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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앙드레 솔리의 『뱃사람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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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숭아 댓글 0건 작성일 16-08-05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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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앙드레 솔리의 『뱃사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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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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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인 마테스는 뱃사람을 기다린다. 그가 기다리는 뱃사람은 바다로 떠나며 마테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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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스, 내 꼭 다시 돌아올게.

그때 우리 같이 떠나는 거야.

배를 타고 온 세상을 둘러보자고.

너랑 나, 우리 둘이 말이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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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명백한 고백이다. 때문에 마테스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바다를 지켜(p.7)'본다. 그러나 마테스의 지인인 로제나 우편배달부 펠릭스는 이러한 마테스의 행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하다. 빵을 가져온 로제는 마테스에게 "마테스, 빵 가져왔어! 뱃사람은 그만 잊도록 해. 그 사람은 벌써 오래 전에 널 잊었을 거야. 지금쯤 무인도에 누워 햇볕이나 쬐고 있을걸. 아니면 바다 속에 빠져 버렸든지.(p.7)"라고 말한다. 펠릭스 역시 "(…) 또 뱃사람 타령이야! 그 사람 고래한테 잡아먹혔을지도 몰라. 해적한테 붙잡혔을 수도 있고……(p.9)"라고 마테스에게 말한다. 하지만 마테스는 로제나 펠릭스의 이런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로제와 펠릭스 역시,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다(이 부분은 뒷부분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다음날은 마테스의 생일이고, 로제와 펠릭스 그리고 또 다른 지인 엠마까지 모여 파티를 연다. 하지만 마테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뱃사람 생각뿐이다. 때문에 마테스는 '뱃사람이 좋아하는 술(p.12)'도 미리 준비해둔다. 그리고 이들은 마테스의 생일 파티에서 자리에 없는 뱃사람과, 그런 뱃사람을 기다리는?마테스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펠릭스는 마테스의 생일 선물로 '병에 든 모형배(p.15)'를 주는가 하면, 엠마는 '진짜 뱃사람들이 입는 스웨터를 손수 떠서 선물(p.15)'한다. 그러면서 "뱃사람이 돌아올 때를 생각해서 뜬 거야. 둘이 바다로 나갈 때 입으라고(p.15)"라는 코멘트도 남긴다. 또한 이들은 '아무도 뱃사람이 좋아하는 술의 병마개만은 따지 않(p.17)'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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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것은, 마테스와 뱃사람이 아닌 또 다른 퀴어 커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펠릭스의 흥겨운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다들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p.17)'는 구절이 등장하지만,?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로제와 엠마, 펠릭스, 마테스밖에 없으며 일러스트에는 마테스가 춤추는?모습이 없다. 대신 로제와 엠마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부분은 묘하게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이후 생일잔치가 끝난 밤, 뱃사람이 마테스의 등대로 돌아와 둘이 해후하는 장면의 묘사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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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사람은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서로를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빙글빙글 원을 돌았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말이지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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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작품에서 '춤'이란 행위는 우정 이상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동작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제까지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은 로제와 엠마, 그리고 뱃사람과 마테스뿐이기 때문이다. 둘은 결국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뱃사람은 마테스와 했던 약속을 지켰고, 마테스는 뱃사람의 말을 믿고 계속 기다렸다. 둘에게 남겨진 엔딩이 어떨지 바로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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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침이 되자 로제와 펠릭스가 등대로 마테스를 찾아온다. 그러나 뱃사람과 떠난 마테스는 없고, 로제와 펠릭스는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p.26)' 마테스의 등대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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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가 말했습니다.

"배를 타고 뱃사람을 찾아갔을 거야. 놀랄 일도 아니지 뭐."

로제도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를 잊어버릴 테지.

어디 무인도에 난파했을지도 몰라."

"아니면 고래한테 잡혀먹었을지도 모르고."

"배가 가라앉았거나."

"해적을 만났을지도 모르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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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테스를 기다리던 등대에서 로제와 펠릭스가 마테스를 기다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마테스의 행방에 대해 둘이 나누는 말이다. 어디서?본 것 같은 익숙함. 뱃사람을 기다리던 마테스에게 둘이 건넨 말이었다. 다르게 보면 그들은 마테스가 그토록 기다리는데도 한참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은 뱃사람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친구인 자신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말없이 등대를 떠난 마테스에 대한 서운함을 일부러 험한 말로 푸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마테스를 아꼈다. 마테스에게 그 사람은 죽었을 거라고 말할지언정, 마테스가 이상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뱃사람을 기다리는 그를 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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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람을 기다리며』 속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퀴어성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축하하거나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감정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다른 이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아무렇지도 않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정한다. 그렇기에 이 그림책 속 세계는 묘하게 따스하다. 이후 마테스가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그 따스함은 언제까지나 페이지 사이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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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앙드레 솔리, 『뱃사람을 기다리며』, 달리, 2003, p.7.

2) 위의 책, p.20.

3) 위의 책,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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