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종말이 오다> 진짜 종말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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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종말이 오다> 진짜 종말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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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숙_ 댓글 0건 작성일 15-07-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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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줄거리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로 변하기 시작한다면? 이 하나의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인류'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지, 또 각자의 종말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써낸 종말 문학이다.

 

 각각 대학생, 레스토랑 사장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 아프리카 BJ를 직업 삼아 살고 있는 여자, 게임 폐인 등의 시선에서 하나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 된다. 각자의 이야기마다 '여자가 남자가 된다'는 '종말'에 대해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용납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쾌락적으로 받아들이며, 누군가는 그 안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 들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사랑한다.

 

 

 1. 감상평: 탐욕에 밀려 종말로 떨어지다

 

 읽는 동안 '현실에서도?'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다 읽은 후에는 '현실에서도'라고 결론짓고 말았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을 왜곡한 비현실은 아니었다. 오히려 소설이 현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나 싶다.

 

 현실에서는 '재용(대학생)'이나 '인석(레스토랑 사장)'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 외에는 '박장로(전직군인)'나 '목사'나 '흉터', 혹은 '클럽을 찾아오는 남자들' 밖엔 없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에. 모두 '수희(BJ콜라)'가 되어 육체의 쾌락에 몸을 맡긴 채 흐느적거리든가, 대체할 '수단'인 '게이'나 되어갈 것이 뻔하다. 현실에 '상욱(게임폐인)'은 없다.

 

 결국 종말을 가져온 것은 '나와 같은 성'이 아니라, 절제할 수 없는 탐욕이었다.

 

 실제로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톱은 여전히 투명한 매니큐어가 칠해진 채 반짝이고, 거문고를 타는 손길은 변함 없는 ‘그녀’의 것인데. 오로지 ‘나’의 시선만이 변했다. 사람을 구성하는 겉껍질로부터 파생된 편견에 잡아먹혔다. 종말은 오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딸을 낳았다. 그러나 '인격'은 '탐욕'에 먹혀 모두 죽었다. 정확히는, '고정관념'에 짓눌려 스스로의 이성을 버렸다. 남자의 성기가 항상 여성의 성기를 갈망한다는 그 지독한 고정관념과 무절제한 탐욕이 종말을 불러왔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종말이 왔다.

 

 

 2. 감상 포인트

 

 하나, 고정관념과 편협함은 모두의 것

 

 필자가 이 소설에서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그래서 필자를 소설에 몰입하게끔 했던 요소는 아래와 같다.

 

 내 여친(썸녀, 짝녀, 엄마, 부인)이 남자가 된다니! 안타깝게도, 필자 역시 고정관념의 노예이지 않았나 싶다. 만약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소설 속 남자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필자는 과연 쿨하게 ‘여남’을 인정하고 그들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성애자에게 '너는 편협해!'라고 말하면서, 이쪽 역시도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않은걸까?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배척하던 것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둘, 트랜스젠더에 대해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은 말했다. 뭐? 남자가 여자가 된다고? 여자가 남자가 된다고? 말세야, 말세! 그러나 결국 종말은 오지 않았다. 모두의 종말은 오지 않았으되, 개인의 종말이라면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도래했다. '여자'가 남자가 되는 세상에서, 남자에서 여자가 된 사람들은, 아니 처음부터 여자로 태어나 드디어 제 성별을 찾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에서는 놀랍게도 그들의 몸을 다시금 남자로 만든다. 알 수 없는 세상의 의지-세상의 모든 여자가 남자가 될 지어다!-는 그들을 '여자'로 봐주었던 것일까? 작가가 어디까지 의도하고 기획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세상은 언제나 그들에게 잔인하다.

 

 셋, 언제쯤 종말이 올까?

 

 2000 1월 1일을 살아서 맞이했던 사람들 중 하나로서, 종종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세상은 언제쯤 종말을 맞이할까? 그리고 요즈음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망했어!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 있고, 그럼에도 인격이 남아 있으며, 그럼에도 필자는 미래를 꿈꾼다. 살아 숨쉬는 한 종말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저 종종 생각해보는 것이다. 종말은 우리의 목숨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마음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숙_

리뷰를 올리는 게 점점 부끄러워지고 있는 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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