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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트 응,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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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앨리 댓글 0건 작성일 17-01-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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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비밀이 있다. 이를 비밀이라고 할지, 트라우마라고 할지, 마음 속의 상처라고 할지, 단어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안고 살아간다. 극복하는 자와 극복하지 못하는 자로 나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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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리디아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아침 침실에서 자고 있어야 할 리디아는 자리에 없고 결국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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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아빠인 제임스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이민 초기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흔한 일이었고 제임스는 친구 하나 없이 학교를 졸업해야 했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대놓고 무시하며 비웃었고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교수직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그래서 제임스는 ‘좋은 인간관계’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우정을 딸과 아들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또한 인종차별의 경험은 무의식중에 제임스를 파고들어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주었다. 자신과 같은 동양인의 특성을 가진 네스와 한나보다 파란 눈의 리디아에게 자신도 모르게 더욱 사랑을 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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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엄마인 메릴린은 가부장적인 가정 안에서 자랐다. 메릴린의 엄마는 메릴린이 하버드에서 남자를 만나 자신처럼 착한?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메릴린은 의사가 되고 싶었고 실제로 능력도 뛰어났다.?대학교에 입학한 메릴린은 우연히 제임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자신의 커리어를 잠시 미룬 뒤 가정에 집중한다. 후에 가족을 떠나 다시 의사의 꿈에 도전하지만 역시?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이러한 과거는?리디아를 의사로 만들어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자 하는?잘못된 욕망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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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오빠인 네스는 가족들의 관심이 리디아에게로만 쏠리는 것에 지쳐 하루 빨리 독립하고 싶어 한다. 초반에는 제임스와 메릴린에게 대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행동을 보이면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하버드 합격을 이루어낸다. 리디아의 동생인 한나는 네스와 같이 가족들의 관심을 원하지만 실패하고 무기력하게 남게 된다. 아직 어리고 모두가 한나를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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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디아는 어떤 아이였을까.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빠와 동생에 비해 서양인과 같은 외모를 가진 아이였다. 말로만 들으면 가장 행복해야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리디아는 불행했고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아빠의 관심에 리디아는 없는 친구들을 만들어내?통화를 해야 했고, 엄마의 바람에 원하지도 않는 의사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네스는 집을 떠나고 한나는 리디아에게 존재감 없는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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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와중 리디아는 우연한 계기로 학교 친구인 잭과 친해지게 된다. 잭은 네스가 무척 싫어하는 인물이다.?과거 수영장에서 잭이 네스를 무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잭은 네스를 우습게 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네스를 좋아한다.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잭이 네스에게 닿았던 손을 핥는 모습을 한나가 목격하고 리디아가 네스의 이름을 반복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를 추측할 수 있다. 리디아는 잭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는 않지만 잭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호수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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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가 자살하는 장면은 아름답게 그려진다. 실제로 리디아가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었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리디아는 수영을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족들과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고 호수를 헤엄쳐 집으로 가고자하는 리디아의 모습은 더욱 이상하게 느껴진다. 리디아에게는 정말로 이를 극복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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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소설에서 퀴어의 비중은 크지 않다. 2016년 퀴어 문학 신간 총정리편에 있는 책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잭의 성적 정체성보다는 리디아에게 잭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따라서 퀴어 문학 리뷰를 이렇게 작성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리디아와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그들의 상처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작성했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을 극대화시켜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리디아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섬세하게 나타냈다. 일부러 감동 포인트를 건들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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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서는 리디아의 가족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리디아가 모두와의 갈등을 정리하고 끝을 선택한것처럼 가족들도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소설의 끝을 맺었다.?아마 이들은 리디아의 죽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처 또한 함께 극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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