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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돗자리세미나 in 대전 :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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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11-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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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9525일 오후 3

장소: 대전 유림공원

참가자: 녹차얀, 신난, 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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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대전 유림공원 정자에서 제6회 돗자리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을 읽고, 엘라 피츠제럴드의 블루 문을 들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기, 온기, 생존하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모인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았고, 대화에는 여백이 많았으나 그만큼 자유롭고 여유롭게 생각을 개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여백들을 공유하기 위해, 대화에서 언급된 부분들을 공유합니다.

 

날이 추워졌습니다. 햇살이 당신의 등 뒤를 단단히 지지하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것을 먹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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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1] 티켓, , 랭보 에코백.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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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2] 모임 장소인 정자. 등이 따뜻했습니다. 나비가 책 주변을 날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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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3] 돌아가는 길의 커튼 무늬가 아름다웠습니다.

 

pp.10-12.

그리고 그 순간이 왔다.

d는 젖은 얼굴을 닦으려고 수건을 잡았다가 놓았다. 놓쳐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요일 오후 아홉시 직전이었다. 욕실 벽에 걸린 시계가 째깍거렸다. 거품 섞인 물이 세면대에 고여 있었고 d는 맨발로 타일을 밟고 있었다. d가 조금 전에 잡았다가 흠칫 놀라 놓아버린 것, 그건 평범한 수건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집에 있던 물건. d는 매일 아무 때나 그걸로 얼굴이며 목을 닦은 뒤 수건걸이에 도로 걸거나 빨래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여러번 빨아 말리길 반복한 탓에 좀 뻣뻣해지고 납작해진 아이보리색 면직물이었다. 무늬도 이니셜도 없어 d로서는 다른 수건과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그것의 온도가 갑자기 매우 낯설었다. 체온을 가진 것처럼 온기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불을 켜지 않은 부엌을 향해 욕실 문이 열려 있었다. d는 컴컴한 부엌을 가로지르다가 식탁에 놓인 탁상달력을 떨어뜨렸다, 바닥을 더듬어 그것을 주웠을 때 d는 표지까지 열세장인 두꺼운 마분지와 좁은 간격으로 말린 스프링에서 온도를 느꼈다. 달력을 올려두고 식탁을 짚어보니 그것 역시 미지근했다. 그것 말고도 더 있었다. 가구와 식기, 유리, 각종 손잡이들. d는 그날부터 서서히 그것을 눈치챘다. 공기보다는 싸늘해야 마땅한 사물들이 미묘한 생물처럼 미열을 품고 있었다. 그 미적지근한 온기를 참을 수 없어 d는 사물과의 접촉을 줄였다. 모든 것이 이렇게 될 수는 없으니 변한 것은 내 쪽이라고 d는 생각했다.

내가 차가워졌다, 라고.

 

pp.144-145.

여소녀가 다시 다이얼을 돌렸고 그들은 엘라 피츠제럴드가 부르는 블루 문Blue Moon을 들었다. d는 눈을 뗄 수가 없어 진공관을 바라보았다. 너무 쉽게 깨지거나 터질 수 있는 사물. 그 진공을 통과한 소리들에도 잡음이 섞여 있었다. d는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얇은 유리 껍질 속 진공을 들여다보며 수일 전 박조배와 머물렀던 공간을 생각했다. 그 진공을. 그것은 넓고 어둡고 고요하게 정지해 있었으나 이 작고 사소한 진공은 흐르는 빛과 신호로 채워져 있었다. d는 다시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느꼈던 진공을 생각하고, 문득 흐름이 사라진 그 공간과 그 너머, 거기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과 d에게는 같은 것이 거의 없었다. 다른 장소, 다른 삶, 다른 죽음을 겪은 사람들. 그들은 애인愛人을 잃었고 나도 애인을 잃었다. 그들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d는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무엇에 저항하고 있나. 하찮음에 하찮음에.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너의 오디오가 이제 좀 특별해졌느냐고 여소녀는 물었다. 같은 모델이라도, 그 기기를 다룬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고 여소녀는 말했다. 세상에 그거 한대뿐이니까, 빈티지를 고치려는 사람들은 고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살린다고 말하지.

눅눅한 바람이 수리실 안으로 불어 들었다. 비가 들이치자 여소녀는 창을 닫았다.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유리 벌브 속에 불빛이 있었다. d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그 투명한 구를 잡아보았다. 섬뜩한 열을 느끼고 손을 뗐다.

쓰라렸다.

d는 놀라 진공관을 바라보았다. 이미 손을 뗐는데도 그 얇고 뜨거운 유리막이 달라붙어 있는 듯했다. 통증은 피부를 뚫고 들어온 가시처럼 집요하게 남아 있었다. 우습게 보지 말라고 여소녀가 말했다. 그것이 무척 뜨거우니, 조심을 하라고.

 

 

p.257.

일상에서 내 기도의 내용은 서수경의 귀가이다. 서수경이 매일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저 바깥에서, 매일의 죽음에서 돌아온다.




앞으로 진행될 돗자리 세미나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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