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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 어두운 현실에 빛을 비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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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긱또 댓글 2건 작성일 16-11-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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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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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죽음'은 자매인 두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전개되는 소설이다. 자매는 거침없고 날 것에 가까운 표현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주변 인물들에 관하여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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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두 명의 퀴어?캐릭터(주요인물)가?등장한다. 게이 노인 레니와 청소년 레즈비언 킴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기꺼이 자각하고 인정하며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더불어 레니와 킴은 소설 ‘벌들의 죽음’속의 두 주인공인 마니와 넬리의 가장 큰 조력자다. 진심으로 주인공 자매를 위하는 사람들로 바로 그 두 명의 퀴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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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과 레니는 마니와 넬리와 함께 성장하고, 진심을 나누고, 그렇게 스스로와 자매를 돕는다. 물론 든든한 조력자라고 해서 킴과 레니가 문제없는 캐릭터인 것은 절대 아니다. 모든 이들이 그렇듯, 소설 속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결함이나 성장 또한 당연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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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의 정체성 문제에 관하여 항상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해왔다. 레니의 많은 누나들은 여러 잘못이나 일탈을 저지르고 레니에게 찾아와 하소연하곤 했지만 정작 레니가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할 때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레니는 여러 종류의 ‘관계’에서 상실감을 맛본 사람이었다. 외로움을 필연처럼 끌어안고 살았던 레니에게 따라서 연인 조셉은 형제이자 사랑이자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레니의 ‘너 없이 이 길을 걸어야 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p.94)’라는 고백은 연인이라는 관계를 넘어선 조셉과의 유대감을 절절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작가는 레니를 통해 이야기한다. ‘유대감은 중요한거야. 그게 있어야 삶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어떻게든 계속 걸어 나갈 수 있으니까.(p.94)’ 라고. 작가가 이야기했듯, 레니는 보호와 사랑의 손길이 형상화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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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즈비언인 킴은 또래 친구인 로나와 연애를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킴을 바라보는 친구 수지의 시선은 ‘경멸’이다. 킴이 약을 먹지 않아 그 부작용으로 동성애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대놓고 관계가 비정상적인 것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후에 학교에서도 커밍아웃을 당당히 하게 되는 킴이지만, 모두가 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있을 때 정작 부모님은 그녀를 외면한다. 킴은 자신을 방치해온 부모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실망감을 넘어선 좌절을 겪게 된다. 그러나 킴은 레즈비언인 자신의 존재를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 긍정해나간다. 원래 남성적이라는 이유로 ‘킴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킴은 커밍아웃 이후 “과거의 킴보는 자기 자신을 싫어했던 여자고, 지금의 킴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라며 ‘킴’으로 불러달라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자신을 ‘고정관념의 틀’에 가두지 말라고 선언하면서.(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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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는 킴의 존재를 이해하고 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 가운데 한 명이다. ‘늘 이런저런 일로 분노에 차 있는 것 같고. 아마 여성동성애자들의 삶이 남성 동성애자보다 여러모로 더 각박하기 때문이겠지. 세상은 여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니까. 보통 이성애자 남자들은 “여자들이 여자가 아니라면 나는 남자 노릇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하는 식의 위기감을 느끼잖아. 그래서인지 그들은 레즈비언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해. (p.113)‘ 라고 그는 킴에 대해 독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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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니는 자신과 다른 세대인 킴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예컨대 킴을 생각해봐. 그 아이는 동성애자인데, 열여덟 살도 안 된 나이에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자유를 갖고 있잖아. 내가 그 나이였을 땐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건 엄두도 못했어.......(중략) 반면 킴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동성애자 지원 동아리에서 킴을 도와주고, 체육 수업이 끝난 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하더라고.(p.122)’. 독자들은 레니의 독백을 통해서 세대가 달라지고 변화하며 무척이나 순탄치 않았던 길들이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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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자신을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는 퀴어?캐릭터도 등장한다. 킴과 연애를 했던 여자 친구 로나는 킴에게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로나와 다투던 킴은 ‘네가 보지를 빠는데 그럼 레즈비언이지 뭐야?’라는 말로 로나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 와중에 친구 수지는 그렇게 떠드는 킴과 로나를 창피해하며 자신마저 레즈비언으로 볼까봐 전전긍긍해한다. 작가는 이런 장면을 통해 일상에 내재된?바이포빅을 비롯한?퀴어포빅,?의식할 새도 없이 튀어나오는 청소년 사이의 혐오발언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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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의 연인 조셉에게도 게이인 외삼촌이 있었다. 외삼촌 에드워드는 거의 집안에서 추방당하다시피 쫓겨났고 두려움에 젖어 진실로부터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레니는 자매를 에드워드 외삼촌의 별장으로 데려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도우면서, 별장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조셉과의 추억을 생각하고 어루만진다. 에드워드 외삼촌에게 헌사를 바치는 대목은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분이 평생 기다렸을 위안을, 그분이 생전에 알지 못했을 솔직한 삶을, 그분이 천 번쯤 꿈꿨을 사랑을 우리는 이 바닷가로 가져왔으니까. 누군가에겐 사랑이라고 감히 말할 수도 없었던 사랑을 우리는 열렬히 탐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영혼과 너의 영혼이 맞닿아 꿰매어진 자리를, 그 행운의 자수가 놓인 바늘땀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이.(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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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후반부 즈음, 레니는 자매의 친족인 로버트에게?아웃팅을 당한다.?레니의 정체성에 관해?전혀 모르고 있었던 넬리는 충격을 받는다.?넬리는 처음에는 귀를 틀어막고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야. 나는 성적으로 남자를 원하고, 남자와 낭만적으로 만나기를 원해. (p.312)”, ?“조셉은 내 연인이었다”라고 절절히 고백하는 레니를 보고 넬리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넬리와 레니가 부둥켜안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장면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넬리는 레니의 조셉을 기억하겠다고 속삭인다. 친구의 연인을 기억하는 것,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바로 그 순간의 소중함을,?레니와 넬리를 통해 작가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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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혹한 현실을 들추어낸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퀴어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차별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고발소설로, 주인공 자매의 서술을 통해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을 신랄하게 까발리며 퀴어포빅에 대해 폭로한다. 벌들의 죽음은 너무나도 어둡지만,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유대와 사랑이었다. 친구가 되는 것, 서로를 보호하는 것,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자매를 아껴준 레니의 사랑 덕에 결국 아이들이 자신의 세상을 향해 뛰어나갈 수 있게 되었고, 레니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연인 조셉과 나눈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 때문이었으니까. 모든 사랑은 사랑으로 연결되고 돌아온다. 이 희망적이고 이상적인 순환 고리 속에서 마니와 넬리는, 또 책을 읽는 우리는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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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댓글목록

보배님의 댓글

보배 작성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잊지 않고 올려주셔서 감사해요.<br />긱또님 ㅋㅋㅋㅋ 어쩜 그리 숨겨진(?) 퀴어문학을 쏙쏙 잘 찾아내시나요? 정말 존경합니다...<br />혹시 다음해 리뷰어 활동이 어려우시더라도 종종 퀴문 제보라도 해주시면. (굽신굽신)

긱또님의 댓글

긱또 작성일

엇..! 보배님(하트하트) 리뷰어스케줄 확인하려고 들어왔다가 댓글 이제서야 보았어요ㅠㅠㅠㅠㅠ흡. 찾을 때마다 무지개책갈피 측에 속속 제보해드리겠습니다!!!!!!!! 1월? 2월? 언제 뵐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ㅠㅠ 날 추운데 항상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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