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을 퀴어하게 읽어보기 - 임솔아, <최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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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8-20 23:51본문
임솔아 장편소설 <최선의 삶>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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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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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열여섯살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물적이고 잔혹한 서사를 다루고 있다. 모두 저자의 악몽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는?십대가 등장하지만 십대를 위한 책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세계관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반영된 아이들 사이의 폭력과 불신이 간결하게 때로는 숨가쁘게 상황을 진행한다. 그리고 리뷰의 주제인 퀴어코딩은 굉장히 적다.?직접적인 언급도 없었으며 당사자성도 없다. 그래서 퀴어문학을 읽는다기보단, 기존에 있는 소설을 퀴어하게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는 것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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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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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은 퀴어문학이다. 수는 적지만?적나라하다면 적나라한 문장들이 책 속에 박혀있었다. 이 책이 퀴어문학리스트에 오른 것도 나의 제보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학교에?위장 전입한 열여섯 살 강이가 이방인의 삶을 벗어나 아람과 소영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가출을 감행하여 함께 사는 장면 중 소영과 강이 사이의 어떤 강렬한 '암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옷을 벗고 나체가 되어 서로를 끌어안고, 젖꼭지를 핥고 다리를 벌린다는 표현이 그대로 책에 들어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모호한 이미지였다. 또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이 둘이 그렇다고 각별한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가출이 끝난 직후 둘의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퀴어 서사라고 읽을 수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라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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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이 되지 않으려다 상병신이 되었다. 나는 최악의 병신을 상상했다. 그것을 바라기 시작했다 -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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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유난히 병신이라는 단어가?많이 쓰였다. 소설 속 주인공인 강이는 병신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아이였고, 그럴수록 더 비참해져갔다. 병신이라는 워딩이 불편해지기 전에 첫만남이 이루어진 소설이라 거부감은 없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폭력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거친 폭력 속에서 투어鬪漁처럼 살아가고 성장한, 혹은 성장에 실패한?강이의 이야기이다. 우린 여기서 소수자성을 찾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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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고 연약한 것들을 온몸으로 보듬는 아람,?친구조차 마음대로 취하고 버릴 수 있었던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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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의 비행을 함께한 두 친구는 서로 많이 달랐다. 그 사이에서 강이는 마치 강아지처럼 둘을 따랐다. 그러나 그들이 분열되는 양상도 둘의 성격만큼이나 달랐다.?남자에게 맞아도 묵묵히 화장으로 상처를 가리고 길고양이를 주워오는 아람은 강이보다 하찮은 것들을 찾아와 보듬기 시작했고, 학교로 돌아온 소영은 그런 아람과 사이가 나빠지다가 무자비한 폭군이 되어 강이를 점점 '병신'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납득될만한 정보는?독자와 강이에게?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학교라는 거대한 정글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감행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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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과 강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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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퀴어로 돌아와서 둘의 동성애적 관계를 살폈다. 가출생활이 끝난 뒤 소영과 아람의 사이가 나빠지자, 아이들은 소영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이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살펴보자면, 강이가 소영에게라기보단 소영이 강이에게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는 감상이 전체적으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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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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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요 인물들은 열여섯살 소녀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불행을 안고 있고, 저마다의 잔인함과 비열함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세상에서 소녀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는 어떤가. 단정한?교복을 입고, 시시하지만 예쁜것들에 대해 대화를 하는 소녀들은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소녀들은 표지에 그려진 여자의 손처럼 주먹을 꾹 쥐고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퀴어문학으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읽을만한 책이라고 꾸준히 소개해왔다. 다소 자극적인 책이지만 그만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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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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