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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퀴어 프로젝트 1회차 : 춘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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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작성일 18-02-11 11:30

본문

 

웹진 <비유>와 함께하는

무지개책갈피의 2018년 상반기 프로젝트 <읽는 퀴어>!

 

비수도권 지역에서 5회차 릴레이 퀴어문학 독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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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춘천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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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대담의 요약본이 실린 원고는 웹진 비유(view.sfac.or.kr)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는 퀴어, 우리는 어디서든 #1

도서: 황정은 단편 「뼈도둑」

장소: 춘천 책방마실

주제: 상실한 것과 얻은 것

참석: 보배, 다홍, 지혜, 닥닥이, 쑤, 현정, 보라, 조재

 

*첫인상

보배: 주제는 새해라서 이렇게 정했다. 1월에는 어딜 가나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올해 딱 서른이 됐는데 긍정이 넘치는 새해 에너지를 견딜 수 없는 인간이 되어서 얻은 것보다는 잃을 것을 생각하게 되고, 잃어갈 것을 생각하게 되고, 상실 하면 황정은의 뼈도둑이 떠올라 골라 보았다. 다들 읽고 어떠셨는지. 두 번째로 읽었는데 첫 번째로 읽었을 때는 재난상황인 것도 몰랐지만 이야기할 거리가 많더라.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이 어떠신지? 문학 전공자 중에 황정은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뼈도둑>은 유독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닥닥이: 전공병이라 검색해 봤는데 평론도 하나 없더라.

쑤: 분량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느낀 점이 크게 생각이 안 났다. 주인공이 대피도 하지 않고 남아있는 배경을 과거 회상으로 보여준 것 같은데… 와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왔다.

보라: 어젯밤에 급히 읽었는데 아주 재밌게 본 게 단편인데도 완결성이 있다. 첫 구절과 끝 구절이 같은데, 끝까지 읽고 나서 첫 장을 펼쳤을 때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좋았고, 장은 표출하는 성격인 데 반해 조는 그렇지 않은 편, 눈이 침묵하는 느낌도 있고, 가만히 조용히 쌓이는 모습이 주인공의 성격과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처음으로 나가는 느낌인 장면이 눈 속으로 뛰어 나가는 장면이 좋았고, 조가 무언가를 훔치고 싶어하는 욕망이 드러나는 면도 재밌게 봤고, 생각할 게 많았다.

연홍: 훔친다는 표현이 나왔는데 과거 회상에서 장의 집을 돌려달라고 듣는 것과 맞물려 읽혔고, 눈 소리에 깼다는 게 예민함으로 읽혔다. 과학적으로도 눈이 내리는 날에는 조용해진다고 들었다. ‘상실한 것과 얻은 것’에서, 요즘 활동 쪽에 슬럼프, 정신건강을 챙기겠다는 이유로 현실에서 도피를 했었는데, 얻은 것이 있다면 현실에 저항하는 동기를 얻은 것 같다.

 

*퀴어 독자가 읽은 「뼈도둑」

보배: 상실한 것과 얻은 것을 독자가 상실한 것과 얻은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퀴어문학으로서 읽자면 조가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었다는 게 자주 나온다. 장은 어떤 부당한 상황에도 말하고야 마는 인물인데, 슬프게도 장이 죽었다. 침묵하지 않으면 소수자는 위협을 쉽게 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은유적으로 보여준 것 같았다.

연홍: 체념과 침묵이 닮아있다.

보배: 퀴어 당사자로서 교회 장면/손 잡고 지나가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연홍: 지인이 비슷한 상황이었을 때도 생각남.

닥닥이: 집을 돌려달라고 들었을 때를 피곤한 상황으로 그린 게 인상깊었다.

보배: 비슷한 조혜진 작가의 단편도 생각난다. <월요일에 만나요>에 수록된 게이 커플이 등장하는 소설. 그 소설은 비슷한 상황을 둘이 차고 안에서 섹스를 하는데 차고 문이 열렸다는 식으로 나타내서 너무 과장된 점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현정: 지금 읽으면 재난 상황인지 모르고 엄청 춥다는 인상만 있어서… 지금 상황이랑 잘 어울린다. 얻는 것 없이 모두 잃는데, 다 잃고 나서 주인공이 오히려 후련해 하는 것 같았다. 다 잃고 나서야 뭔가를 얻은 느낌. 재난 상황이 돼서 남들도 잃을 것을 잃고 나니까 이제 겨우 주인공과 비슷해진 느낌. 사실 재난이 아닐 수도 있고, 주인공의 마음에 이 상황이 재난 같다는 생각.

보배: 사실적인 재난 소설이 아니라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닥닥이: 단편소설은 사실적인 재난 소설일 필요는 없다.

쑤: 뼈를 훔치러 간다는 것이 다 자포자기한 것 같았다.

닥닥이: 쌀 한 톨이라도 더 있을 때 출발하자는 거에서 완전 반대 해석이 가능하다. 집을 잃으면서 대부분의 물리적인 흔적을 잃었을 텐데, 복덕방 주인과 얘기할 때도 장을 떠올린다. 물리적인 흔적 하나가 남은 것을 찾으려고 뼈를 찾고, 자기 삶을 찾으려 가는 게 아닌가.

쑤: 가는 만큼의 식량을 마련해 놨는데 그 이후의 것은 마련하지 않았다. 본인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더라도 그 이후의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보배: 일부러 그 부분을 비워놓은 것이 여튼 출발이 중요했던 거고 웬만한 의지란 게 없었던 사람에게 강렬한 의지

보배: 장이 죽었는데 조는 장을 기억함. 장의 얼굴은 기억 못하면서도 만지고 닿아서 느낀 몸의 요철.

지혜: 누가 기억하죠

보배: 독자?

닥닥이: 죽고 살고는 안 중요하다

지혜: 아니 중요해요(ㅠㅠ)

보라: 뼈도둑이 정말 누굴까? 가족과 세상이 정말 뼈도둑이고 자기 것을 되찾으려 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장에 대한 서술 중에서 키가 작고 체온이 높은 사람이었다. 장이 사라진 상황, 불씨를 아끼고 있는 상황도 그렇고.

닥닥이: 2011년 작품인데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게 집도 돈도 안 주면서 이탈하는 사람에게 압박을 가함. 사실은 관심도 없으면서.

보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에 공감, 얼마 전에 뉴스를 봤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가 50년 동안 여고동창이랑 같이 살았는데, 여고동창이 죽은 다음 동거인이지만 당신 집이 아니니 나가라고 해서 갈 곳이 없어진 후 투신자살을 한 것. 50년을 함께 산 배우자를 ‘동거하던 여고동창이 죽은 뒤 투신자살한 노인’으로밖에 묘사가 안 되는 게 슬펐다.

닥닥이: 현실적으로 전혀 보장이 안 되는 관계라는 사람을 생각 못 하고… 동반자법 중요. 죽은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건 살아있는 사람이니까

보라: 그 사람이 눈 속으로 사라진 후의 미래는 없는데, 그 사람이 거기 뛰어들 생각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봤음. 이게 어차피 안 될 걸 알아도 가는 사람이 있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섭지만 가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함.

보배: 말씀하신 데 100% 동의하나, 죽음이 삶보다 의미없다거나, 어떤 죽음이 어떤 죽음보다 의미없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살 수 있었고, 갈 수 있었다’는 말이 마지막에 나오는 걸 보면 희망적이다.

닥닥이: 불교적으로 보면 순간이 영원이니까, 1초를 살아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보라: 꿈보다 해몽일 수 있겠지만, ‘그대’라는 2인칭이 사용된 순간, 이 기록을 눈 속에서 발견할 것이다, 라는 문장에서 조는 ‘그’가 아니라 ‘나’이다.

보배: 조가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 뼈를 갖고 싶었던 순간이다. 조가 장에게 품고 있는 마음이라는 게 굉장히 거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연애소설 같았다.

닥닥이: 연애소설 맞죠. 비슷한 류로 윤이형의 <루카>. 거기서는 세상과 퀴어의 화해와 부딪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여기서 퀴어 서사를 빼고도 ‘조’라는 한 인간이 어떻게 한 발자국을 내딛나, 하는 것이 독특한 지점으로 읽힘. 퀴어 소설은 퀴어 라는 것에 묻혀버리는 게 있는데,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주제적인 면에서 인간 보편의 감정을 다루었다는 게 뼈도둑의 특성이 될 수 있겠다.

보배: 어떤 소설이든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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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에 대해

조재: 둘이 손 잡고 가다가 아저씨 만나는 장면… 지역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 보게 됨. 누군가가 자기에게 그것을 이유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손을 잡고 걷는 건데, 만약 춘천에서라면 정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 이입을 많이 했다.

현정/쑤: 소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것… 여자/여자라도 미묘한 정도의 차이가 있고, 좀더 보수적이고 아웃팅 위험도 있고

닥닥이: 손도 못 잡나요?

보라: 손은 잡을 수 있긴 한데 한 쪽이 보이시하거나 짧은 머리카락이면 다르게 보기도.

지혜: 바지 입고 다니고 짧은 머리인 선배랑 평범한 여학생 복장인 친구가 있으면 당연히 그런 사이인 줄 생각했었다..

닥닥이: 경상도에선 뽀뽀해도 모르던데?

보배; 경상도에서 뽀뽀할 수 있는 사람은 춘천에서도 서울에서도 뽀뽀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홍: 친구끼리 뽀뽀할 수도 있지 같은 말이 더 퀴어를 지우는 말이 되고

조재: 데이트를 한다면 차가 없다는 가정하에 다닐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닥닥이: 사람들 피하자고 산골짜기에서 데이트를 할 수도 없고

보배: 저도 고등학교까지 작은 소도시에 살았는데… 춘천에선 커뮤니티가 어떻게 되어 있나.

쑤: 트랜스젠더 바가 있었다. 그게 전부인데 몇 년 전에 없어졌다.

닥닥이: 그나마도 커뮤니티가 아니고, 트랜스젠더 있으니까 남성분들 오세요~ 전시형 업소같은 느낌 아닌가? 어머니 시절부터 똑같고 어머니는 집 근처에 트랜스젠더 바가 있어서 얘기를 많이 해 봤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직업적으로는 달라진 점이 없음…

여성 작가들/남성 작가들 모두 남성 퀴어만 거의 쓰는 게 너무 아쉬움 문학계의 관행인 듯. 남성 동성애자면 보통 인간에 동성애만 얹으면 되는데 여성 동성애자는 여성 얘기까지 써야 하니까… 지금 가시화는 되면서 부딪히는 부분인 듯. 점점 기독교 세력 쪽에서도 북한으로 안 먹히니까 주적을 게이로 치고, 젊은 세대까지도 먹힐 수 있게 하는 상황인 것 같아서… 근데 이제 퀴어 축제 대구/부산에서도 열리고.!

쑤: 제주도도 칭찬해 줍시다

현정: 주인공이 항상 도둑맞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돼서야 드디어 도둑질을 하러 간다. 첫 부분이 나에 대해서 ‘그’, ‘그새끼’, 등등 꼬리표를 붙이는 것으로 읽힌다. 설사 내가 말을 한다고 해도 내 말은 그냥 묻히고 마는… 죽은 장은 죽어서까지도 도둑맞은 채로 있는, 온전한 나로 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닥닥이: 조가 조용한 존재로 살아가는 게, 라벨링을 벗기 위해서 라벨을 되새겨야 한다. 예를 들어 김치녀 라는 이름이 붙으면 그것을 전복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타자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내 인생에서는 주체이지만 모든 곳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말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싸워보기도 전에 피곤한 거니까.

현정: 손 잡고 다닐 수는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정상성이 기본 타입으로 잡혀 있는 경향. 나이가 차면 연애를 하고, 남자 여자 결혼하고 애를 낳고, … 그런 흔히 아는 정상가족에 대한 인식이 많다는 생각. 춘천은 고령화가 되어서 노인도 많고, 가장 많은 인구 거주층이 공무원이고, 돈을 쓰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온 이주민이에요. 술도 많이 사고 자취하면서 빈 집도 채우고. 하지만 있다 갈 사람이니까 대충 홀대하는 느낌도 있고. 지역에 거주하지만 지역에 속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

닥닥이: 스물넷밖에 안 됐는데 결혼 언제 할 거냐고 함.

조재: 취직할 데가 없어서 다 서울로 떠나는데, 그래서 어떤 활동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지금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은 있겠지만, 대학의 동아리라는 것 자체가 물갈이가 되는 시스템. 장기적인 활동이 불가능. 지역성을 살리면서 활동하고 싶다면 사람이 먼저 필요한데, 활동하더라도 다들 서울로 가고. 지금 오신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나요?

보배: 맞아요. 위기지원센터처럼 비영리단체로 생기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활동이 되기에는 기반이 너무 닦여 있지 않다.

현정: 중앙도 갈 수 있고 지역도 올 수 있는데, 둘 차이가 너무 크다. 홍대/춘천 가는 시간은 비슷한데, 춘천은 무조건 택시 타야 하고, 막차가 10시이고. 아는 사람도 몇 없는데 1년은 하더라도, 2년은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총대를 멨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닥닥이: 포항에서 살다가 부산에 자취를 하면서 괜찮나? 했는데 다른 지역은 말이 사근사근하고 친절함. 친척 중에 경상도 안동을 갔더니 팔다리가 나뭇가지 같은 할머니가 건장한 남자들 있는데 상 다 차리고 있어. 벗어날 거예요.

현정: 춘천이 다른 지역과 뭔가 다른 게 있나 고민해 봤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itx나 경춘선 때문에 심리적/물리적 거리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빨대효과: 지방이 중앙에 편입되는 효과. 원래 기대했던 중앙과 지방의 원활한 이동 대신. 돈/인재가 아예 서울로 유출되어버리는. 강원도 전체가 인력난이 심한데… 5년쯤 되면 데이터가 쌓이니까 안일하게 만들지 않았나 보는 부분. 강원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제주도보다도) 더 고립된 느낌.

닥닥이: 수도 이전한다면 강원도여야 할 것 같은데.

현정; 혁신도시 원주가 있지만 빨대효과가 춘천보다 더 심각. 아파트를 지어놓고 공무원들 살면서 출퇴근 하라고 해놓았지만 그냥 빈집이다. 원주랑 서울이랑 고속도로 워낙 잘 되어 있으니…

왜 안 사는지 보니 우리 아이를 여기서 교육시키기 싫다 라는 이유가 컸음.

중앙과 밀접하니 차라리 중앙에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됨.

닥닥이: 제주도는 국제학교가 있어서 학군이 좋아요. 서울의 여느 구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나음. 포항 같은 경우 지곡이라고 해서 교육열이 높은 동네가 있고, 포스코/포항제철 특목고가 있으니 포스코 취업한 사람들이 단지에 사는데, 포항 말도 아니고 서울 말도 아닌 말을 써서 ‘지곡어’라고 구분하듯이/비웃듯이 말함. 제주도도 제주 말도 아니고, 서울 말도 아닌 편린 같은 것이 있음.

현정; 교육열은 춘천이 가지고 있는 주 사업이 다름(관광도시/행정도시/대학도시). 포항은 제철/서울은 이것저것/제주는 관광사업 / 춘천은 민간이 하는 관광이라기보다 정부가 하는 관광. 개인이 만든 아이템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을 정부가 홍보 정도만 하고, 일을 하려면 정부와의 협업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할 정도. 가장 이상적인 계획은 대학생들을 인력 풀로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학생들은 아이템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으니 정부 지원 또는 교수님의 허가가 있어야 함.

조재: 문화기획 쪽 일을 했었는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문화재단이라든지 그런 곳에서 사업을 따와야 하는데 거기도 남초여서 지원금을 따오는 것 자체가 예를 들어 여성단체라고 한다면 공무원들의 틀에 맞는 것을 따오기가 어렵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춘천에서 공공기관의 힘이 너무 셈.

쑤: 대대로 살고 있어서 매우 보수적(부모님이 모두 공무원이거나, 둘중의 하나가 공무원/선생님)

현정: 구조적 공백 – A와 C 사이에 있는 사람 B. 춘천은 구조적 공백에 놓인 사람이 다양하지 않다 보니 이런 사람의 입김이 매우 세다. 공무원 또는 공무원과 연관된 사람. 그 사람 눈에 잘 들면 취업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있고. 작년 강원랜드의 부정취업을 쉽게 예로 들 수 있음. 감시하는 사람이 많으면 괜찮은데 한정적이다 보니.

닥닥이: 문화계 얘기하니까 문단도 그런 상황이잖아요. (김훈 <언니의 폐경> 언급) 여자가 그런 문학(남자의 몽정에 대해 말도 안 되게 쓰는)을 썼다면 출판이나 됐겠나.

여성이 여성 문학 쓰려면 등단을 하고 나서 뒷통수 때리는 수밖에 없음.

보배: 이 가난한 판에서

닥닥이: 가난한 판이니까 나눠 먹을 파이가 없으니까 있는 사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연홍: 문창과는 여초인데 어떻게 문단은 남초?

닥닥이: 얼마 없는 남자애라고 밀어줘요

쑤: 친구가 디자인과인데 얼마 없는 남자애라고 인턴 보내주고, 애제자는 전부 남학생

닥닥이: 여자애 키우기 어렵다는 걸 아는 거지. 데뷔하고 나면 남자가 돈은 더 잘 받고. 재능은 없는데 기회는 많이 주고 있는 상황. 장르소설 쪽에서 남자 이름 걸어 놓고 여자들 데리고 공장 돌리고. 착취만 당하고 있는 거 같애.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사담

보배: 신년을 맞아 얻은 것과 잃은 것.. 개인적인 회고를 나누어보자.

현정: 잃은 것 – 학교 휴학, 알바 그만둠, 대인관계도 많이 줄여서 올해 목표는 쉬기입니다. 자발적으로 잃은 것들도 있는데, 환경적으로 잃게 된 것도 많음. 집은 경기도, 학교는 춘천, 사람 만나러는 서울로 갑니다.. 얻는 건 많이 얻는데(사람, 활동, 전시…) 에너지를 많이 잃게 돼서, 많이 줄이고 아끼고 채우자는 의미에서 올해 목표는 덜 일하자… 근데 사주 보는 분이 죽을 때까지 일할 운명이라고 했습니다ㅠ ㅠ

쑤: 얻은 것 – 요통과 난시, 학점, 잃은 것: 시력.. 시간.. 돈..

닥닥이: 잃은 것밖에 없어..

보배: 얻은 것 –돈과 세속적인 욕심  / 잃은 것 – 기억…. 애인… 시간…. 독서량… > 근데 신년 되면 새로우세요?

쑤: 올해 별로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닥닥이: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이런 감흥이 사라지는 듯

쑤: 학창시절 때는 반도 바뀌고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출석번호도 바뀌는데… 대학에서는 맨날 듣는 수업, 맨날 보는 교수님… 새로 바뀌는 것이 직접적인 영향이 있진 않으니까 점점 더 무뎌짐

연홍: 처음 경험하는 게 점점 없어지고 예전에 했던 것 또 하고 하니까

닥닥이: 안 해본 것들은 많은데 안 해 본 것들을 새로 할 에너지가 없다 스무살이면 처음으로 술, 담배, 클럽…! 간단하게 할 것들이 많았는데 새로운 것을 하려면 준비할 게 많다 / 못 가 본 곳이 옆 도시, 옆 나라, 저 먼나라 … 이렇게 되니까 웬만한 것이 신선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해도 기시감 때문에 이미 겪어본 것 같다.

지혜: 얻은 것: 화 / 잃은 것: 감흥. 분노가 행동의 에너지가 되어요

현정: 올해 목표가 덜 일하기, 쉬기, 좀 더 주변을 사랑할 것, 사랑을 더 얻고 싶다. 작년엔 힘드니까 예민해져서 굳이 미워할 게 아니라도 사소한 것에 너무 화를 내게 됐었다. 이 책을 보고 좋았던 게 ‘나는’이라고 잘 안 쓰고, 내 삶에서 주어가 없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화를 내더라도 나로서, 주체적으로 화를 내고 사랑하기를 바람. 손 잡고 못 가는 거 보면 나로서 사랑하지 못하는 거죠. 남에게 쉽게 소개하지 못하고 ‘친한 사람’ ‘친구’라고 말했어야 했던 게 생각 나서 싫은 …

조재: 신년이 된 감흥이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요즘엔 오히려 감흥이 있는 편. 원래 같이 활동하던 공동체가 지금은 흩어져 있는데, 거기에서 타로를 해요. 한 해 어땠는지 돌아보는 등 감흥. 올해는 무난/무탈.

일동: 최고인데??

닥닥이: 저희 지금 80대 같아요

현정: 할머니들의 분노는 이상과 다르게 체력이 따라주지 않고 20대는 가장 화가 많이 나는 시기..

연홍: 화가 많은 거랑 화를 낼 수 있는 거랑은 다름

닥닥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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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분들과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D

읽는 퀴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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