃음) 할 이야기가 있고 할 사랑이 있는 한 계속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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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스피드>를 광고하려면 가장 <여름, 스피드>적인 문구를 골라야 한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보다 더 적합한 <여름, 스피드> 적 문구를,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278쪽) 여름만으로, 사랑만으로, 소설만으로 이야기되지 않는 이야기. 그의 소설 앞에서 나의 언어는 여름만큼 무력하고 즐거웠다. 그러니까 여러분, <여름, 스피드>를 사서 읽읍시다.

 

 

 

 

김봉곤

1985년 진해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와 동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Auto」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보배

무지개책갈피 활동가. 퀴어문학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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