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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퀴어 프로젝트 3회차 : 전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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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작성일 18-03-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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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비유>와 함께하는

무지개책갈피의 2018년 상반기 프로젝트 <읽는 퀴어>!

 

비수도권 지역에서 5회차 릴레이 퀴어문학 독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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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전주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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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대담의 요약본이 실린 원고는 웹진 비유(view.sfac.or.kr)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는 퀴어, 우리는 어디서든 #3

도서: 박민정 단편 「아내들의 학교」

장소: 전주 책방놀지

주제: 결혼의 풍경들

참석: 연(진행) 보배 (이상 무지개책갈피 활동가), 담(최근 졸업, 전주에 온지 10일차) 이슬(대학원생. 전주), 제로 (20살, 전주)

 

 

 

 

*첫인상


연: 주제가 ‘결혼의 풍경들’이었다. 결혼 이야기는 퀴어의 인생과 가까운 듯도 하고 먼듯도 하다. 일단 읽어보고 어땠는지 궁금하다. 
담: 설혜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피투성이로 쓰러진 시점까지 읽었다. 나는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가지고 싶었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나 아이에 대한 의무감을 못 느끼는 편이고. 아이도 반려동물도 책임감이 되게 중요하지 않나. 나는 막연히 나이 먹고 어머니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겠구나 싶었지만, 스무살이 넘어서 퀴어를 알게 되었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 세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잘못된 환경이라는 것을 최근에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바에는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많다. 결혼은 선택이니까. 물론 내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이 좋은 것이지만, 의무도 아니고 특히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이 설혜를 때린 이유도 퀴어적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했는데, 너무 (다른 남자와의 아이를 가지면 어떻겠냐는) 말을 쉽게 꺼냈다. 책임감 없이. 그 부분 읽고 속으로 찌푸렸다.
연: 폭력성이 개입되는 점에서 좀 불편한 장면이기도 하다. 제로님은 어떠셨는지?
제로: 마지막 장면에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게 과연 유토피아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혼인 관계가 과연 유토피아일까 하는 생각.
보배: 그것을 질문하는 책인 것 같다. 유토피아를 풍자적으로 써먹은 작품. 기존 작품들에서는 퀴어 가족을 아름답게만 그린다. 그렇게 해야 호소가 되기때문이다. “우리도 이렇게 아름다운 가정을 꾸밀 수 있으니 우리에게 합당한 권리를 줘라.” 그런 방식으로만 다뤄지다가, 이 작품은 그런 것과 반대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근미래라고는 하지만 현재의 풍경, 오히려 약간 구시대적이라고 보이는 결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성혼 법제화가 유토피아가 아닐 수 있고 이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사실 개인취향은 ....아니다. (일동웃음) 폭력의 장면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폭력의 장면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구타 장면이 너무 무자비하고, 자극적이었다.
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독자가 읽을지 모르는데 주의도 없이 쓰는 것은 위험하다. 요즘은 (독자들이) 이런 부분에 좀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제로: 동의한다. 묘사 나올 때 좀 무섭기도해서, 좀 넘겨 읽었다.
연: 폭력적인 묘사나 표현이 ‘날것의 언어’ ‘생생한 언어’로 퉁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퀴어의 결혼을 아름답지 않게 그렸다는 ‘장점’도 사실 여기서 파생되는 것 같다. 양면성을 지니는 것 같다.
담: 지금까지 그려진 퀴어 가족은 우리는 아이를 갖고 싶은데 못가진다, 라는 식인데 이 작품에서는 ‘둘 사이의 아이’라는 느낌이 아닌 방식으로 가지려고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설혜가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해서 이야기 한것일텐데 그 방법이었다는 점이.

 

 


*글 속에 드러난 혐오의 표현


연: 그 장면에서도 설혜의 콤플렉스(‘돈이 많다’)가 드러나는데, 사실 나는 선이 설혜한테 ‘이래서 돈 많은 애들은 안 돼’라고 말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되더라. 이 작품에서 ‘돈많은 여자’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들어간건지 이해가 안됐다.
보배: 퀴어라는 소수자 안에서도 계급이 나누어지고 그것인 설혜와 선 사이의 계급차이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여학생회 내의 선배와의 갈등에서 “진짜 소수자는 나야”라는 멘트가 나온다. 소수자성의 복잡한 결을 보여준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한 사람 안에서도 소수자인 내가 있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서 어떤 권력을 가진 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연: 그렇지만 그게 설혜의 캐릭터로서 느껴진다기보다는 오히려 또 다른 혐오(부자혐오)로 읽혔다. 글 밖에 있는 사람이 부유한 캐릭터를 혐오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제로: 나도 동감. 왜 이렇게까지 말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날것의 언어’로 혐오발언이 나와서 불편했다.
연: 나는 현실세계에서 부자에 대한 혐오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독자가 주인공을 싫어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로 혐오는 이렇게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날까 하는 생각?
보배: 생각해보면 혐오와 차별을 다루는 이 작품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필터링 없이 발화 되는게 부자에 대한 혐오다. 성소수자 혐오는 오히려 ‘세련된’ 방식으로 바뀐 사회고, 오히려 부자 혐오는 너무 노골적인 방식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혐오에 대한 발언에 예민한 독자는 그렇게 느낄수 있을것 같다.
연: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나중에 설혜가 받는 메일에서처럼, 동성혼이 합법화되어서 너희는 행복하겠다. 잘 지내지?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건 세련된 방식의 혐오일 수 있겠다. 김혜진의 <아는언니> 라는 단편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이슬님 등장)
연: 이슬님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이슬: 제가 원래 밝은 이야기를 좋아함.
일동: 아아~ (알겠다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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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싶은지?


연: 한편으로 부유함이 결혼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결혼이나 원하는 방식이 결합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 했을 때 법적으로 묶이고 싶은지?
담: 딱히.
제로: 저도.
이슬: 분명 제도가 보호해주는 면이 있다. 누군가 생긴다면 하고 싶기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법제화가 되면 이미 결혼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보배: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결혼이라면 제도적인 면만 따져서 하고 싶다. 퀴어로서 나는 삐까번쩍한 결혼의 모양이나 주위의 인정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제도적 혜택만 따질 것 같다.

 

 


*장기적 인생계획


연: 여하간 현재 결혼 제도는 엄청난 혜택을 준다. 소위 ‘인사이더’의 인생 계획에 부합하는 것들. 취직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 이후에 가사와 육아 등이 분화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형식이다. 그래서 결혼제도가 없는 삶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이 상태에서 나의 30, 40대와 그 이후를 상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여러분은 퀴어로서 그런 장기적인 인생 계획은 어떻게 짜고 계신지.
담: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살지 않는다. 그냥 눈앞에 있는 걸 따라가다 보면 길이 나온다고 생각. 가는 데는 순서가 없으니까 (일동 헐;ㅅ;). 대학 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4학년 되니까 현실이 닥쳐온다. 어머니를 보면서 늘 나도 저렇게 살다 죽으면 내 삶이 불쌍할 것 같다 생각한다. 원래는 당연히 직장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지 계획이 있었는데 이제 상관이 없어졌다. 알바만 하다 죽어도 상관없으니 앞가림만 잘하고 살아야지, 이 정도 계획만 있다. 연애할 때에도 ‘누구 애인’이라고 낙인찍히는 게 싫었다. 더 프라이빗한 연애 스타일이 맞아서 연애보다 공개적인 형태의 결혼에 대해서도 뜻이 없는 듯. 연애를 해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연: 나도 알바만 하는 삶에 대한 욕망이 있다. 그런데 내가 원래 비수도권에 살았는데 거기서는 절대 못할 것 같았다. 우선 알바자리가 없어서.
담: 자리도 없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안쓰니까.
연: 그렇다. 이처럼 삶의 계획을 짤 때 지역에 따른 차이를 느끼시는지.
담, 제로: 일자리가 정말 없음. (모두 폭풍 공감)
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비수도권에서는 알바를 빼고 점장님이나 사장님들이 직접 움직이는 경우가 생겼다. (깊은 한숨) 
연: 어느 나이를 먹으면 전문직이 아니거나 미혼이면 눈치를 많이 받는다. 특히 나는 교회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으로선 더 느낀다. 
담: 교회면 기성세대분들도 많고, 나도 집에서 어디 나갈 준비만 하면 남자 만나러가? 하고 묻는다.
이슬: 화장이라도 하면 남자친구 생겼냐며.
연: 개인적으로 수도권에 있을 때랑 비수도권에 있을 때 연령의 차이도 느껴진다. 나는 결혼 생각 없냐는 이야기를 스물세 살 때부터 들었다. 수도권에서는 결혼은 대체로 20대 후반의 일로 여겨지는데.
제로: 스무 살이 되자마자 어른 취급은 안 해주면서 결혼이야기를 하더라.
이슬: 대학 1학년 되자마자 취직 얘기도 시작한다더라. (모두 고통) 나는 그대로인데 주위 어른들이 스스로 감격에 차서 “저 꼬맹이가 저렇게 자랐어” 하면서 그 감격때문에 실례되는 이야기까지 한다.
연: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설이었다. 다들 살아남으셨는지
담, 제로: 친척들과 연은 끊었는데 집에서 제사는 지내야 된다고 전 부치면서 집에 있었다.

 

 

 

*결혼과 가족


연: 결혼 얘기로 돌아와서. 모든 관계가 다 합법화가 되더라도 우리 세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결혼에는 친척이나 가족이 관계되기 때문에. 누가 결혼했냐 물었을 때 대답하기 여전히 곤란할 수 있고. 
이슬: 그러려면 연을 다 끊고 해야 하는데, 그럼 하는 이유가 뭘까 싶고.
담: 미국에서 완전히 합법화 되었는데 그때 페이스북에 그거 축하하는 무지개 마크를 걸었다가 ‘너 레즈야?’ 말을 들었다. 속으로 ‘내가 레즈여도 너한테는 말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연: 그런 맥락에서 ‘너 레즈야?’라는 식으로 묻는 사람에게는 커밍아웃 할 수 없다. 사실관계를 묻는게 아니라 추궁이다. 
이슬: 아니라고 말해! 같은 거.

연: 이야기 속에서도 선은 가족과 단절된 상태로 보이고, 설혜 역시 지원을 받고 연락도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다. 퀴어의 결혼은 법제화가 되어도 정부 지원, 혜택만 받는 느낌. 그래서 선과 설혜가 왜 결혼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일동: 그냥 좋아서.
연: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둘 사이의 관계가 그다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보배: 학생때부터 이어지는 연애 서사가 나름 절절하고 끈끈하게 묘사되고, 그것이 결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충분한 설득이 되지는 않는 부분.
연: 게다가 선이 명예 남성 같다. 설혜가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아내’ ‘여성’의 위치에 놓는다.
보배: 그부분은 정말 불편했다. 퀴어 커플을 이성애 커플과 동치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느낌. 퀴어 커플들이 실제로 느끼는 퀴어적인 관계의 맥락을 상상하지 못하는 듯 싶다.
제로: 동의한다. 남편-아내라는 이분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별로다. 
담: 퀴어가 아닌 사람이 퀴어 연애를 상상해서 쓴 것 같았다. (일동 동의) 앞서 이 글의 좋은 점은 퀴어서사를 너무 로맨틱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둘의 관계를 끈끈하게 표현한 거 자체가 너무 로맨틱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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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베이팅


보배: 그리고 저는 치명적인 캐릭터를 견디지 못함. (일동 격렬한 동의)
담: 이름 때문에 ‘선이 예쁘다’ (몸매가 예쁘다)처럼 중의적으로 읽히는 것도.
연: ‘공주와 종년’이라는 표현처럼 전형적으로 엄청 매력적인 사람과 평범하고 돈 많은 사람의 조합도 별로였다. 저는 그래서 왜 이 작품이 표제작인지 정말정말 모르겠다. 책 안에 다른 작품들이 더 서사적으로 안정적이고 맞는 옷을 입고 쓴 느낌. 퀴어가 팔리니까 넣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로: 맞다. 퀴어베이팅.
연: 작품 안의 내용은 선이 탑모델 선발에 자신의 가족을 소비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주면서 끝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은 퀴어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슬: ‘오빠가 인정하는 페미니즘’ ‘이성애가 인정하는 동성애’ 같은 느낌
연: 문단에서 허용하는 퀴어 소설 느낌. 
보배: 이게 문예지에 실렸을 때 좋은 평이 많았다. 그래서 표제작이 된 듯. 영리한 소설이라는 평이 많았고, 그런 평을 듣는 이유는 알 것 같다.

 

 

 

*퀴어문학에 대해


연: 퀴어 문학을 좀 찾아 읽는 편인가?
담: 영화를 찾아보는 편인데 부국제에서 많이 데였다. 퀴어 컨텐츠가 다 비슷비슷했다. 퀴어가 아닌 사람이 퀴어를 만들다 보니까 다 파멸로 끝난다. 한쪽이 죽거나 둘 다 죽거나 한쪽이 이성애 연애, 결혼을 하거나. 그래서 화가 나더라. 결국 팔기 위해서 퀴어를 끌어들였다는 건데. 자꾸 보다보니까 ‘아 내가 만들고 싶다, 이런 전개 아니더라도 퀴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데, 로맨스 이야기 아니더라도 할 얘기가 많은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연: 그것도 의미심장한 것 같다. 부국제라는, 뭔가 심사를 거쳐서 올리는 곳에서도 퀴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일괄적이라는 것이. 문단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퀴어문학이라고 나오는 것들 보면 어떤 한계가 있지 않나. 퀴어 독자이지만 특별히 퀴어 소재라서 더 이입되고 그런 건 없더라.
보배: 이제 소재가 아니라 섬세한 이야기가 더 중요한 시기인 듯.
제로: 퀴어 작품을 많이 안 보는데, 거르는 게 많아서 그렇다. 특히 퀴어 아닌 사람이 퀴어를 썼다는 생각이 들면 안 읽는다. 퀴어베이팅이 싫다. 그래서 소재만으로 보지 않고 줄거리를 먼저 본다.  
담: 한국 것은 더 그렇다. 성소수자 컨텐츠 자체가 새장처럼 좁아서 너희는 이런 사랑을 해서 이런 비극을 맞는 거야, 식으로만 소비된다. 그 틀을 못 벗어난다.
제로: 맞다. 전시당하는 느낌.
이슬: 한국문학에는 한국문학 특유의 ‘자기파괴적이어야 진정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있다. 비퀴어 컨텐츠에도 파괴적인 결말이 많다. 퀴어 컨텐츠는 비극을 ‘낭만화’ 시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연: 소설이든 영화든 퀴어 소재를 가지고 “예술적 실험”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비퀴어 컨텐츠로는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예술적 실험을 퀴어 소재로 하는 것이다.
제로: 보통 ‘아닌’ 것으로 여기고 그렇게 소비를 하니까 그 시각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읽는 사람 눈에도 그게 보이고, 그런 작품이 너무 많다. 그리고 좀 행복한 결말이라고 나오는 게 결혼인 경우도 많고.

 

 

 

*퀴어 결혼에 대한 상상력


연: 아직 사람들이 퀴어의 결혼을 잘 상상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퀴어 커플도 비퀴어 커플과 비슷하게 박살, 다 박살, 파괴, 이렇게 같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건 장점이지만, 한편 그렇게밖에 상상하지 못해서 그렇게 쓴 것 같기도하다. 애초에 결혼이 이성애 시스젠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보니까. 사실 퀴어들도 퀴어의 결혼에 대해 잘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하다.
이슬, 제로: 같이 사는 건 상상이 안 된다.
보배: 연애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나는 내 연애 이전에도 이성애 연애의 성역할 모델을 내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해보면서 답습과 파괴를 반복하면서 퀴어적인 연애를 했다. 결혼도 지금 우리에게는 이성애 결혼 모델밖에 없어서 상상하기 어렵지만, 법제화 이후에는 다양한 모델이 생기고 다양한 실천 양식이 생기면서 적응하지 않을까.
연: 퀴어 판에도 결혼을 거부? 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결혼 자체가 문제적인 제도라고 보기도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현재 결혼이라는 제도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더 뜨뜨미지근하게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하다.
보배: 저는 점점 파트너쉽을 꿈꾼다. ‘나이 들어서 혼자 있는 나’의 이미지가 점점 구체적인 공포가 된다. 물렁하게나마 가족의 형태가 있었으면 한다. 퀴어 커뮤니티도 좋지만 그것보다 결혼이 쉬울 듯.
연: 퀴어 커뮤니티를 저도 희망하는데 정말 어렵다. 아무래도 건물주가 돼서 퀴어만 입주 가능 건물을 세워야겠음.
제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이번생에?

 

 


*엄마라는 레퍼런스


연: 지금 지정성별 여성분들만 모이신 듯한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봐도 되겠나. 어쨌거나 ‘엄마’가 레퍼런스가 되기 쉬운데 퀴어로서 ‘엄마’를 레퍼런스로 삼기 곤란한 면들이 있다. 사실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보배: 이게 지금 우리 세대 여성들이 공유할 만한 담론이라고 들었다. IMF를 겪은 가장과 가정주부였다가 갑자기 세상에 뛰어들어야 하는 어머니의 조합. 우리는 그런 부모를 둔 세대다.
이슬: 우리 부모님은 교육자라서 IMF 세대 힘듦은 겪은 적이 없는데 부모님 쪽에서 ‘우리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했었다.
제로: 나는 1인 가정을 꿈꾸는 사람이고, 그래서 가족이랑 내가 독립된 개체라고 느낀다.
연: 그렇다면 가족들에게 퀴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본적은 있는지?
이슬: 해본적은 없다. 다만 꾸준히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을 어필중이고 어머니는 별로 상관없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오히려 아버지가 안타까워하시는 편.
담: 한 번 어머니와 동성애에 대해서 우연히 얘기 나눈 적 있다. 막 정체성 확립해갈 시기였다. 어머니가 ‘다른 사람은 상관없는데 너는 안 돼’라고 했다. 그래서 아 어머니는 못 받아들이시겠구나 싶었다. 그 후로는 꾸준히 ‘엄마 저는 혼자 살겠습니다’라고 얘기한다. (모두 공감)
제로: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가 굉장한 혐오 발언을 들었었다. 부모 입장에서만 말씀을 하시더라. 나는 ‘오케이이’....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1인 가정을 생각 중.

연: 혼자 산다면 부모님과 같은 도시를 생각 중인가?
제로: 안 될 듯. 지역내에 부모님의 영향같은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나는 벗어나야 할 듯 싶다고 느낀다.
담: 연애를 한다고 하더라도 바깥에서라는 느낌이 있다.
연: 그래서 나도 서울의 익명성을 좋아한다. 퀴어에게는 큰도시가 낫다고 느낀다. 연애도 서울 밖에선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담: 같은 지역 사람은 만나기 좀 애매하다. 친구에서 애인으로 넘어가기가 좀 어렵다. 둘이 애인이라는 게 드러나면 여기서 더 살기 어려워지는?
제로: 나는 오픈 퀴어 같은 느낌. 그래서 누군가 나와 오래 같이 있으면 ‘저 사람도?’라는 오해가 생겨서 좀 걱정되는 게 있더라.
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오프라인 커밍아웃을 해본 적이 없다.
제로: 커밍아웃하면 그런 이상한 애들을 거를 수가 있다는 점은 좋다. 일종의 필터링.
연: 나는 가족한테는 얘기를 못하겠다. 커밍아웃의 후폭풍이 얼마나 될까. 도둑질보다는 높고 살인보다는 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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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


연: 올해 전주에서는 퀴어퍼레이드가 있다. 전주 퀴퍼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이슬: 주말에 한다면?
담: 시간이 된다면 가보고는 싶다. 
연: 읽는 퀴어 프로젝트를 하는 입장에서 기대보다 참석률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오히려 홈그라운드라서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전주에 산다면 전주에서 하는 퀴퍼에 참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공감: 아는 사람 만나면 어쩌지?
제로: 그래도 퀴퍼정도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한다.
이슬: 여기가 홈그라운드가 아니어서. 일단 가족이랑 같이 안 산다. 물론 가족이랑 있는 곳에서 해도 갈 것 같다.
제로: 마스크는 써볼까 싶기도 하다.
보배: 퀴퍼는 이성애 커플들도 오고, 축제라서 오히려 안전한 기분이다. 

 

 


*유토피아


연: 마지막 질문이다. 이 글은 “유토피아야” 라고 끝난다. 앞선 논의를 보면 퀴어 결혼 법제화라는 것이 유토피아가 아님은 분명해보인다. 그렇다면 각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형식이 있는지?
이슬: 사람들이 나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내가 (정체성이) 뭐다. 라고 말하면 그냥 아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에 가정사를 통해 선의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고 말하는데, 그런거 없이도, 그냥 남의 불행에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그런 것.
보배: 대학 때 성소수자동아리에서 만난 철학과 친구가 무생물 같이 이름표 없는 사회를 꿈꿨다고 했다. 모든 구분이 무화되는 사회. 그렇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지금 생각하는 것은 싸움이 없는 세계. 서로에게 무해한 존재로 평온하게 살아가는 세계다. 
담: 비슷하다. 평온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불온전하니까. 이게 왜 논란이 되지? 같은 반응이 당연한 사회.
연: 난 좀 구체적인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모두가 삼십 전에 안전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 직업을 가진다거나 공부를 한다거나. 그리고 그것에 퀴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제로: 나는 혐오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유토피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좋은 허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혐오도 차별도 없는 온건한 사회 자체를 꿈꾼다. 
연: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물적 바탕이 안정되면 덜 혐오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먹고 살만한데 쟤가 동성애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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