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에 의문을 갖는다면 -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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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모글토리 댓글 0건 작성일 15-11-24 04:0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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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저, 배상희 역, 《두 엄마》, 낭기열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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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동성애자 부부의 자녀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적합한 성역할 모델의 필요성, 아이가 사회에서 받을 상처에 대한 말을 꺼내면 대개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성애자 부모라고 해도 제대로 된 롤모델을 제시해 줄 수 없는 사람이 많으며 단지 생겨버렸기 때문에 대충 방치하며 키우는 인간도 많은데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 부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정도밖에 없다. 그런 대답을 하면 이제 전통적인 가정상이 어쩌구 더 나아가서 신이 어쩌구저쩌구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 이처럼 논쟁이 지극히 추상적인 방향으로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가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자료 혹은 실제적인 사례가 전무하거나, 있어도 그 양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어떤 주장에 대해 정말로 그런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철학적 접근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많은 실험과 결과, 사례와 통계를 통한 결론 도출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근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관해 제대로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동성애자 부부와 그 자녀들뿐이다.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의 《두 엄마》는 레즈비언 부부 손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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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수많은 의견들-많은 경우 사실과 다른 의견들-이 들려왔고, 나는 분노를 느낌과 동시에 희망에 떠밀려 결심하게 되었다. 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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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이유로 세상에 나온 책 <두 엄마>는 화자의 말투나 스토리로 볼 때 과연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애매할 정도로 작가와 밀착되어 있다. 두 엄마의 결혼이 합법화 됐을 때, 엄마만 둘인 가족구성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십대, 카를라를 입양하는 과정 등 시간의 순서가 역순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여동생인 사라의 시점/주인공인 카를라의 시점/두 엄마의 시점으로 장이 나뉘고 각 인물이 겪은 사건이나 감정이 일기처럼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정말로 '일기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지만, 그토록 말 많은 입장의 당사자가 정작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날 것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카를라의 말을 빌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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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나 이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인식해왔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이유가 저를 세상에 내보내기로 결정한 우리 엄마의 성적 지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다른 것들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와 법과 사회적 억압, 바로 그것들이 제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언제나 저의 한 부분을 숨기도록, 더럽게 여기도록 했습니다. 그것들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p.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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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엄마와 행복하게 자라 텔레비전 성우가 되었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된 '카를라' 앞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녀가 상처받은 이유는 엄마들 때문이 아니라 이 가족을 보호해주지?않는 법과?자신에게 엄마가 둘이라는 사실을 감춰야하는 부당한 차별 때문이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동영상이 자꾸 떠올랐는데 바로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동성 부부에게 자란 아들의 연설이다(https://youtu.be/K6SlNZAxgZo).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수록 가려운 곳을 긁은 듯, 후련한 기분이 든다니 신기한 일이다. 2005년 스페인에서는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었고 작가의 부모님은 드디어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2015년 한국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순간 스페인도, 동성결혼 합법화도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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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토리
책,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퀴어 작품들을 광적으로 소비하는 탐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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