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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좋아하는 책과 함께 -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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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12-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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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반짝반짝 빛나는> 소담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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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은 정서불안과 알코올중독을 가진 아내 쇼코와 게이인 남편 무츠키, 그리고 그의 애인인 곤이 등장하는 따뜻한 소설이다.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그려지는, 어쩌면 뻔한 신파와는 다른 분위기로?묘사한 책이다. 출간된 지 시간이 좀 지나 소위말하는 '언피씨'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니라?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사실 다시 읽으면서 거슬리는 표현이 정말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다른 분이 리뷰를 쓰신 적도, 무지개 책갈피의 추천도서로 올라온 적도 있지만, 연말이니까 모처럼 좋아하는 책의 리뷰를 올리고 싶었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한달에 한 번 리뷰를 올리면서도 국내 문학만을 고집하던?내가 좀 더 어렸을 적부터 설탕 과자처럼 꺼내 읽던?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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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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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녀의 신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나는 쇼코를 에이섹슈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연애사도 그렇고, 쇼코에게도 애인이 필요하다던 무츠키의 말에도?'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는 쇼코는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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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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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가 말한 '은사자 전설'의 내용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초식을 하고 무리지어 살아가다 단명하는 은사자. 어쩌면 이 은사자는 퀴어를 말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인용한 대사 다음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답변은 쇼코도 그 은사자 같다는 내용이었다. 퀴어, 그리고 멀리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들. 낭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문학적인 표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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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무츠키 씨를 좋아하지."-140p

"호모입니다, 호모. 근본적으로 결혼할 자격이 없는 인종 아닙니까."-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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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첨언할 것 없는 퀴어포빅한 대사도 인용해본다. 위쪽에 쓰인 곤의 대사는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작품에 잠깐?얼굴을 비추며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적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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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 물론 후회하지 않아."-166p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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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사는 집엔 두 통의 진단서가 있다. 쇼코의 정신병이 정상적인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진단서와, 무츠키가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는 진단서이다. 전자는 두 사람의 가족이 모두 알고 있었고 쇼코의 친가는 무츠키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비밀이 탄로되고, 두 사람은 비일상 속에서 위태롭게 나아간다. 두 통의 진단서를 꺼내보이며 '친족회의'를 마친 둘은 점차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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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간신히 독립한 부부 두 사람을 위하여."-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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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애니버서리,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끝난다. 후속작 아닌 후속작은 있지만. 모든 정리를 마치고 일상 속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드라마틱한 일을 겪으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투명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1년 전 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1순위였지만, 다시 읽어보니 나 자신이 그동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소설의 처음 배경이 크리스마스였다. 2016년 마지막 리뷰를 쓰는 이 시점도 성탄절이 코앞이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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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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