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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서른 하나 > 의 퀴어의 삶을 상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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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악어새 댓글 0건 작성일 16-04-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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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편 <밴드>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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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가져온 로망중에 하나는 이층집에 대한 로망이었다. 처음이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직은' 시민결합의 다양한 형태를 기대하는 개인으로서) 미래 계획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이 '서울 근교에 작은 마당이 딸린 이층집을 사고 오순도순 살자는 것'이었으니 꽤 심지가 깊은 로망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짧은 계획 안에 요약되어있는 나의 욕망이 너무나도 노골적이라서 부끄러울 정도이다. 대체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이층집에 대한 로망은 어디서 나온 것이며, ?서울 근교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더불어 '마당이 딸린' 따위의 디테일한 설정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마지막이 ‘오순도순’ 이라는 단어로로 요약되는 것은 대체 어째서란 말인가. 다른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층집이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한 설정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나는 심지어 이 집을 머리속에 구현 할 수도 있다. 그림을 잘 그렸다면 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로망이 시발점은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보던 TV드라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처음 접했던 이층집이 나오는 드라마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쨌든 내가 2N살이 된 요즘도 TV 드라마의 유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 드라마 피크타임에 채널을 켜면 여기저기서 내가 머리속에 구현하고 있는 이층집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고백하자면, 나의 미래계획은 거의 모든 면에서 TV드라마가 재현하는 이성애 커플의 결합 계획을 따르고 있었다.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그 이후로 한평생 행복한 삶을 꾸리는 행복하고 따듯하고 '오순도순'한 가족으로의 계획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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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사. 그런데 여기에는 큰 장벽이 하나 있다. 무엇이냐하면 나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를 비롯하여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퀴어들이 매우 많으며, 퀴어중에는 시민결합의 어떤 형태든지간에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만약 '결혼'이나 그와 유사한 어떤 관계 맺음을 통해 공동체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Happily ?ever after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가족들의 반대와 일과의 충돌, 금전적 문제, 사회 규범적 문제 등등등.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30대의 퀴어에 대해서 도저히 상상할 수 가 없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30대의 퀴어는 거의 대부분 금발이거나 블론드의 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혹은 히피같은 의상을 입은, 같은 말로 정리될 수 있는 미드속의 그들 뿐이다. 이건 퍽 이상한 일이다.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수많은 퀴어들이 30대만 되면 뿅! 하고 사라진단 말인가? 알다시피 그것은 절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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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후미오의 <내 나이 서른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겪는 서른하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 <밴드>라는 단편은 기타리스트 하나마루와 아이돌 미쿠리와의 소위 '포카포카'한 연애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하나마루는 스스로를 "이미 소년 같은 보이시한 이미지로는 팔리지 않(112p)"는다고 생각하는 서른하나의 여성 기타리스트이다. 한때는 그녀의 '보이시함'이 밴드의 장점으로 먹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것이 먹히지 않는다고, 일종의 한계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하나마루는 미쿠리를 만난다. 하나마루는 아이돌인 미쿠리를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지만, 미쿠리는 하나마루가 처음 발매했던 앨범을 보여주면서, 처음 하나마루의 음악을 듣는 순간부터 좋아했다는 고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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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뻔해보이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은 유쾌하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종종 평가 절하되곤하는 '보이시'한 30대 여성의 매력적인 연애 이야기라니. 그것도 이성애 가족을 전제로한 불륜이 아니라니! 이전의 퀴어를 재현하는, 특히 레즈비언을 재연하는 수많은 서사들은 그들로 부터 성애적 측면을 제거하고, 친구 이상 연인이하의 미묘한 감정을 강조하거나,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에게 휘둘려 불륜을 저지르는 스토리로 그려져오곤 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서 나는 이 작품이 소위 '티나는 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흔히 취업시즌이 되면, 서른이 넘으면 자연스레 머리를 기르고 소위 여성스런 옷차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작품의 하나마루는 특별히 남자인체 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주위의 시선에 맞춰 자신의 행동양식을 바꾸거나 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방법대로 기타를 단련하며 서른 하나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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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만해도 서른은 너무나도 멀어보였는데, 벌써 나의 서른은 어떨까를 고민하고 기대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신기하다. 막상 가까워지고보니 서른이라는 것도 어쩌면 별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약간 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서른이 얼마나 특별하느냐와 별개로, 퀴어의 삶에서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너무나도 적다는 것은 항상 불안을 야기한다. 내가 꿈꾸고 계획했던 미래가 '결혼'을 중심으로 획득되는 이성애의 결합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나는 종종 알 수 없는 불안에 빠지곤했다.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30대쯤 되면 '탈 동성애'하는거 아니야? 하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고 난 뒤에서야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점에서 소위 티나는 부치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는 <밴드>는 가볍지만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티나면 어때? 30대면 어때? 30대의 연애는 또 어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가오는 30대가 조금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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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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