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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 혐오로 아름다움 드러내기 - 오스카와일드 <텔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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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미 댓글 0건 작성일 18-03-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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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니.png

 

오스카 와일드 『텔레니』

큐큐(QQ)

 

제 물건의 혈관은 모두 여전히 강하게 팽창해 있었고, 신경은 경직되고, 정관은 꽉 차서 넘칠 것 같았습니다. 발기가 계속되고, 무지근한 아름이 생식 기관들 전체와 주변으로 퍼져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우리 시선이 마주쳤고, 우리 사이에 전류가 흘렀죠. 전선을 따라 흐르는 스파크처렁. 그랬죠? 34p

 

 

까미유와 텔레니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첫눈에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까미유는 텔레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돈다. 그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 수록 까미유는 여자들을 희롱하며 타락해 간다. 텔레니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만나며, 누구든 그의 매혹에 빠져 부정한 일을 저지르게 만든다. 마침내 까미유는 텔레니와의 성애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죄악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까미유와 텔레니는 더할나위 없이 매혹적인 대상이다. 이들의 사랑에 대한 묘사는 과감하고 노골적이며 그들의 감정은 명백한 신체의 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남성들의 동성애는 가시화될 기회를 가진다.

 

 

하늘이 저의 죄악을 들춰냈고, 땅은 저를 가로막으며 솟아올랐습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본질적인 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해도, 강요하는 것은 있습니다. 윤리를 충실히 지킬 것을, 무엇보다 추문을 피할 것을 강요합니다.  308p

 

 

까미유는 텔레니와 연인관계가 되면서 그와 사랑을 나눈 것은 죄악이나 수치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이 사는 세계의 죄악은 그들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추문과 윤리에의 강요이다.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 역시 선은 아니고, 이 세계 속의 인물들은 동성애가 아닌 다른 죄와 추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그들의 사랑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지독하게 아름다워야만 한다. 과하게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달다 못해 쓴 케이크 조각을 베어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금기와 억압이 큰 만큼 그들의 사랑은 매혹적인 타락이어야 하고, 향락이 극대화된 미의 영역에 도달해야 했다. 그것을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반대 급부의 추함을 대조시켰다. 미의 반대편에 있는 온갖 추함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방식은 거리낌 없고 과감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여성, 레즈비언에 대한 혐오가 작동한다.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동성애자인 텔리니와 까미유의 남근이 주는 쾌락에 지배당한 여자들과, 추악하게 묘사되는 여성 동성애자들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그들이 추할 수록 까미유와 텔레니의 사랑은 아름다워 진다. 까미유와 텔레니의 비극으로 이끌어가는 어머니는 텔레니에 견줄만큼 아름다운 존재로 다루어 지는 것 역시 불편하다. 추악한 괴물과 성역의 천사가 되는 대상은 결국 혐오라는 맥을 같이한다.

 

이 책의 말미에 역자는 나와 같은 시선을 가진 독자가 우려되었는지 한마디 덧붙인다. 오늘날 읽기에 부당해 보이는 여성비하 표현이 있지만 시대상의 반영이라 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2018년을 사는 레즈비언 독자인 나는 이런 맥락에서 텔레니는 문제적이며 불편하다. 이브 세지윅의 말을 빌려보자면 현재 내가 사는 세계는 남성들의 견고한 연대인 호모소셜과 호모섹슈얼이 연속체로 작동하는 세계이며, 텔레니의 세계 역시 다른 건 없다. 남성만의 동성애를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 동시대 여성들은 추의 영역으로 밀려나며, 배제되어 진다. 반대로 남성 동성애자들에 대한 것은 추문에 대한 두려움과, 한낱 위선에 대한 것 뿐이다. 이 책을 보면 결국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죄가 아니다. 궁극의 미를 소유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구분 짓는 작업을 한다. 왜 하나의 집단에 속한 퀴어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다른 존재를 배제시키고 구분하면서 자신을 가시화하는가. 그것이 더 이상은 효과적이고 가치있는 방법은 아니다.

 

 

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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