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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카포티, 〈 다이아몬드 기타 〉 - 퀴어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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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긱또 댓글 0건 작성일 16-08-2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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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에 수록된 단편 '다이아몬드 기타'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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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티의?소설 가운데 자신의?동성애자 정체성을 가장 숨김없이 드러낸 것으로 꼽히는 작품 하나가 바로?오늘 리뷰를 하게 될 단편?‘다이아몬드 기타’이다. 게이 남성으로 경험하게 되는 관계와 그로 인한 내면의 자기 고백이 절절하게 읽히는 이 작품은 작가인 카포티 본인의 고뇌를 이야기 속에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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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난로 불빛, 겨울의 찬 공기가 절로 눈앞에 그려지는 이 흥미롭고도 서정적인 단편은 50대의 남성 재소자 섀퍼가 새로 온 소년 죄수인 티코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그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한 채로 남겨지는 이야기다. 마음을 준 상대에게 이용만 당하고 끝나버리는 이야기나 모든?사랑의 좌절들은, 대개의 경우?힘겨운 비극으로 읽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말이 마냥 감상적인 비극만으로 남지 않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티코가 두고 떠난 유리 다이아몬드 기타를 매만지며 새 ‘세상’을 음미할 수 있게 된 섀퍼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줌과 동시에 행복과 또 하나의 성장을 가져다주는 아이러니의 결정체이기에 독자는 홀로 남겨진 섀퍼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면서도 그저 안타까워하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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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퍼는 배신당했지만 분명 진실된 사랑의 감정을 경험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또 한 번?자기 스스로를?내면의 거울로 비추어 보게 했다는 점은 늘 교도소를 ‘자신의 관’처럼 생각하던 섀퍼에게 한편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다 썩어 문드러져 버린 집과 같았던, 음울하고 죽었던 방들이 티코와의 추억을 갖게 됨으로써 등불을 환히 밝혀놓은 듯한 광경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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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주위에 모여들면 티코 페오는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실로 대부분 남자들이 그에게 사랑을 느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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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타를 치며 재소자들을 위로하던 아름다운 소년 티코 페오는 과연 섀퍼를 진정 사랑했을까. 황당한 이야기들을 마구 지어내어 떠벌릴 만큼 새빨간 거짓말쟁이였지만 섀퍼 앞에서만큼은 자신이 그 동안 허풍 떤 사실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장면에서도?볼 수 있다시피 티코가 분명 그를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티코가, 자신보다 서른 살도 넘게 나이가 많은 섀퍼를 교도소 안에 있는 동안에 그저 잠깐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여기고 부비었을 뿐이며?연인의 감정으로 사랑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 또한?사실이다. 섀퍼가 교도소 내에서 많은 이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약삭빠르게 접근한 것만으로 보이지는?않지만 그에게 있어 섀퍼의 존재는 이 교도소 안에서만큼은 아주 든든한 조력자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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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성관계를 갖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연인이나 다름없었다’라고 책 속의 문장에서 못 박을 만큼이나 친밀한 사이였고 섀퍼는 티코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그의 젊음을, 그가 뱉는 허풍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반짝이는 즐거움을 사랑했으며 티코는 섀퍼의 연륜과 우직함을 좋아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언제나 현실은 기대보다 차가운 법이고, 잠시 냉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다 떠나버리는 티코와 홀로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섀퍼의 모습은 마치 ‘이성애자를 짝사랑하게 된 동성애자’의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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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도 읽혀질 수 있는 것은 카포티라는 작가가 게이 정체성을 지녔다는 점에 기반을 둔다. 작가와 작품은 언제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데 그의 가장 내밀하고도 커다란 부분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기타’와 같은 게이 정체성에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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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퀴어 소설일지라도 작품을 쓴 이가 퀴어인 것과 아닌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의미 있게 작용하는 이유는 작품 자체가 작가의 ‘고백’으로 읽혀질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고백이라는 것은 내면에 뭉쳐 있던 실 뭉치를 풀어 놓거나 가감 없이 뱉어내는 일이다. 그런 고백을 퀴어 정체성을 가진 작가가 퀴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화자나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게 될 때,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보다 당사자성을 갖고 설득력 있게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정서를 섬세하게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의 마력은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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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퀴어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는 이의 목소리가 담긴 퀴어 문학은 그래서 그 감정의 토로나 메시지에 관한 해석이 더욱 풍부하면서도 분명해질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 세계로 ‘퀴어 존재‘들을 끌고 들어와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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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퍼가 느끼는 사랑과 좌절은 카포티 본인이 경험한 감정일 것이고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경험했던, 혹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감정일 것이다. 누렇게 변색된 다이아몬드 기타를 더듬으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던 섀퍼처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또한 기억의 언저리 그 어딘가를 찾아 무심한 듯 주위를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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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또(geekster)

세상의 모든 색깔과 색깔없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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