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 엿보는 소년의 성장기 - 권하은, <비너스에게>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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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로 엿보는 소년의 성장기 - 권하은, <비너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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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9-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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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은 장편소설 <비너스에게> 자음과모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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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에도 국내 청소년 퀴어 소설의 리뷰를 쓰려고 한다. 앞서 리뷰를 남겼던 <줄리엣클럽>과 같은 해에 출판된 <비너스에게>의 주인공은 게이이다. <줄리엣클럽>과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를 비교하며, '퀴어가 주인공이 되어가는 시간'을 강조한 것은 필자의?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비너스에게>는 주인공인 성훈의 삶을 굉장히 역동적인 성장서사로 보여주며 소수자를 보여준다. 역동적인만큼 타자화나 대상화의 위험이 컸다는 것은 <줄리엣클럽>에서도 보였던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가 모여 서로의 상처를 이겨나가는 등의 소재들과 주체적으로 사랑을 꾸려나가는 스토리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여기까지가 간단한 책소개와?전반적인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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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게.

이제 내가 왜 하필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됐나 이야기할 차례야. - 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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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성훈은 자신의 성적지향을 부정하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성교제를 과시하던?'디나이얼 게이'였다. 그리고 학교 선배인 '군'을 만나며 지독한 짝사랑을 앓고, 그 일련의 감정과 실수는 소설의 첫머리를 충격으로 장식한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스토리 안에서 작가는 혐오를 굉장히 자세하고 생생하게 서술해냈다.

?소설은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이어진다. 마치 안네의 일기처럼, 주인공인 성훈은 상담가 '양나'의 추천으로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게 된다.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여신인 비너스에게 남기는?편지인 만큼?성훈의 일기엔 사랑의 감정이 유독 짙게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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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그건 무척 이상한 기분이었어. 내게 뭔가 끔찍한 문제라도 있는 양 취급을 받다, 갑자기 가장 정상적인 존재가 돼버리는 것 말이야. -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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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은?상담소의 아이들을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개해나간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점은 소재의 가벼움이었다. 대마초를 피우던 아이, 학교폭력 피해자인 아이들이 묘사되는 방식이나, '정상'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는 성훈의 태도가 걸렸다. 말고도 역동적인 스토리를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이 실제 청소년의 시각에서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여기까진?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에서 보이는 점이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른의 시점에서 보는 청소년의 성장기는 조금 판타지스럽다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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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그런 게 있어. 가지기 어려운 것일수록 쉽게 가질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하게 되지.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그야말로 엉망진창, 누구든 나를 원하기만 하면 거리낌 없이 섹스했어. -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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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결핍을 겪고?성장하는 인물은 성훈과 다른 아이들 뿐이 아니다. 양나는 현재의 애인, 현신은 과거를 통해 결핍을 드러낸다. 다행인 것은 이성애자인 성훈의 엄마에게도 그런 결핍이 서술된다는 점이다.?앞 뒤 자르고 읽는다면 호모포빅으로 봐도 무방했을 것이다. 다소 예민한 소재였지만,?국내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소설에?종종 등장하는?섹슈얼한 소재를?높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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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아쉽게도 바이가 아니야. 바이면 얼마나 좋겠니. 남녀 가릴 것 없이 정말 좋은 인간과 사랑할 수 있잖아." - 129p

"나는 우리 가족에게 자신의 한계를 넓혀보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아. 너무 사랑하고 있으니까." - 202p

나는 그 파티에서 나온 많은 말들이 일반적인 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는 내 친한 친구 영무와도 절대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알아. - 2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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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쓰인 시점에서 몇 년이 지난 지금,?몇가지?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성적지향에 대한 이해과 커밍아웃에 관한 것들이었다. 어제가 바이섹슈얼 프라이드 데이였던 만큼 위?문장을 지적해본다. 퀴어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바이 혐오를 겪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영?좋지 않은 문장이었다. 낭만화는 대상화, 곧 혐오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에 관한 현신의 발언도 달갑지는 않았다. 굳이 소설 속에서까지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고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성소수자를 떠나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한지 못한다고 해서 행복한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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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끝이 다가오니?말해본다. 작품은 충분히 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퀴어?당사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커밍아웃에 대해 수차례?고민하며?비성소수자 친구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는 입장에서 나오는 불편함이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퀴어 인식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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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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