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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 몰리나는 트랜스젠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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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머 댓글 2건 작성일 17-02-13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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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1976, 마누엘 푸익(1932~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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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이 말만은 당신에게 할 수 없었어, 당신이 물어볼지 몰라 두려웠고, 그러면 당신을 영원히 잃어버릴 것만 같았어. <아니에요. 사랑하는 발렌틴.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이 꿈은 짧지만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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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문장을?캘리그라피로 쓰면서 《거미여인의 키스》를 처음 접했다.?그런데 '몰리나'가 동성애자라는 리뷰도, 트랜스젠더라는 리뷰도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직접 읽어서?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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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몰리나는 MTF 이성애자로 보인다. 몰리나는?작중 내내 본인이 여자라고, 혹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말한다. 그런데 어째서 몰리나가 동성애자라고?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냐하면, 작가?본인이 '트랜스젠더'를 몰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몰리나가 게이라고 생각했고, 게이 중에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며,?몰리나도?게이 집단에 소속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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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를 너무 귀여워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되었다고 말이야. 또 내가 엄마 치마폭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사람은 항상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데, 난 남자보다 여자가 되고 싶어. 왜냐하면 여자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거든. (중략) 여자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니까... 난 여자가 되고 싶어. 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내 머릿속에 아주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니까 충고할 생각일랑 하지 마.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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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얼마 진행되지도 않았을?때, 몰리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동성애에 대한?편견을 언급하며(어머니와?매우 강한 에로틱한?관계를 맺어 여성성을 추구하고 남성 간 성관계를 맺는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으로?보인다. 발렌틴은 몰리나가?말해줬던 첫 번째 영화를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한 적 있다.) 본인의 입으로 자신이 MTF임을 못박는다. 자신의 지정성별이?남성인 것은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것이다. 여자는 최고의 존재라고 말하기도?하는데, 이는 여성 숭배의 일종이라기보다는, 되고자 하나 될 수 없는 '여성인 나'에 대한 갈망 혹은 동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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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 하지만 내 친구들은 항상... 나처럼 게이였어. 그리고 뭐라고 할까? 우리들은 서로를 아주 믿지는 않아. 서로가 굉장히... 겁쟁이고 나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정이야. 우리보다 더 과묵한 남자들과의 우정이란 말이야. 하지만 그런 것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어. 남자는... 여자만 원하거든. (발렌틴: 게이들은 모두 다 그런가?) 아니야. 자기들끼리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진짜 여자야. 그런 시시한 장난은 좋아하지 않아. 우리는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하는 정상적인 여자거든.(269쪽~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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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여자라고 여기지만?나는 게이라고 말하는?몰리나의 태도는?굉장히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인용한 부분에서 드러나듯, 몰리나는?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서로?사랑하는 남자들(게이)과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자(MTF)를 이해하고 있다. 시대적 한계(1976년에 출판되었다)를 고려했을 때, 작가 본인이 성별 정체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성적 지향으로만 판단했던 것이라고?짐작했다.?하지만 지금까지도?《거미여인의 키스》를 동성애 관계가 나타나는 소설로, 몰리나를 동성애자로 소개하는 것은?실망스럽다. 아무 생각 없이 몰리나를 동성애자라고?공식적으로 소개하거나 개인적으로?리뷰한 글을 보고 있자니, 이쯤되면?책의 첫머리나 연극 시작 전에 '시대의 한계로 몰리나는 스스로를?동성애자로 인식하고 있으나 그는 트랜스젠더 이성애자로 보인다'라는 안내문구를 삽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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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그런 어머니를 갖고 싶지 않니? 다정하고 항상 깔끔하게 가꾸는....(28쪽, 몰리나)

?너무 감성이 예민하다는 것은 남자가 되는 데 방해 요소야. (45쪽, 발렌틴)

?(발렌틴: 예술은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야.) 며칠 내로 네가 나보다 더 게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 (107쪽, 몰리나)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나를 계집애 같다고 비웃는 일도 없을 테니까. (152쪽, 몰리나)

?왜 남성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하지 않느냐는?말이야. (320쪽, 발렌틴)

?하지만 어떤 남자가 내 남편이라면... 그는 명령을 해야만 해.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야. (321쪽,?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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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틴과 몰리나는 성별?고정관념을 답습한다. 남성은 명령하는 존재이고, 이성적이며, 여성은?감성적이고, 예술을 좋아하고, 복종하는 존재이다(《거미여인의 키스》에서 게이는 '여성성'이 강한 것으로 그려지므로,?여성의?특징 대부분은 게이의 특징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또한 발렌틴은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들이 기저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그는 몰리나에게 '너는 신체적으로 나처럼 남자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왜 남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몰리나가 여성임을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증명이다. 그러므로 나는 발렌틴이 몰리나가 '나는 여자야.'라고 말할 때?혐오감을 드러내거나?설득하려고?하지 않았던 것이, 몰리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좀 특이한 망상 정도로 진지하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몰리나는 자신은 그럴 수?없다고?대답하고,?명령하는 남편과 복종하는 아내의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한다. 이때 발렌틴은 그것은 착취이고,?네가 여자가 되고 싶더라도 그것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지?말라고 한다(이때 '그것'이 '여자가 되고 싶은 것'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성별 정체성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당시의?한계를 고려했을?때?배척받는?요소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므로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자라는 것' 자체일 것이며, 또한 바로 이어서 '복종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 말은 남녀 상관없이 마르크스주의 활동을 했던 발렌틴의 경험과 사상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무시당하고 살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말로, 몰리나가?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 말을 꺼내게 했던 동기였음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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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는?스스로가 게이가 아닌 트랜스젠더임을 죽을 때까지 몰랐다.?발렌틴?역시 끝까지?이해하지 못했다. 이런?사례를 볼 때마다?언어의 중요성을 느낀다.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반드시 특정한 무엇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고, 영영 물음표로 남겨둬도 괜찮다. 그러나 정의할 언어가?없어서 남의 옷을 불편하게 입고 있는?것은 다르다(몰리나가 자신을 게이라고 말하면서 게이와는 뭔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처럼). 일생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한계를 두지 않고 탐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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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손이 느리고 생각이 많습니다.

댓글목록

지혜님의 댓글

지혜 작성일

안녕하세요, 너머님! 첫 리뷰 감사드립니다 :) 꼼꼼하고 비판적인 리뷰였던 만큼 읽으면서 행복했어요. 다만 리뷰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스케줄대로 올려주시면 더 좋겠어요! 혹 조금 늦는 것이라면 미리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무지개책갈피 트위터나 메일로 알려주시면 저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확인할 수 있답니다♥ 남은 리뷰어 활동기간 동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_*

도래솔래님의 댓글

도래솔래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거미여인의 키스 연극을 보면서 본문에 쓰신 대로 시대적 한계로 동성애자를 잘못 그렸다고 보고, 소설도 읽을 생각을 않았는데 와닿지 않았던 여러 부분이 이제야 명쾌하네요.(무시해서 미안해 소설아 읽을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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