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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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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앨리 댓글 1건 작성일 17-02-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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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마누엘 푸익,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가로 유명하다. 사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적이지만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그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거미여인의 키스는 그러한 소설이었다.

 

좌익 사상으로 수감된 정치범 발렌틴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수감된 동성애자 몰리나는 한 방에서 지낸다. 이들은 영화 이야기를 하며 감옥 생활을 보낸다. 어느 날 발렌틴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고 몰리나는 그를 정성스레 간호한다. 원래 발렌틴은 바깥의 세속적인 환경에 물든 몰리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후로 마음을 열고 둘은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몰리나는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발렌틴은 몰리나가 출소하는 전날 자신의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전달할 것을 부탁한다. 몰리나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다가 죽고 이 소식을 들은 발렌틴이 몰리나를 회상하며 소설은 끝난다.

 

줄거리에서는 간단히 ‘영화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이 영화들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몰리나는 6개의 영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간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발렌틴은 몰리나의 이야기를 정말 심심해서, 지루해서 들을 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후반에 가서는 완전히 영화에 몰입한 모습을 보여 준다. 몰리나가 첫 번째 영화를 이야기할 때 발렌틴은 자신이 세속적이라고 생각하는 겉모습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여성의 신체에 대해 질문하는 발렌틴의 모습에서 둘의 생각이 서로와 비슷하게 약간 변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몰리나 또한 감성에 치우친 모습에서 이성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몰리나와 발렌틴은 둘 다 남자지만 몰리나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몰리나는 남자가 여자를 겁먹게 하는 것처럼 완벽히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발렌틴은 전자에 대해서는 몰리나를 억압하거나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함께 생활하는 수감자로 대하며 몰리나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몰리나가 출소하기 전 단호하게 말한다. 여성은 착취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투쟁하라고. 이는 발렌틴의 좌익 사상에 입각하여 나온 이야기지만 현재까지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몰리나는 성이라는 관념에서 완전 벗어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목인 거미여인의 키스는 소설의 끝부분에서 언급된다.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키스를 요구하는 장면이다. 발렌틴은 첫 번째 영화였던 표범여인을 이야기하며 넌 마치 거미여인 같다고 말한다. 몸을 나누는 것과 달리 키스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증표로 여겨졌다. 좌익 사상가와 동성애자의 사랑은 정 반대 존재들의 결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푸익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작품을 만들어냈다. 성적인 억압과 사상적인 문제, 그리고 사랑까지 추상적인 관념들을 수감자 두 명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소설에서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댓글목록

지혜님의 댓글

지혜 작성일

안녕하세요, 앨리님! 활동가 지혜입니다. 두 번째 리뷰 작성 감사드려요*_* 거미여인의 키스를 아직 안 읽었는데 읽고 싶어지네요. 참, 첫 리뷰에서 해 주신 것처럼 책표지 이미지를 본문에 삽입해 주시면 홈페이지 메인에 보이기 때문에 더 좋을 것 같아요:) 무책 트위터 계정으로 리뷰 업로드 트윗을 할 때도 올려주신 이미지를 첨부할 수 있구요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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