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를 위한 장례식 - 이경화, <나>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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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를 위한 장례식 - 이경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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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6-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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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장편소설 <나> 바람의아이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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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의 <나>는 2003년, 19세의 나이로?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자살한 故육우당을 추모하기 위해 쓰인?청소년 소설이라고 작가가 직접 밝히고 있다. '못 쓸 것 같다'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하면서,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쓰셨다고 한다. 익히 들어온 호칭이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육우당을 기리며 쓴 소설. 작품 속 주인공인 '현'은?그에게 가장 근접한 인물이면서도, 불신과 자기혐오를 쌓았던, 그래서 결국엔 살아남아야 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정작 자살을 한 '상요'라는 인물은 단편적이고,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육우당의 전기가 아니라,?그를 기리기 위한 소설이니만큼 현의 내적갈등과 상요의 극단적인 선택이 그 당시 10대 동성애자들의 삶과 육우당의 모습을?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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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자신을 부정한다면 과연 내 인생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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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현은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 살고 있는 이혼가정의 열 아홉살 남고생이다. 녹차를 자주 마시고, 혼자서 써내려간 시 공책이 네 권이 다 되어가는 문학소년이다. 그만큼 나이에 비해 응어리진 것들이 많은 것일까, 친구에게 커밍아웃 한 번 하지 못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현은 자꾸만 자신을 깎아내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가정에서의 생활도 그 태도에 한 몫 했지만, 소설의 초반부에서 자신도 인정하지 않은듯 어슴푸레하게 드러나는?성적 지향으로 어딘가 불우하게 그려지는 현의 모습은 위태롭기보단 어두웠다. 현은?전학온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도 퉁명스럽게 대하고,?상요에게도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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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 애를 잃었다. -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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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시달려오던 것들이 고스란히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자 현은 정신과로 향했고, 저를 끌어안는 그 아이를 뿌리친 뒤 못을 박았다. 변태새끼, 그 말을 뒤로?현은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던 것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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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적 소수자. 제우스의 번개로 내 반쪽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방랑자. -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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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인용구는 소설 속 '상요'가 남긴 쪽지이자, 육우당이 남긴 쪽지의 마지막 내용이다. 뮤지컬/영화 헤드윅에도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여 쓴 글은 담담하면서도 애잔했다. 상요는 비교적?짧게 등장한 인물이었다. 학교에 아웃팅을 당하고, 집에서도 일기장을 들킨 뒤 저를 낳아준 부모에게서 죽으라는 말을 들은 그는 '장자'를 들고다니며 읽던 차분한 인물이었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소설적 과장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성소수자들에게 혐오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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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에 대한 분노. 상요는 죽었는데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 - 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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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긴 시간과,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아있다고 느낀다. 거기서 절망을 느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한 발을 더 내딛기 위해 노력하거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쩌면 상요는 진심으로 이해해줄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살 수 있을지 몰랐다. 우리는 소수자라는 이유로 장례식을 치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을 생각해야했다.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제2의 상요, 제3의 상요가 생기지 않도록,?추모하고 또?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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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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