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이름의 요양병원 - 강지영, <프랑켄슈타인 가족>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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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이름의 요양병원 - 강지영, <프랑켄슈타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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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5-2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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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장편소설 <프랑켄슈타인 가족> 자음과모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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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내용을 제목과 연관지어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이렇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이어붙어져 살아가는 대안가족 이야기이다. 퀴어문학리스트에 올라온 바에 의하면 작품 내에는 동성애자(레즈비언), 기혼이반, 대안가족 소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심적인 내용은 바로 대안가족이라는 소재에 있다. 대안가족이란 간단히 말해서 혈연관계나 혼인을 통해 맺어진 관계가 아닌, 타인이 모여 어떤 공동체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을 말한다. 결혼이나 친족을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조금 흔하지 않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속에서는 각각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그로 인해 어떤 동질감을 갖고 살아가는, '프랑켄슈타인 가족'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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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꿀 수 있는 신약이 있다면 그 역시 영국으로 날아가 강제로라도 아내에게 먹이고 싶었다.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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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은 목사인 남편의 컴퓨터에서 게이포르노를 발견하고 정신과의사인 김 박사에게 찾아온 목사의 아내로 시작된다. 전형적인 퀴어포비아 부인은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냐며 김 박사에게 애원하다시피 하지만 박사는 동성애를 치료하는 신약, 이라는 말에서 어이없어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소설 속 그 부인의 역할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전조였다. 기러기 아빠였던 박사의 부인이 레즈비언 제시카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다. 키워드에 적혀있었던 레즈비언, 기혼이반은 이 작지만 큰 에피소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 박사가 퀴어포비아는 아니었다. 위에 인용한 구절 바로 뒤에서 그는 자신도 다른 환자들과 다를 바 없는 세속적인 인간이구나, 하며 절망한다. 아내보다는 그 문제로 인해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질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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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김 박사의 가평 전원주택에 함께 갈 회원을 모집합니다. -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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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지만 짧았던 아내의 커밍아웃 오프닝 뒤,?가평에 있는 주택으로 떠난 김 박사를 찾는 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그의 환자들이었다. 주로 상담을 통해 친근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주던 그가 사라지자 긴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기어코 그의 집에 찾아가기로 한다. 심각한 강박증 환자 나석,?목욕탕 트라우마를 지닌 여배우 가인과 섭식장애 환자 미아 등 다들 각자의 사연과 정신질환을 들고서 전원주택으로 향한다. 유감스럽게도,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리를 비우게 된 김 박사를 얼떨결에 기다리기 위해 그들은 주택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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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는 새하얀 가운에 완전무결한 의사 김인구가 아닌, 불완전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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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의 부재에도 조경 공사를 위해 찾아온 인부들에게 자신들이 정신질환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짜 가족 행세를 하게 된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정신질환 증세를?극복해나간다. 김 박사는 다단계 회사에 거의 납치되다시피 끌려가 자신이 있던 기득권층이 아닌, 피지배층에 속하게 되면서 무언가를 깨달아간다. 어떻게 보면?대규모 성장소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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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복잡한 사연의 인물이 한 두명이 아니다보니 320페이지 짜리에 담은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읽는데 숨이 찼다. 마치 설정집을 읽는듯한 느낌. 하지만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관계가 엮이고, 사건들이 진행돼서?어색한 점은 없었다. 한 권의 소설을 마치 영화처럼?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듯 하다. 또 동성애라는 요소가 그저 한 인물의 에피소드에 불과하고, (물론 김 박사는 충격을 많이 받았겠지만?아내가 누굴 만나든 결과는 여전했을 것이다.) 다른 소재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서술되는 것 같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소수자들이 모여 마치 요양병원처럼 꾸려낸 대안가족의 이야기를?담은, 매우 유쾌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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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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