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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 -권하은, <비너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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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어날수 댓글 0건 작성일 16-10-1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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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비너스에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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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흐느껴 울었어. 지금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내 감정이, 왜 언제나 이렇듯 허무하게 부정당하는 거지? 어차피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도 없는 모호하고 이상항 간정에 휘둘려서는, 아프고, 울고, 쓰리고, 그러다가는 잠깐 기쁘고, 다시 아프고, 울고, 쓰리고. -비너스에게.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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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은 작가의 장편소설 ‘비너스에게’. 국내 소설로서는 흔치 않게 당당한 퀴어를 표방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제목과 일맥상통하게 평범한 고등학생 ‘강성훈’이 ‘비너스’라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내는 형식의 글이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비너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인물, 즉 독자를 가리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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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냐!”

철가면이 버럭 소리를 질렀어. 교장과 주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지. 철가면의 얼굴에 선명히 떠오르는 표정을 나는 처음으로 보고 있었어. 그건 바로 ‘혐오’였어. -비너스에게. 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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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인공 성훈은 동성애자이다. 본인 스스로도 은연중에 이를 인식하고 있다. 같은 학교의 3학년 선배를 짝사랑하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선배의 집에 가게 되고, 함께 술을 마신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 키스’를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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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달콤하고 행복하지만 성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운도 잠깐, 선배의 소스라치는 반응에 그는 창백한 얼굴로 돌아오고 만다. 이 일은 일파만파로 퍼져, 교장과 어머니의 귀에도 들어가고 결국 남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퇴를 선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각부터 그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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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타인과 다른 나를 발견하고, 무엇보다 인정하는 것.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 구분지어서, 타인과 다를 뿐 나 역시 나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사실들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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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성훈은 ‘애미 청소년 상담센터’라는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으며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편견의 늪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 내가 세상에서 낙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폄하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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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미성년자 한정이라고 했어. 내가 성년이 되려면 아직 2년하고도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내가 할 일은 무언가를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듯 내 삶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 -비너스에게. 2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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