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는 성별이 필요없다―가스 윌리엄즈의 『토끼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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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숭아 댓글 0건 작성일 16-09-08 16:0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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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는 성별이 필요없다―가스 윌리엄즈의 『토끼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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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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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숲 속에서 하얀 아기 토끼 한 마리와 까만 아기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두 토끼는 매일 만나서 '폴짝 휙 깡충 넘기 놀이(p.8)'을 하거나 '도토리 찾기 놀이(p.12)', '데이지꽃 통통 뛰어넘기 놀이(p.17)' 등을 하며 노는 사이다. 그런데 까만 아기 토끼에게 변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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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다가 까만 아기 토끼가 털썩 주저앉더니, 몹시 슬픈 표정을 띠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가 "왜 그래?" 하고 물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응, 생각할 게 좀 있어서" 하고 대답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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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아기 토끼의 이런 행동은 새 놀이를 시작할 때마다 반복된다. 의구심이 생긴 하얀 아기 토끼는 까만 아기 토끼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까만 아기 토끼는 "그냥, 소원을 빌고 있는 거야"라고 대답하고, 하얀 아기 토끼가 그 소원이 뭐냐고 묻자 "너랑 영원히 함께 있는 것, 그게 내 소원이야."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후,?하얀?아기 토끼는 매우 놀라운 대답을 하고,?두 아기 토끼의 대화는 생각지도 못한?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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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기 토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는 "왜 좀더 어려운 걸 바라지 않니?" 하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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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아기 토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네가 나의 모든 것이 되어 주면 좋겠어!" 하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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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기 토끼가 "너,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니?" 하고 물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정말로 그래" 하고 대답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가 "그럼 내가 너의 모든 것이 되어 줄게" 하고 말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언제까지나, 항상?" 하고 물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는 "응, 언제까지나, 항상!" 하고 대답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는 까만 아기 토끼에게 보드랍고 하얀 앞발을 내밀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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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기 토끼의 의식은 간단하다. 이 대화를 끝으로 '두 토끼는 민들레꽃을 따서 귀에 꽂(p.26)'는다. 그러자 다른 아기 토끼들이 두 토끼의 모습을 보러 와서, 둘의 결혼을 축하하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아기 토끼를 구별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색깔일 뿐이지 성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색깔 역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 아니며, 단순한 '구분'을 위한 것이다. 이것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토끼들을 그린 삽화에서 드러나는데, 다른 토끼들은 다양한 색을 갖고 있다. 심지어 이후에는 다른 숲속 동물들까지 등장하여 '한데 어울려 달빛 아래에서 밤새 춤을(p.29)' 춘다. 이떄 삽화를 보면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은 물론 곰과 같은 잡식동물도 섞여 있다. 이 책의 세계에서는 종의 구분도 성별의 구분도 사실상 아무 의미 없다. 오직 마음만이 중요한 세계인 것이다. 모든 것이 되어 주겠다는 마음, 그리고 둘이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마음. 게다가 두 토끼는 '아기' 토끼다.?'결혼적령기'라는?단어와 '동성 결혼 합법화 반대'라는 단어들이?떠도는 세계에서, 『토끼의 결혼식』은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가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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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스 윌러엄스, 『토끼의 결혼식』, 시공주니어, 2007, p.11.
2) 위의 책, p.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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