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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숨을 쉰다 : 록산 게이 『어려운 여자들Difficult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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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난 댓글 0건 작성일 18-12-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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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어려운 여자들Difficult Women, 사이행성, 2017.






‘한나 이코넨(이하 한나)’ 노스 컨트리의 좁은 집에 살고 있는 스물일곱 살 여성이다. 자신과 같은 성gender을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무시되는 이성애중심주의heterocentrism 세계 속에 살면서 한 가정의 경제적 수단, 아기를 낳는 생산 기계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소설은 끈질기게 그의 움직임, 그의 숨, 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한나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여성이며, 남성과 결혼하였지만 퀴어한queer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친구’ 로라와 키스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이성애중심주의 속에서 그 외의 욕망이나 정체성이 지워지고 있는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나와 안나가 만들어낸 상황 속에서도 드러난다.


안나는 한나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느냐고 묻고 한나는 언니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아니”라는 대답에 안나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녀는 한나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한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어떻게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지 그걸 알 수가 없을 뿐이다.1)


쌍둥이 언니 안나는 한나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즉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한나의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여성에게 있어서 남성 말고 다른 성은 외도 또는 사랑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안나의 발화의 기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나와 로라가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 침묵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소설은 ‘어떻게 한나 이코넨은 사랑하는 여자를 데리고 이 도시를 빠져나가 도망칠 때가 왔다는 걸 알았을까’(158쪽), ‘어떻게 한나는 로라와 상상할 수 없이 깊은 사랑에 빠져버리나’(167쪽), ‘어떻게 그 사랑은 오래전부터 변함이 없었을까’(168쪽)라는 각 장의 제목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 연인 관계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한나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성격인 ‘저항’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난관을 묶고, 안나를 성추행한 남성의 성기를 물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각 소제목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한나의 또 다른 힘이 드러날 것임을 예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 한나는 로라와 주 남부로 휴가를 다녀온다고 하고 마켓으로 달려가서 난관을 묶는 시술을 받았다. 좁아 터진 집에서 먹을 것도 없는데 아이들만 바글바글 낳아 길렀던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 (154-155쪽)


한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거시기에 박치기를 하고는 “내 동생을 한 번만 더 건드리면”이라고 말하다가 문장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성기를 깨물고 위아래 이빨이 만날 때까지 이를 악물겠다고 위협했다. 입 안에 피 맛이 번지자 한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중략)… 이제는 소년이 아니지만 그는 아직도 걸을 때 살짝 절뚝거리고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늘 길을 건너 반대편 인도로 피한다. (157쪽)


소설 중반부 과거에 어린 한나와 한나의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 일세가 돌아온다. 한나는 ‘배 속이 불편하게 뒤틀’리는 것을 감각하고 토한다. 그런 뒤 다리를 건너가 대학생 애인-그는 남성으로 보인다- 한 사람과 섹스를 하러 간다. 그러나 한나는 로라 생각을 한다. 한나는 섹스 이후 로라의 집으로 간다.


한나가 고개를 젓는다. “이제 더는 못하겠어.”

로라는 한쪽 눈썹을 휙 치켜세우더니 맨발인데도 아랑곳 않고 눈덮인 포치로 걸어 나온다. 로라는 훅 숨을 몰아쉬더니 한나의 장화를 밟고 서서 두 팔을 한나의 코트 밑으로 넣어 그녀의 허리에 두른다. 로라가 제 입술로 한나의 입술을 살짝 스친다. 한나는 눈을 감는다. 깊은 숨을 쉰다. (166쪽)


한나는 집에 가서, 로라와 스킨십을 하고, 로라의 돌봄을 받으며 ‘내가 바라는 건 이게 다야’(167쪽)라 말한다.

‘어머니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는 한나의 욕망은 ‘좁아 터진 집에서 먹을 것도 없는데 아이들만 바글바글 낳아 길렀던 어머니’(154-155쪽)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의미하기도 하고,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고 싶지 않다’라는 욕망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한나는 그가 속한 상황 속에서 이 욕망들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일로 만들어진 두 가지의 욕망은 얽히고설켜 한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묶어놓는 매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것과 다시 마주치게 된 한나는 자신이 무엇을 더 원하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 매듭을 부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데리고 탈출한다. 그것은 어머니처럼 도망치는 것이지만 어머니처럼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은 한나가 숨을 쉬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인간이 숨을 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묘사할 필요가 없음에도. 한나가 길을 떠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그들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숨을 죽이고 똑바로 앞만 바라보았다’(173쪽)이다. 구역질나는 것들이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나를 압박해올 때, 한나는 같이 길을 떠난 이들과 함께 ‘엄청난 양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어깨를 홱 젖’(172쪽)힌 뒤, 그것들을 또렷이 바라볼 것이다. 한나는 살아있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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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어떻게」, 『어려운 여자들』, 사이행성, 2017, 157쪽. 이하 본문을 인용할 시 인용문 뒤에 페이지를 표시한다.




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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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졸업작품집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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