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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퀴어 프로젝트 2회차 : 청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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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작성일 18-03-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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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비유>와 함께하는

무지개책갈피의 2018년 상반기 프로젝트 <읽는 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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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지역에서 5회차 릴레이 퀴어문학 독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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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청주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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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대담의 요약본이 실린?원고는?웹진 비유(view.sfac.or.kr)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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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퀴어, 우리는 어디서든 #2

도서: 김현 단편 「견본세대」

장소: 청주 꿈꾸는책방

주제: 퀴어의 집찾기 서사

참석: 다홍,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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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

다홍 : 초반에는 ‘나’가 자기 고통만 보는 사람처럼 나온다. ‘너’의 단점 아닌 단점을 나열하니까 더 현실적인 연인 관계 같기도 하고. 어떤 면이 사랑스럽다고 얘기했으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텐데, 이런 관찰은 오랜 시간 관찰을 해서 보이는 것 같다.

지혜 : ‘나’는 ‘너’가 가진, 자기랑 다른 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편 전형적이라는 말이 ‘나’가 보는 많은 사람들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너’에게도 적용된다. ‘견본세대’라는 제목이랑 관련된 건 아닐까.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눠본 것 같기도 하다.

다홍 : ‘나’랑 ‘너’라는 캐릭터가 보편적인 인물상 같아 두 사람이 한 세대의 견본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라면 동의한다. 평면적이진 않은데 충분히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다. 애인이 있다면 둘 중 어느 인물에 가까운지? 나는 ‘너’에 이입하며 읽었다.

지혜 : ‘나’에 이입하며 읽었다.

다홍 : 서로 배경이 다른 두 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 작품을 이해했다. ‘나’는 ‘너’를 초반부터 유복하다고 하고, ‘칭얼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정말 ‘너’가 그래 보이는지?

지혜 : 조금 더 예민한 사람 같아 보였다. 작은 개가 큰 소리로 짖는 것처럼, 자기가 더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유복한 사람 같지는 않다.

다홍 : 누가 더 예민하고 누가 더 여유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게 사실 둘 다 예민하고 둘 다 여유는 없다.

지혜 : 처음 장면의 운동화 에피소드는 어떤가?

다홍 : 싸니까 샀다면서, 비싼 거 사줄 거냐고 농담한다. 그런데 그 농담에 ‘나’가 상처받았을까? 농담으로 받아들여졌을까?

지혜 : 9년간 사귄 애인이니까 농담으로 지나치면서도 상처받는 그런 농담이었을 듯.

다홍 : ‘너’가 정말 화성이나 모오니오에 갈 만큼 유복했다면 이야기는 애초에 ‘집 찾기’ 서사라기보다 그저 그런 에피소드가 됐을 것 같다. 어려움이 별로 없을 때 서사라는 게 생기지 않으니까. ‘나’와 ‘너’가 집 찾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여유를 잃게 하는 것들이고, 악의는 없지만 포비아를 만났는데 ‘너’는 웃으면서 대한다. 나도 언젠가 독립을 할 텐데, (두 사람처럼 갈등을 맺게 될까봐) 슬프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지혜 : 그 포비아 말인데, 조순조를 ‘나’의 시점에서 사랑스럽게 그리고 있지 않나. 자신의 아버지, 외삼촌, 첫 남자와 동일선상에 놓으며 ‘친애할 수 있는 남자’의 삶이 조순조가 사는 아파트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홍 : 소위 인류애 같은 것일까.

지혜 : 인류애라는 게 존재하나? ‘너’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가 없으니까 견본세대를 보러온 둘에게 사무적으로 대하는 소장도 친근하게 그리고, 젊은 베트남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하는 조순조에게도 웃으며 대할 수 있다고 봤다.

다홍 : 조순조의 경우는 그 사람만의 서사가 있을 것 같아 궁금했다. 고독사 운운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다수의 말을 내재화한 혼자 사는 게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지혜 : 소수자라고 해서 소수자의 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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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소원이 이뤄지는 모오니오 호수

지혜 : 두 사람이 보러 간 견본세대에서 이전 거주자가 써놓은 낙서를 발견한다. ‘철새를 타고 아주 먼’이라는 말인데.

다홍 : 철새는 살기 좋은 곳으로 가니까.

지혜 : 돈도 안 들고 자기 날개로 가는 것. 얹혀 가고 싶다.

다홍 : 철새가 부러워졌다.

지혜 : 하지만 철새를 실제로 탈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철새를 타고 가장 작은 소원이 이뤄지는 핀란드의 호수를 보러 가자고 한 게 ‘너’다.

다홍 : ‘너’는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닌데, 현실을 일부러 잊고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다.

지혜 : 위로가 되는 거짓말 같은 것들. 그런 ‘너’를 위해서 ‘나’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해줘야지, 하고 다짐하는 부분이 사랑스럽다. 물론 ‘나’ 스스로를 위해서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내거나 믿지는 못하는 듯. 그런데 그 호수에서 이뤄지는 게 가장 작은 소원이라고 하는데, 가장 작은 소원이라는 게 뭘까? 소원에 우선순위나 크기를 매길 수 있는 걸까?

다홍 : 어떤 사람들은?

지혜 : 다홍님의 가장 작은 소원은?

다홍 : 내일은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

지혜 : 저는 삶이 알아서 끝나는 때까지 버텨내는 거? 근데 이건 가장 큰 소원이기도 하다.

다홍 : 소원에 대한 소망이 작다는 건지, 소원이 이뤄지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일이 작다는 건지 모호하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지혜 : ‘나’의 가장 작은 소원과 ‘너’의 가장 작은 소원은 뭐였을까.

다홍 :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같은 마음’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둘이 함께할 작은 방을 구하는 게 두 사람의 가장 작은 소원 아니었을까. 그런데 둘이 헤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슬펐다.

지혜 : 결말은 어떻게 읽어도 되는 것 같다. ‘나’가 보낸 문자에 ‘너’가 답장을 보냈으니까.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이 일 때문이 아니라 나중에 헤어질 듯.

다홍 : 헤어지지 않더라도 집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게 슬프다.


*근미래 배경, 소설 속 소설

지혜 : 저는 한 번 읽었을 때는 눈치를 못 챘을 정도

다홍 : 닭이 멸종됐다는 말이 나왔잖아요.

지혜 : 저는 고기로 있는 닭만 보니까 멸종된 거나 다름없다고 여겨서 살아 있는 닭을 신기하게 여기는 줄.

다홍 : 근미래로 설정한 이유는 뭘까요

지혜 : 잘 모르겠어요

다홍 : 그냥 그렇게 쓰고 싶어서? 내가 독립할 때는 근미래일 것 같다. 독립이나 동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는데… 애인과 함께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

지혜 :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싶네요

다홍 : 애인이 속눈썹이랑 아이라인이랑 그리는 걸 배워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샵에 들어가거나 샵을 차리거나 하면 어떨까 생각을.

지혜 : 화성에 돈 많은 사람들이 간다고 하잖아요… 모든 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집 찾기 서사라는 게 존재하지 않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사가 없나?

다홍 : 서사라기보단 에피소드 정도. 심각하지 않겠죠.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해소될 수 있는 불만족에 대한 것이지… 갈등에서 불가피한 일은 아닐 듯..?흰눈을 이식받고 ~하는 이곳에서와 다르게. 라고 반복되는 것이 슬펐음. 돈이 없는 현실…

지혜 : 돈이 없는 현실은 슬픈 거보다도 고단한 거 같음..

다홍 : '너'가?운석이 떨어지는 거대한 이야기를 썼다가 다음엔 작은 방에 들어가 작은 개가 나오는 소설을 쓰네요.

지혜 :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나’의 아버지나 외삼촌이나 첫 남자는 '발견됐다'고 적혀있는 게 시체로 발견된 것 같은데, 운석이 실제로 떨어졌나? 운석이 떨어져서 집을 찾는 게 더 힘들어졌나? 싶었던. 운석으로 황폐해진 종암동을 벗어나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다홍 : 그렇다면 왜 ‘나’만 이렇게 필사적일까요

지혜 : 종암동에 안 사나보죠

다홍 : 종암동에 운석이 떨어졌다고 말한 건 ‘너’인데요

지혜 : 한번?과잉해석 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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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산다면 피하고 싶은 차이점, 공통점

다홍 : 애인이나 가정에서 누군가 같이 산다고 피하고 싶은 차이점은 뭐가 있나요?

지혜 : 피하고 싶은 공통점은 있음.. 가난.. 나이가 있는 사람이 좋아 보이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니까.

다홍 : 피하고 싶은 공통점은 있음.. 정병.. 좀 안정적인 사람이랑 교제하고 싶어요.

지혜 : 정병보다는 가난이 더 안정적으로 보임.. 결국 다들 자기보단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해..

다홍 :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피하고 싶은 차이점. 아파 본 적 없는 사람은 싫음. 나이브한 사람. 활동가 하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 음지에서 만나면 됐지, 이러면 못 만날 듯.

지혜 : 소설에선 ‘나’가 좀더 음지에서 만나면 됐지 파로 보이지 않나요.

다홍 : 맞아요. 엄청 클로짓일 듯. 근데 ‘너’도 거기에 이견은 없는 듯. 약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해도. 적어도 그런 말을 들으면서 웃지는 못하는.

지혜 : 퀴어포빅을 떠나서 베트남 신부 부분을 더 못 견뎠던 것 같고.

다홍 : ‘나’는 ‘너’처럼 애매한 거부감을 표하는 것도 표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어떤 상황에서 체념을 한다면 ‘너’보다 ‘나’가 먼저 할 것 같다.

지혜 : 그런 성격인데 집은 용케 같이 구하자고 했네요.

다홍 : 같이 살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필사적이었던 게 아닐까... ‘너’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어땠을까요.

지혜 : ‘너’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나’의 구질구질함이 안 보일 듯. 조순조 앞에서 웃어넘길 수 있는 대범함을?매력으로?생각할 수도 있겠죠.

다홍 : 일인칭에서 ‘나’는 구질구질하게 마련. 깔끔하면 기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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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로서 집찾기

다홍 : 아직 독립을 하지 않았다. 집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다.

지혜 : 집은 중요하다. 생활 반경이 집을 거점으로 정해지니까. 나는 수도권 출신이 아닌데 청소년 시절엔 서울로 도망치고 싶다,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대학 진학을 계기로 실제로 그렇게 했다. 다홍님은 타 지역 대학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았는지.

다홍 : 그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퀴어라는 게 나고 자란 지역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데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었을까?

지혜 : 없지는 않겠지만, 가족과의 갈등만 있었더라면 경제적으로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 독립하지는 않았을 것. 지금 사는 곳은 위험하고 저렴하다.

다홍 : 청소년기에는 얼른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대학 진학 후에는 계속 가족과 같이 살아도 될 것 같다. 가족이 퀴어 친화적이지 않은데도.

지혜 : 가족에게서 독립해서 집을 합친다는 건 결혼이 연상되기도 한다. ‘나’와 ‘너’가 집을 찾으며 맺는 갈등이 헤테로 커플이 결혼 준비하면서 맺는 갈등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다홍 : 우리 문화권에서는 결혼할 때 가족이 합쳐지니까, 그 과정의 갈등도 크다.

지혜 : 다홍님 주변엔 결혼한 퀴어가 있나요?

다홍 : 있으세요. 저도 청첩장을 받기로 했어요. 처음으로 지인의 청첩장을 받는 거예요. 둘 다 커밍아웃은 하지 않은 상태고, 지인들을 불러서 간단하게 식을 올린다고 하셔서 신기할 것 같아요.

지혜 : 그런데 이 둘은 어떤 상황인 걸까요..?

다홍 : 클로짓인 것 같아요.

지혜 : 소설에서 가족 얘기가 진짜 하나도 없죠.

다홍 : 일부러 뺀 것 같을 정도로 없어요. 가족과 실제로 단절된 상태이거나,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커밍아웃하지 않았다면 단절된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족 언급은 없는 것 같다. 나이 든 동성 커플의 경우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 사실만으로 주변 반응이 자연스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혜 : 그렇더라도 함께 사는 사람이 필요하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다홍 : 독립을 한다면 애인과 함께 동거하고 싶다. 이 소설보다 희망적인 미래가 기다렸으면 좋겠고, 그럴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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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D

읽는 퀴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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