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청소년을 위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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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숙_ 댓글 0건 작성일 15-05-15 13:03본문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청소년을 위로하는 책
낸시가든, 1982 발표, 한국 초판 1쇄 2007년
청소년을 위로하는 책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두 소녀, '리자'와 '애니'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이 책은 아직 동성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청소년 소설다운 분위기와 플롯, 내용을 가진 책이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진 독자에게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청소년이 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은 나오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게 언급되고 지나간다. 198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2015년을 사는 청소년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다. 1982년의 청소년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이야기였겠지만 말이다.
이 리뷰를 보는 당신이 청소년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당연한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사랑, 가족, 학교에 대해서.
책은 이야기를 통해 뻔하고, 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를 한다. 너는 괜찮아, 너는 이상하지 않아, 너는 모두와 똑같은 사람이야.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떤 위로라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구원이다. 그러나 이미 자신을 스스로 위로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성장한 사람에게는 지루한 담론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항상 당연하던 부모님의 사랑이 수련회만 갔다 하면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을 쭉쭉 뽑아내는 것이 되는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때때로 당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사람은 힘들 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또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누구에게서든, 어느 상황에서든. 그래서 요즈음 인터넷의 익명 고민 게시판마다 그렇게들 고민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닐까? 당연한 그 말, 별것 아닌 그 말, 그 말들을 듣고 싶어서. 괜찮아, 상처받지 않아도 돼, (이것 역시) 사랑이야. 당신이 이 지극히 당연하고도 흔한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끝자락, 멘토인 '위드머 선생님'과 '스티븐슨 선생님'의 대사를 첨부한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다 해도, 제발 이것만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사람들의 무지한 반응 때문에 절대로, 절대로 너희를 자책하지 마라."
"무지가 이기게 놔두지 마. 사랑이 이겨야 해." -315p
별첨: 한국 퀴어 문학은 어디까지 왔는가?
퀴어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항상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원래 두 사람이 하나로 붙어 네 개의 손과 발을 가지고 있었다지'로 시작되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불만이다. 그 설화는 안 끼는 데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렇게나 똑같을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현실의 퀴어 문학 중 일부는 지루하다. 구태의연하고, 진부하고, 지겹다. 새로운 문학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퀴어 문학은 때로 발전이 없는 것만 같이 보인다.
문학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1982년의 퀴어와 2015년의 퀴어는, 아직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생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조금 더 많은 퀴어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건 항상 '그리스 신화' 뿐이다. 1982년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괜찮은 사람들이야. 정말, 정말로.
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는데도 바뀌지 않는 것일지, 아니면 자신이 알아낸 새로운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꼭 집어넣는 것일지, 아니면 그 이야기를 빼놓고는 퀴어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쨌거나 1982년 발표작이 한국에서는 2007년에 초판 인쇄되었다. 그로부터 짐작해 보건대, 우리는 앞으로 20년은 '그리스 신화'를 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퀴어 문학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리스 신화'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게끔 말이다.
숙_
다음에 또 리뷰를 쓸 생각에 눈 앞이 깜깜한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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