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1기 3회차 :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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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1기 3회차 :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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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2-09-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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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편의 단편을 읽었는데, 비교적 피로가 덜 느껴졌다. 일정한 톤앤매너를 지닌,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작품들이견고하게 짜여있다는 감상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서사가 강렬하다기보단 공간과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감정이 매우 섬세하다고 느꼈다. 여성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도 개인적으로 좋았고, 여러 형태의 관계를 보여주는 방식이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매몰되어서, 관계에 있어 결벽적으로 굴었던 시간이 생각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오히려 누구에게나 상처주기 쉬운 상태였다. 상처를 받는 것과 상처를 주는 것이 갈림길처럼 양자택일을 요구한다는 것 또한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가고, 만나는 일과 헤어지는 일이 함께 있고, 세상에는 종종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은 비극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좀 더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종종 드러나는 인물들의 퀴어 정체성과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불편함이 공감되면서도, 그 요소를 과하게 파고들지 않고 전개되는 소설이 좋았다. 괜히 타인에게 관찰당한 느낌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지닌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편안함을느꼈다. 그러면서도 짙은 외로움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묘하게 고립된 감정.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던 소설집이었다. / 다홍



모든 사람들은 퀴어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행복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열망하는 행복을 위해 기꺼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 퀴어성 이라고 한다면 성적 지향을 넘어선 퀴어함이 존재하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그런 의미에서 퀴어한 여성들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웠던 쓸모없는 것들을 해변에 버리고 왔음에도 그것의 존재는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 존재는 마음과 합치되어 새로운 시간을 생성한다. <내가 울기 시작할 때>에서 등장하는 ‘삼’은 주인공이 울면 가만히 그 시간을 함께해주는 존재다. ‘삶’은 현재의 시간성을 넘어 사라졌다고 생각해온 ‘삼’과 같은 존재들의 응축된 마음으로 지탱된다. 내가 마음을 둔 누군가가 나를 불쑥 떠올리기 때문에 삶은 새롭게 이어지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이 나에게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불쑥 떠올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울기 시작할 때> 의 주인공은 죽었지만 살아있다. 마음의 파편들이 서로 이어져 있고 그것들이 영원한 시간 속에 머문다면, 또 그 존재가 희미하게라도 보인다면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공원에서>의 수진처럼 끝없이 사랑하며, 공들여 삶을 살아내고 싶다. / 하다



소외된 자들에 관한 단편집.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잔잔해서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몇 가지 단편이 있었다. '사랑하는 일'은 연인과 친구의 차이란 대체 무엇인지, 로맨스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단편이었다. '그런 나약한 말들'은 선생님과 정은, 혜수가 나오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좋아해 본 경험이 있어서 선생님을 (어떤 의미로든) 사랑했던 정은에게 이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은 파트너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단편이었다. / 일리구



김지연 작가의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는 공백을 마주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이제는 옆에 없는 사람,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부재의 모습이 등장인물 곁에 함께 한다. 작가는 그들이 요란한 방법으로 공백을 만나게 하지 않는다. 죽음도, 이별도 그들에겐 일상의 작은 조각처럼 여겨진다. 

 수록작 <작정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의 주인은 내게 점점 더 구체적인 사람이 된다." 소중했던 것의 부재로 힘들었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내가 배워온 공백의 시간은 괴롭고 힘들기만 한 것이어서, 책을 읽으며 내 주변의 공백을 마주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다. 어렵지 않았다. 여러 번 되뇌어보는 것. 그것에 이름을 붙여 공백을 구체적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내 일상의 틈에 공백을 들여보내는 것.

 난 이제부터 내 주변의 이름 없는 공백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 아영



오랜만에 단편집을 읽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단편집을 읽으려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마음에 없는 소리』 속 세계는 갈등이 크거나 특별히 인물들에게 적대적이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사회에서 생겨나는 죽음과 불가사의가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다뤄진다. 덧붙여 작품 한 편의 인상이 강했다기 보다는 각 편이 나열된 순서와 그들의 관계성을 살피는 일이 즐거웠다.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과 「결로」, 「작정기」에서는 시간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을 눈여겨 보았다. 「굴 드라이브」를 읽고서는 내가 나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일」을 통해서는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도 되겠구나, 하며 나와 나를 둘러싼 작은 사회를 더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울기 시작할 때」와 「공원에서」를 읽으면서는 언어에 관해 생각했다. 말로써 취급되지 않는 말들은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안내받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삶은 아니지만 분명히 내 삶의 일부이므로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받은 힘과 슬픔을 당분간 잘 간수하려고 한다. / 해수



알고 있다, 는 감상이 먼저였다. 이 작가는 정확히 알고 있다고. 공감이 갔다는 표현은 너무 가볍고 나와 비슷하다는 표현은 너무 섣부르게 느껴진다. 다만 나는 <마음에 없는 소리>에 담긴 이야기를 마치 내 것처럼 읽었다. 그럴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소급해볼까. 곤충마냥 머리, 가슴, 배로 나뉜 몸으로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지만 사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머리, 가슴, 배인지, 감정은 어디부터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그런 나약한 말들」). 여행지에서 렌트카가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연유만큼이나 미스터리한 애정과 미움과 죄책감 속에서도 "큰 것을 무화시키는 작은 이름들"을 기억하고 부를 수는 있다(「작정기」). 고등학교 때 자신을 싫어하던 반장을 결국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그래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야 고향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마음에 없는 소리」).

  그리고 알고 있다, 의 정점에는 「사랑하는 일」이 있다. 몇 달의 간격으로 이 소설을 세 번 읽었는데 다시 읽을 때마다 더 좋아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매번 찌르르르했다. 여성 퀴어 커플의 섹스리스 갈등, 악의 없이 멍청한 소리를 하는 가족들 앞에서 '어쩌라고' 싶어지는 마음, 여하간 죽도록 행복해질 거라는 다짐과 사랑에 대한 믿음까지. 나는 이 소설의 부분 부분을 깊이 아낀다. 이런 소설을 함께 읽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다른 사람이 되고 매일 사랑하는 일을 하"게 하는 동력인지 모른다.(253쪽) /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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