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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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앨리 댓글 0건 작성일 17-03-06 13:31본문
에쿠니 가오리,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책은 한 번도 읽어 본 적 없는 작가였다. 이번 기회에 읽어보자, 하고 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책은 전작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들의10년 후 이야기라고 하더라. 안타깝게도 나는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짧은 단편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치나미의 동생 우라베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갔지만 돌아올 때는 바이올린을 그만 두고 게이가 되어 있다. 우라베는 바이올린을 그만 두었지만 종종 어느 집에 가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이를 알게 된 치나미는 우라베를 따라 그 집에 간다. 절반이 의사거나 게이인 이상한 모임에서 치나미는 로를 만난다. 유부녀였던 치나미와 독신주의자였던 로, 절대 이어질 것 같지 않았던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시점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치나미의 시점에서, 또한 로의 시점에서. 둘은 아마 새로운 사람과의 결혼이라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치나미는 이미 한차례 결혼을 했고, 로는 독신주의로 고양이와 개를 키우며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종종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정말 진지하게 인생을 고찰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과 웃자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인생이니 열심히 살자'고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딱 이 말이 생각났다. 뒤에 열심히 살자는 좀 안 맞는 것 같지만, 인생은 알 수 없다고. 동생 우라베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독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될 줄은. 우라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확한 건 독일이 우라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우라베는 독일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 게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상한 모임의 사람들은 다 이상하다. 심지어 집 주인도 이상하다. 무츠키와 쇼코 부부. (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는'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무츠키는 동성애자고 곤이라는 애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헤어진 상태. 쇼코는 무츠키의 아내지만 무츠키가 곤과 헤어졌을 때 진심으로 슬퍼한다. 곤은 새로운 애인을 사귀고 그게 치나미의 동생인 우라베. 이게 무슨 인연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관계지만 책의 모토가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 이들의 관계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이상한 관계는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그냥 그러려니 조용하게 흘러간다.
치나미는 처음 우라베가 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우라베가 독일 생활을 나서서 묻지도 않고 새로운 남자친구도 그렇구나 한다. 여기서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쓰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내가 읽었던 치나미는 우라베를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받아들일 것도 없이 그냥 처음과 같은 우라베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치나미가 아무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좀 힘들지만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먼저 읽었다면 또 감상이 새로웠을 것 같다. 그 점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뭐, 그냥 그러려니 한다. 전작을 후에 읽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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