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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무지개책갈피 X 자유인문캠프 : 대중문화 퀴어하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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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1-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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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무지개책갈피 X 자유인문캠프 : 대중문화퀴어하게 읽기 



날짜: 2020년 1월 14일 ~ 2020년 2월 11일

시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9시

장소: 문화사회연구소 공유공간 물질(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4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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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무지개책갈피와 자유인문캠프가 만나 대중문화 텍스트를 퀴어하게 읽는 모임을 꾸렸습니다.


   2달여 간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났습니다. 각각의 주마다 매체와 화제를 정하였습니다. 아이돌음악, 디즈니 애니메이션, 네이버 웹툰, 소설 등 되도록 다양한 곳에서 퀴어(함)들을 읽어내고자 하였습니다. 한 모임이 진행될 때마다 그 시간의 중점이 될 작품들을 정하였지만, 다른 작품들이 있다면 참여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그 작품들을 자유롭게 참조했습니다. 텍스트들과, 그리고 그 독자들이 퀴어와 마주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고에서는 행사가 진행된 순서에 따라 발제문의 내용1)을 요약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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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시간, 다홍 님과 <퀴어 영역 듣기 평가 : 아이돌 편> - 열림에 대해


   다홍 님은 한국의 아이돌 음악, K-POP을  “기획사를 통해 그룹 단위로 데뷔하는 가수들의 댄스곡”으로 정의합니다.(다홍, 1) 그리고 이러한 음악들을 향유하는 독자들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아이돌 음악의 가사, 뮤직비디오, 컨셉, 팬덤 등을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이성애중심주의 혹은 로맨스만능주의(?)를 탈피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 지점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다홍, 1) 이 지점들은 곧 퀴어한 가능성이 돌출되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가사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레드벨벳’과 ‘마마무’, 그리고 ‘이달의소녀’ ‘이브’의 노래들은 참조점이 되어주었습니다. 레드벨벳과 마마무의 경우 가사에서 성별 지칭어가 없다는 점이 다음과 같은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성별 지칭어가 모두 ‘너’와 ‘나’로 서술되는 사랑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면, 그것을 이성애가 아닌 다른 사랑의 형태로 다시 재해석하는 작업이 퀴어문학 담론에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 편의 시를 서른 명이 읽으면 서른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처럼 노래 가사 또한 독자가 완성시키는, 열린 텍스트이다. 막말로, 성별 지칭어만 삭제해도 기념일에 여자친구에게 불러줘도 손색없는 동성애 세레나데가 될 수 있다.(다홍, 2)


   이달의 소녀 이브의 노래 <new>의 경우에 그 가사가 정체성 찾기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퀴어 정체성과 연결되는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다홍, 3 참조)


달콤한 유혹처럼 피어난

내 안에 또 다른 내 모습

거울 안에 비춰진 내 얼굴이

누구인지 나에게 묻게 돼

차가운 새벽녘 공기 속에

비로소야 뛰는 심장

당당히 날 바라보던 순간

알게 된 내 new face

- <new> 가사 일부


   뮤직비디오 안에서 발견되는 퀴어한 서사나 장면들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달의소녀 ‘츄’의 <Heart Attack>, ‘오마이걸’의 <다섯 번째 계절>에서 동성 간 동경 이상의 친밀성, 또는 다양하게 정체화한 인물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다홍, 3 참조)


   컨셉에서도 퀴어 코드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남성 동성애 서사로 읽을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원용한 ‘방탄소년단’의 앨범 <WINGS>가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입맞춤’을 형상화 하고 있는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형’과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는 <Begin>의 가사에서 그 코드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다홍, 4 참조)


   아이돌 콘텐츠 향유자 중에서 팬덤은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최근에는 팬덤이 콘텐츠 내외부에서 중요한 위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그 영향을 관찰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돌 컨셉을 정하고, 창작물을 만드는 회사의 역할도 크지만, 결국에는 그 창작물을 향유하는 방식이 의미를 만들고, 다음 컨셉을 정하는 것이다.(다홍, 4)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이돌 팬덤 내에도 퀴어는 있다. (…) 그리고 꼭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소위 앨라이라고도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퀴어 친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경우도 있다.(다홍, 4)


   그러나 이러한 퀴어함이 과연 이상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다홍 님은 글의 마지막에서 퀴어베이팅을 통해 교묘히 ‘논란’에서 빠져나가거나, 핑크 머니를 노리는 구조에 대해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우리가 거리를 둘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타인과 비판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아이돌 그룹의 컨셉이 점점 다양해지고, 가사에서 성별 지칭어가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담론이 아이돌 문화소비를 합리화하는 요소 및 변명으로 쓰이는 것도 유의미하게 보기는 힘들다. 막말로, 덕질은 덕질이니까. 고민은 고민이고, 취향은 취향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의식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태도이다.(다홍,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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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째 시간, 이울 님과 <아웃사이더로 살아남기> - 부정(不正/否定)·전유에 대해


   이울 님은 디즈니 사의 애니메이션에 퀴어니스가 나타난 부분을 짚고 있습니다. 이 글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이성애 대 동성애, 퀴어 대 비퀴어”라는 제목 아래 “이성애로맨스, 시스젠더 정체성, 결혼제도 옹호”라는 이성애 규범적 수행이 퀴어와 마주하는 지점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이울, 1) 그리고  2장에서는 “보편적 퀴어 서사”라는 제목 아래 퀴어 보편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통적 정서로 수용될 수 있는 지점들을 읽어내고 있습니다.(이울, 3)


   <백설공주(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1937), <잠자는 숲속의 공주(The Sleeping Beauty)>(1959),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1989)를 거쳐 <헤라클레스(Hercule)>(1997)까지. 이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과 서사를 살펴보면, 이성애규범 속에서 퀴어는 어떤 존재로 묘사되고 재현되는지가 도드라집니다.


   기존의 디즈니 2D 영화에서의 퀴어니스는 정상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남녀 주인공은 정상성을 수호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주로 마녀로 그려지는 악당은 정상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이울, 2)


   그러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정상성’만을 재생산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라이온 킹(The Lion King)>(1994)과 <뮬란(Mulan)>(1998)에서는 정상성이 교란되는 장면들이 다수 삽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라이온 킹>의 ‘티몬’과 ‘품바’라는 캐릭터를 ‘심바’를 입양하는 게이 커플로 보았을 경우에, “동성부부에게 키워져도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등장하지 않는, 긍정적인 퀴어니스 재현”(이울, 2)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뮬란>에서 ‘뮬란’의 ‘남자되기’와 ‘야오’, ‘링’, ‘치엔포’의 젠더 수행을 살펴본다면, “억압된 여성성에서 벗어나 대활약을 하는 (…) 새로운 여성성 (…) 동시에 퀴어한 여성”과, “헤게모니적 남성성 외의 다양한 남성성”이 나타나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이울, 3)


   <인어공주>와 <겨울왕국(Frozen)> 시리즈에는 퀴어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한다고 할 수 있는 규범적 사회 ‘안’에서의 거부와 자기 안에서의 거부가 나타납니다. <인어공주>에는 드랙퀸 ‘디바인(Divine)’을 모델로 만들어진 악당 ‘우르술라’(이울, 2 참조) 말고도, 젠더교란자로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에리얼’입니다. 이울 님은 젠더디스포리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목소리’라는 요소를 통해서, 에리얼을 트랜스젠더의 기표로 읽을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트랜스젠더에게 목소리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패씽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요소 중에 가장 취약한 부분인 것이다. (…) 디즈니답게 에리얼은 ‘트랜지션’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참으로 퀴어 프렌들리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이울, 4)


   <겨울왕국>의 ‘엘사’는 “퀴어 정체화 과정” 중에 “자기부정”을 겪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울, 5;4) 또한 디즈니의 캐릭터 디자인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도 그 의미가 확장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엘사의 진한 눈화장입니다. 여기는 ‘자연스러움’과 ‘인위적임’을 구분하며, ‘자연스러운 외양’을 한 인물에게 선역과 프로타고니스트의 위치를, ‘인위적인 외양’을 한 인물에게 악역과 안타고니스트의 위치를 부여하던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곳입니다. “디즈니 최초로 진한 화장을 한 여성이 선역으로 등장”한 것이며, 즉 “악역으로 밀려났던 퀴어성을 선역으로 이끌어”온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울, 5)


   다수의 작품들에서 퀴어니스를 정상성의 반대편에 두고 있는 디즈니의 작품들은 최근 그 경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디즈니 작품들이 가진 양면성과 그에 따른 위험성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다른 것들을 요구하거나, ‘변태처럼’ 읽는 작업 또한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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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 번째 시간, 비단 님과 <웹툰 속 이성애 중심주의에 대한 반발> 읽기 – 낭만에 대해


   비단 님은 글에서 웹툰 내용과 웹툰 댓글을 다루며 “헤테로 로맨스로 시작하지만 여성 간의 우정 이상의 감정이 포착되는 작품”, “여성 간의 교류가 중점으로 나타나”는 작품, “아예 작품에서 동성애가 확실히 언급된 작품”을 차례로 살핍니다.(비단, 1) 이에 남자주인공의 양상이 ‘츤데레’에서 ‘다정함’까지 포괄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낭만적 성애 서사를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의 젠더가 이성애 질서를 따라서 구성되어 있지만은 않다는 점이 분석될 수 있습니다.(비단, 1 참조)


   먼저 살펴볼 작품은 이연 작가님의 <화장 지워주는 남자>(이하 ‘<화지남>’, 2018.05.03. ~ 2020.11.19.)입니다. 이 웹툰에서는 여자주인공 ‘예슬’과 “다른 여성 캐릭터인 희원과의 로맨스를 바라는 내용”이 드러나는 댓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단 님은 댓글에 표현된 독자들의 요구를 “서브 남자 캐릭터인 연승우가 예슬을 가스라이팅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희원은 예슬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유성(남자주인공으로 현재 추정됨)에 반해 예슬과의 첫만남부터 적극적으로 친해지고 싶음을 어필하는 희원이 매력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보”이고, “희원이란 캐릭터가 점점 화장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탈코서사와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체로 여성 독자가 유입”되었기에 발생한 결과라고 읽습니다.(비단, 1) 더불어 희원의 “‘이미 무슨 변명을 해도 믿어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난’”이라는 독백이나, ““그게 너의 평범이라서 난 네가 좋아””라는 대사를 인용하며, 작품 외부인 댓글에서뿐만이 아니라 작품 내부인 캐릭터와 그의 대사에서도 퀴어 코드가 발견되는 부분을 짚고 있습니다.2)(비단, 1-2)

   예슬과 희원과의 관계 외에서도 퀴어함이 나타납니다. 바로 ‘명은결’, ‘명세리’ 남매에서 볼 수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기입입니다. 이들 남매는 “메타적인 퀴어성”을 보여주고, “패싱 성별이 갖는 의미가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비단, 2)


   이처럼 웹툰 안에서 젠더롤이 문제시되는 것은, 기존의 정상성 규범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연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이레/나몬 작가님의 <정년이>(2019.04.01.~)는 “남성 젠더롤을 전유한 여성들”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비단, 2) 작품 중 국극 배우는 아니지만 ‘정년이’에게 ‘남성성’을 연기하는 법을 알려주는 ‘고 사장’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통해 이분법적 젠더 구분을 자연화하고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된 사회 질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고작 어깨를 떡 벌리고 목소리를 깔았을 뿐인데 말이야. 남자됨과 여자됨이 참 가소로워.”3)(비단, 2)

   본 작품에서는 이성애 로맨스에 대한 신화화가 부정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영서’가 “오히려 몇 장면 나오지 않은 연애상대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라이벌인 정년이에게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여성들이 기존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 모두를 담당해야 하는 국극 자체가 이미 퀴어한 소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애적 사랑과 낭만적 사랑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맥락에서 읽을 때, 우리는 가정 밖, 규범 밖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작품 안에서는 “계속 기존의 이성애 관계의 메타포들이 여성 간에도 등장”하도록 하는 배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비단, 3) 정년이와 영서의 관계 외에도 ‘도앵’과 ‘숙영’의 관계, ‘정년이’와 ‘부용’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친밀성이 묘사됩니다.(비단, 3-4)


   제야 작가님의 <이것도 친구라고>(2017.07.23.~2021.01.03.)를 진행하는 가장 큰 축은 ‘수지’, ‘윤호’, ‘소현’으로 이루어진 삼각관계에서의 갈등과 갈등 해소입니다. 윤호와 연인 관계에 있던 “수지는 윤호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마음보다 소현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선택”합니다.(비단, 4) 그리고 “소현은 윤호에게 관심이 있던 것이 아니라 수지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비단, 4) 낭만적 사랑의 방향과, “질투와 불안”은 “당연한 러브라인의 균열”을 불러옵니다.(비단 5;4)


   비단 님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로 글을 맺으며, 독자와 작품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웹툰에는 대놓고 ‘퀴어하기(이상하기와 동시에 이성애중심에서 벗어나기)’가 존재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경우 착즙에 가까울 수 있겠지만, 평범한 학교물에서도 이제 동성애가 희화화되거나 불행 서사로 소비되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에서 점차 퀴어코드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결국 이런 서사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착즙을 통해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보인다.(비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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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 번째 시간, 해영 님과 <마법소녀, 동료를 넘어 더 가까이, -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중심으로> - 시간에 대해


   해영 님은 ‘소녀만화’와 그 향유층에 대한 역사를 소략하고 그 속에서 발견된 일련의 규칙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최근의 ‘소녀만화’, 특히 ‘마법소녀물’을 중심으로 그 규칙들이 변이되는 모습들을 살펴봅니다. ‘소녀’라는 개념에서 ‘여성영웅’의 현현까지 다루고 있는 계보학적 작업을 살펴볼 때, 우리는 ‘퀴어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해영, 7 참조)


마법소녀물에는 대다수의 작품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1.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녀가 우연히 후천적으로 특수한 힘을 손에 넣게 된다.

예외) 이(異)세계에서 오거나 선천적으로 힘을 지닌, ‘소녀’의 외관을 한 인물: <마법의 기사 레이어스>, <슈가슈가룬>, <별나라 소녀 코미>, <머메이드 멜로디 피치피

치핏치> 등

2. 동료, 조력자, 혹은 감시자의 존재.

3. 특정 참(목걸이, 요술봉 등)을 통해 변신하고, 변신을 통해 특정 복장과 악세사리를 착용하며 다른 외관으로 변화한다.

4. 매 화마다 화려한 변신 장면이 반복된다.

5. 힘(마법)을 선의를 위해 사용한다.

6. 조력자와 동료 외 타인에게 마법소녀의 정체와 임무가 알려져서는 안된다.

(해영, 3)


   소년만화물이 당시 사회에서 용인된 남성성을 재현한 것처럼, 여성성을 재현한 마법소녀물에는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근대(일본) 여성에 대한 내, 외적 욕구가 반영”되며, “마법소녀는 습득되어야 할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소녀들의 동일시의 대상이었고, 소년들의 욕망의 대상”이었습니다.(해영, 2) 이러한 마법소녀물들은 타 장르와 결합하면서, 또는 수용자 층에 반응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1992~1993, 한국에서는 <달의 요정 세일러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습니다.)은 “마법소녀물과 전대물의 장르적 결합”으로 “1인 단독 구성에서 벗어나 동료 마법소녀물과 함께 싸워나가는 체제”를 구축하였고, <마법소녀 프리티☆벨>(2010.05.10.~)과 같은 “남성 인물이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애니메이션”이 송출되었습니다. 또한 ‘변신’ 장면의 실루엣이나, ‘서비스신’도 남성 수용자를 의식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해영, 4)


   <마법소녀 마도카 ☆ 마기카>(이하 ‘<마마마>’, 2011)에는 기존의 마법소녀물과 달리 “비극적 설정과 전개”로 이루어지며, “사적인 욕망을 동기로 움직이는 인물”이 등장합니다.(해영, 5) <마마마>에는 의지할만하거나, 도움을 줄만한 남성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정확히 상대 마법소녀를 향해” 자신의 구체적 욕망을 표현하는 여성 인물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집니다. ‘아케미 호무라’와 ‘카나메 마도카’의 관계, 그리고 ‘미키 사야카’와 ‘사쿠라 쿄코’의 관계를 흐르는 감정들은 각 관계 안에서 서로가 서로 서로에게 “동료를 넘어 더 가까이” 하는 모습들로 이루어집니다.(해영, 5)


   기존 마법소녀 서사의 주제인 이성애와 단정한 형태의 우정을 비껴나가는 모습들은 퀴어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퀴어함은 이전과 다른 마법소녀를 그리는 매개가 되었다.(해영, 7)


  해영 님은 또한 마법소녀물에 있는 한계지점들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읽을 수 있는 퀴어한 순간의 존재에 주목합니다.


   마법소녀물은 ‘여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장르 자체의 한계가 있다. 사적 영역에 한정된 활동 반경과 남성 수용자를 겨냥한 관음적 시선, 섹슈얼한 복장이 그 예이다. 뿐만 아니라 마법소녀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지만 그 해결력은 ‘변신’을 통해 현 모습을 부정하고 초월적 존재로 나아가야만 얻을 수 있다. 자신의 평범한 모습을 유지한 상태로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이 마법소녀물이 가진 또다른 한계이다.

   그러나 마법소녀가 소년만화의 틈새를 비집고 처음 나온 여성 영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해영,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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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지막 시간, 태준 님과 <종말에 무관심한 종말소설 – 퀴어 아포칼립스 『해가 지는 곳으로』> - 이동에 대해


   태준 님은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민음사, 2017)를 ‘퀴어 아포칼립스’라고 명명하며 텍스트에 장르적·세대론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의 ‘종말’에 “오늘날 지배적인 질서에 관한 반감, 또는 오늘날 지배적인 질서로부터 흘러넘치는 잔여적인 상상이 담겼다고 가정할 때, 지금의 사회가 ‘전복’되길 바라는 다양한 상상, 믿음, 그리고 실천은 서사 속 아포칼립스에서 그 단서를 찾거나, 아포칼립스 서사 자체를 구성”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태준, 1) 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끝’은 유성의 충돌과 같은 우연적인 사건이 아닌, 문명 그 자체에서 연원한다”는 점을 짚을 때 분명해집니다.(태준, 2) 그러나 『해가 지는 곳으로』에는 종말의 원인이 불분명하게 제시됩니다.


   법이 무너진 세계의 곳곳에서는 폭동이 발생하고 생존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은 일상이지만, 주인공들은 종말 이후를 일상의 외부 – 예외상태 – 로서가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서 감각한다. 현재적 상황 – 종말 – 에 무관심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파국적 조건을 벗어난 공간 – 유토피아적 기획 – 역시도 등장하지 않는다.(태준, 4)


   태준 님은 이같이 “종말에 무관심한 소설”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층위에서 분석합니다.(태준, 1) “‘지금 이곳’으로서 한국의 아포칼립스 서사의 정치지형도에서 이 소설이 ‘퀴어’로 등장하는 이유”와 “이 ‘퀴어 서사’에 접합되는 다른 정체성의 존재 유무” 등.(태준, 2)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도 가부장제는 유지됩니다. 이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들은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여성들을 강간합니다.(태준, 4-5 참조)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다른 것이 나타납니다. 바로 ‘노예의 도덕’에 사로잡혀 유토피아의 회복을 꿈꾸며 사랑을 동력으로 삼는 남성들과, 그와 달리 시간이 멈춘 곳에서 ‘지금-여기’의 사랑을 감각하는 여성들.(태준, 5-8 참조)


   아버지의 사랑은 끊임없이 ‘예외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런가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망상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류’의 남편 역시도 작금 도래한 종말을 일종의 ‘예외상태’로 바라보고 있다. 이때 사랑은 이 같은 예외상태를 견뎌낼 동력을 준다.(태준, 7)


   이 같은 가부장의 반대편에서, ‘류’, ‘지나’, ‘도리’가 보여주는 사랑은 어떤 것인가. 이들의 사랑은 ‘예외 상태’를 거부하는 사랑이다. 지나는 아버지와 달리 종말 세계가 시간의 흐름이 멈춘 곳임을 금방 감각해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시간이 멈춘 종말적 상황이야말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조건임을 보여준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지닌 ‘사랑관’은 인물들의 젠더-섹슈얼리티와 맞물려 일정한 방식의 대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태준, 8)


   태준 님은 여기에서 세대론적 독해를 통해 유의미해지는 지점이 생성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 하나의 화두를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차를 모는 인물과 차에 탄 인물, 보호하는 인물과 보호 받는 인물, 여전히 예외 상태를 말하는 인물과 ‘지금-여기’의 도덕을 지닌 인물은 동시에 세대적으로 구분되기도 한다.(태준, 10)


   이 책에서 세대는 ‘퀴어한’ 모습으로 – 예컨대 ‘이성애적 지배규범과 불화하는 것’이라는 오혜진의 정의를 따를 때 – 등장하고, 퀴어는 ‘세대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배치가 지닌 서사적이고 정치적인 한계와 의의는 무얼까.(태준, 11)




7. 나가며


   만남의 장소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욕망의 지점들을 표시하기도 했으며, 또 서로 맞물려 의미를 생성하는 대립항들을 발견해내기도 했습니다. 발제문들과 모임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에 비해 부족하고, 또 너무도 늦은 글이어서 이 글이 여러분들의 시간과 공간에 잘 당도하기를, 그리고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다른 대화의 장들을 만들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이미 그런 장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중요하기에 될 수 있는 한 남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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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고에서 인용한 자료와 그 저자를 날짜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다홍, 「퀴어 영역 듣기 평가 : 아이돌 편」, <대중문화 퀴어하게 읽기>, 2020년 1월 14일 배포.

② 이울, 「아웃사이더로 살아남기」, 위의 행사, 2020년 1월 21일 배포.

③ 비단, 「웹툰 속 이성애 중심주의에 대한 반발」, 위의 행사, 2020년 1월 28일 배포.

④ 해영, 「마법소녀, 동료를 넘어 더 가까이 -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중심으로」, 위의 행사, 2020년 2월 4일 배포.

⑤ 태준, 「종말에 무관심한 종말소설, 퀴어아포칼립스로서 『해가 지는 곳으로』 읽기」, 위의 행사, 2020년 2월 11일 배포.

    이하 같은 행사에서 배포된 자료를 인용할 시 괄호 안에 저자 이름과 쪽수를 표기합니다.


2)  이연, <화장지워주는 남자> 89화; 76화, 네이버 웹툰, 2020.01.09. (2021.01.09.; 2021.01.12 접속.)

89화: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10754&no=89&weekday=fri

76화: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10754&no=76&weekday=fri


3)  서이레/나몬, <정년이> 17화, 네이버 웹툰, 2020.07.22. (2021.01.09. 접속.)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26214&no=17&weekday=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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