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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끝에 얻은 것 ㅡ 방현희 <붉은 이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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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르 댓글 0건 작성일 16-04-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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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희, '붉은 이마 여자', <바빌론 특급우편> 수록

열림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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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람은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세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나의 존재와 나의 이끌림이 어떤 체험인지 밝히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만이 자신을 부를 언어를 마련하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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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희 작가의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에 수록된 '붉은 이마 여자'는 느닷없이 '첫째 날, 그녀는 막 태어났다'로 시작한다. 태어나자마자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35)' 듣는다.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서 그녀는 뛰쳐 달려나간다. 물론?달려야 하지만 왜 달려야 하는지는 모른다.?그러나?그 힘찬 달음박질은 어떠한 의심도 없이 경쾌하다. 독자 역시 숨?가쁘게 그녀의 달리기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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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이마 여자'의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할아버지와 '내 남자', 진홍색 카펫을 짜는 여자와 마주친다. 처음으로 만난 할아버지에겐 흐트러짐 없이 춤추는 법을 배운다. 그 춤이 오로지 할아버지의 춤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녀는 아직 자신만의 춤을 춰본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그녀의 머릿속엔 '저들은 누구지?'라는 물음이 생겨난다. 무엇을 위한 춤인지, 왜 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자 그녀는 달아난다. 물음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달리던 그녀의 눈앞에 진홍색 카펫을 짜는 여자가 나타난다. 여자는 짜던 카펫 위에 그녀를 올리고 펄럭인다. 속절없이 휘둘리는 동안 처음 춤을 일러준 할아버지의 조언이 귀에 머문다. '네 몸을 타라구'(39) 그제야 그녀는 춤이라고 할 만한 물결을 발견한다. 여자가 진홍빛 카펫 위로 자신을 끌어당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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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낯선 여자로부터 도망친다. 소설은 도망쳤던 그녀가?자신만의 춤, 자신만의 물결을 다시?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처음 퀴어적인 체험을 하고,?이를 부정하지만 결국 재정체화를 하는 퀴어의 성장 서사다. '붉은 이마 여자'의 그녀는?퀴어를 향한 부정적인 편견을 맞닥뜨리고 내면화하기까지 한다.?'내 남자'는 그녀의 강렬한 체험더러?병을 앓은 것이라고, 잊으면 낫는다고?말한다. 어느새 '내 다리가 또 다른 문을 열거야'(41)라고 자신했던 그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달리기 여정과 직접 체험했던 진정한 춤을?잊는 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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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강렬한 이끌림을 주었던?여자와 다시 만나기 위해?달리고 주저앉길 반복했다.?과연?방해받고 지체된 시간만 남았을까??집요하게 물은 끝에 그녀는?'달려야만 한다'에서 '멈추지 않아도 좋아(55)'라는 선언을 스스로?끌어낸다.?그녀는 태어난 지 일곱 째날이 지나고 마침내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진홍색 카펫을 짜던?여자를 만난다. 자신을 카펫 위에 태우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계를 열어주었던 그 여자는?'무척 익숙한 습기(57)'로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그녀는?'내 남자'와 할아버지와?여러 춤을 추었지만,?그 여자와 함께일 때 가장 자연스럽게?춤춘다.?비로소 그녀는 '너는 여자? 아니, 남자? 아, 너는 사람. 여자이고 남자이며 할아버지이기도 한 너는 사람'(58)이라고 탄식한다.?여자가 바로 그녀가 겪은?모든 춤의 경험이 증명해준 이끌림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그녀가 도망가야?했던 낯선 이도 아니며?'내 남자'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녀와 춤을 출 수 있는 존재라고 깨달은 것이다.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으로.?그녀는?'순간 몇 세기쯤 살아낸 것 같(58)'다고 땀을 훔친다. 그녀의 혼란스러운 칠 일을?묘사한?'붉은 이마 여자'는?몇 세기 동안 이어진 퀴어들의?체험을 진홍색 카펫 위로?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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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

제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사람

fnsk9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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