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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 치마 입는 꽁치, 달의 소녀, 나쁜 엄마가 있는 - 지금 우리의 청소년/아동 퀴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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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배 댓글 0건 작성일 15-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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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이채 글, 이한솔 그림, 리젬, 20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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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독특한 동화책입니다.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그림책’을 표방하는만큼 치마를 좋아하고 8-10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남학생 꽁치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꽁치가 독특하기 때문에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책은 치마 입기 좋아하는 '독특한' 남자아이에 대한 관찰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된 꽁치의 일상적 고민을 친구처럼 들어주는 교환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첫 페이지는 “꽁치는 일어나서 / 샤워를 하고 / 치마를 입고”라는 꽁치의 더없이 일상적인 아침으로 시작합니다. 첫 페이지를 펴면서 독자는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뿐인, 사랑스러운 꽁치의 삶에 물들어갑니다.

? 이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 ‘일상(성)’이라면, 다른 하나의 축은 가족과 친구입니다. “치마 입은 꽁치가 제일 예뻐”라고 말해주는, 치마를 좋아하는 꽁치에게 치마를 구해다주는, 꽁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채]의 말대로 “꽁치에게는 ‘꽁치가 좋아하는’ 치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꽁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책은 그 중요한 사실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종족의 문학?성소수자 당사자들만을 위한 퀴어문학?을 넘어선 진짜 좋은 아동문학을 만나게 됩니다.

? 꽁치 덕분에 다시 깨닫습니다. 옷장의 딜레마, 외모의 구속이란 얼마나 우습도록 가벼운 것인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사랑스럽게 응원하는 꽁치의 이야기, 많은 분들이(특히 어린이들!)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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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소년소녀 진화론> 수록)

전삼혜, 문학동네, 2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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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지구가 푸르지 않게 된 미래, 한 소녀가 달에 있습니다. 이 열일곱 살 소녀의 이름은 ‘유리아.’ 리아는 달 표면에 지구의 언어를 새기는 구식 메시지 기록계 ‘문라이터’를 보수하는 일을 합니다. 혜성과 충돌한 지구는 회색 잿빛으로 변했고, 이제 리아는 유일한 지구인으로 홀로 달에 서 있습니다. 우주기지의 산소와 식량은 점점 떨어져갑니다.

? 리아는 이곳에서, 지구에 있었던 ‘너’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주항공특별교육센터 입학 때부터 칠 년을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 ‘세은’은 학교 최고의 수재이자 천재 엘리트. 그러나 리아에게 세은은 그저 그리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사랑이라는 말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평생 곁에 있고 싶다고, 울 때 같이 울어 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소녀들의 사랑은 비껴가고, 마음은 선명하게 굳어가는데, 홀로 선 시간만 움직입니다. 그래도 리아에겐 언어가 있습니다. 이 마음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도 남지 않을', 소녀들의 마지막 언어입니다.

? 신은 엿새 동안 세상을 만들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달의 시간으로 엿새 동안 달에 머물렀던 리아는 이제 문라이터의 남은 배터리로 마지막 동화 한 편을 쓰려 합니다. 다름아닌 ‘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그러고보면 소설의 제목 ‘창세기’는 종교적 근본에 대한 발칙한 패러디라기보다는, 부연 존재감과 아득한 사랑을 붙잡고 살아가는 소녀(들)의 명멸 신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리아와 세은, 문라이트와 달 표면에 새겨질 이야기. 숨이 가쁠 것 같은 달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단편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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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박성경, 문학과지성사, 20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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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경의 <나쁜 엄마>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청소년문학이었습니다. 열여덟 살 주인공 ‘지환과 싱글맘 ‘연옥’의 이야기인데, 상냥하고 희생적인 어머니상과는 조금 다른 ‘나쁜 엄마’를 주요 키워드로 잡고 있습니다. (물론, 작품 내내 아들과 서로 화도 내고 화해도 하고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좋은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지환에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1) 아빠 2) 쿠키 굽는 엄마 3) 예쁜 여친. 지환 말대로 지극히 ‘평범’한 이 소원들은 이루어질까요?

? 전지적 퀴어 시점으로 신간을 탐색하는 필자로서는, 곳곳에 편재한 퀴어한 부분에서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이야기나, 똑같이 하얀 티셔츠를 입고 왔다고 게이 커플로 놀림 받는 선생님들이나, 지환이 좋아하는 유리가 사실 레즈비언이라는 소문 같은 것들. 그러나 <나쁜 엄마>를 (앞서 얘기한) “예상과는 조금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놀랍게도 지환과 연옥 모자가 새로 구성한 대안가족 공동체였습니다. 늘 ‘외롭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살던 연옥은 어느 날 “시 쓰는 공인중개사”란 제목의 블로그를 시작하고 ‘전갈’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시에 대해 (지환이 보기에는 유치하기만 한 ‘작업성’) 댓글을 주고받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놀랍게도 전갈은 “머리에 핀을 꽂아도 남자처럼 보일 것 같”은 여자였고 딸 하나를 둔 싱글맘이었던 거죠. 그 후 지환, 연옥, 쿠키를 맛있게 굽는 전갈, 전갈의 귀여운 딸 ‘솔이’는 함께 살게 됩니다. 레즈비언 공동체라고 부르긴 어렵겠지만 예상외의 인연으로 생겨난 이 가족을 힘껏 응원하지 않을 수 없지요. 더불어 전갈은 역시 레즈비언이 아닐까라는 필자의 내멋대로 상상에, 여러분도 힌트를 주워담아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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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blueriox

퀴어문학 마니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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