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2기 1회차: 정원 〈뒤늦은 답장〉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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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2기 1회차: 정원 〈뒤늦은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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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3-02-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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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1기를 이어, 2기도 시작되었습니다.

북클럽 2기 모임은 '퀴어'를 다루고 있는 그래픽노블을 함께 읽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정원 작가의 『뒤늦은 답장』*을 읽고, 겨울의 낮에서 겨울의 밤까지 함께 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기뻤어요.

마지막엔 작품에 나오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를 나누어 먹고 헤어졌답니다.


작성자: 무지개책갈피 활동가 신난.

대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수정을 가했습니다. 작성 뒤 구성원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검토받았으나, 글의 내용 중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오직 작성자의 불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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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정의(定義)하지 않고 남겨두는 마음



#. 1.

다홍: 여자이인지 남자아이인지, 고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많은 것들이 헷갈렸어요.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정원 작가님만의 그림체라고도 할 수 는, 인물들이 수수하게 표현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올해의 미숙』때도 좋았어요. 대사가 많지 않고 풍경이랑 인물의 표정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래서 그래픽노블로 표현을 하시는구나 느꼈어요. 어떤 작품이 있으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시, 소설을 쓸 수 있고, 누군가는 그림, 일러스트, 만화를 그릴 수 있는데 이 작가님은 만화로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잘 활용하신 것 같아 신기했어요. 그리고 남우가 재근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그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의 대본에 있는 건가 싶었어요. 진짜 고백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은 것인가 헷갈렸어요. 모호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고백한 장면 바로 다음 영화를 찍는 장면(130~131쪽 참조)이 나오는 것과 같이요. 기도하거나(157~160쪽 참조) 지옥에 간다고 하는 장면(219쪽 참조)에선 이 시혜적인 집안 어떡하나, 이 무례한 사람 어떡하나, 하면서 보았어요.


#. 2.

무름: 재근이가 편지를 보냈다고 했는데 편지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남우가 속에서 한 이야기는 알 수 있었어요.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남겨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 3.

신난: 참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재근이랑 안 이어지는 것도 좋았어요.


다홍: 그냥 영화…. 다시 만날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일다는 '보고싶지 않고 그리운'(252쪽 참조) 그런 감정으로 끝나는 게 좋았어요….




얄밉거나, 위험한 일들



#. 1.

다홍: 아웃팅 문제. 재근이가 디나이얼이라고 해야 하나, 뭔지 알 것 같은데 너무 얄미웠어요. 짠하기도 하고…. 혼자 마음에 무게를 두고 있을 것도 같아요. 남우가 재근이의 예상보다 잘 살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고백도 그렇고. 드라마틱한 상황도 없이, 갈등이 분명 있는데, 힘들게 하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게 이어지는 호흡이 좋았어요. 영화 같지 않아요? 대사가 아니라 장면으로 보여주는 일이 많아서 신기해요. 볼 때마다.


#. 2.

다홍: 재근이가 디나이얼인 게 분명해요. 재근이가 가족으로부터 좀 압박을 속으로 받다가 막 아웃팅하고 도망치듯이 이사를 간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첫 장 1부 전에 오는 장면에서 답장이 시작되잖아요, 1부 마지막에 "동네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영영 떠나려고 했는데"(23쪽), 하면서 "실은 동네야말로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 곳이라는 걸"(24쪽) 하고 편지를 쓰잖아요, 그러고 보니 좀 인상 깊었던 게, 재근이는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우는 이제 가족들이랑 그냥 마을에 계속 살고 있다는 것이 연상돼서 좋았거든요. 어떤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게 공동체에서 쫓겨나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데, 남우는 그냥 아웃팅을 당하고도 잘 살고 있잖아요. 가족들이랑. 재근이가 좀 신경이 쓰이긴 하더라고요.


#. 3.

일리구: '아멘 아멘'(157~160쪽 참조)하는 장면이 너무 킹받았어요. 시혜적이라는 것을 못 느끼고 어딘가 킹받는 느낌으로 계속 읽었어요. 얘기를 들으니 아 그래서 기분이 나빴구나, 했습니다.


무름: 어른들이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하면서 읽었는데 재근이와 성호의 표정을 보고, 식사 자리가 불편했다 하는 이야기(158~160쪽 참조)를 듣고서야 어떤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재근이가 재근이 아버지를 닮은 것처럼, 결국에는 그 사람의 상태를 더 나아져야 하고 뭔가 채워지지 못한 상태로만 생각하는 것이잖아요. 나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과 같아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라도 저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다홍: 저도 불쌍한 다홍이 이러면 너무 짜증 날 것 같아요. 불쌍하다는 말도 내려다보는 느낌이라 싫어요. 재근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 4.

사과: 저는 아무리 그래도 남우가 엄마한테 홀대(?)하는 것 같아서, 재근이가 "너희 엄마 것도 하나 샀다."(62쪽)라고 하면서 엄마에게 잘 하라고 하는 듯이 하는 이런 부분이, 그냥 쟤가 무슨 상관이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엄마를 재근이가 그나마 챙겨주어서 다행인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고.


다홍: 참견… 이라고 저는 좀 생각을 햇어요. 자기네 가족이 그렇게 '아멘'(157~160쪽 참조)하는 집안으로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뭔가 좀 그랬어요. 엄마한테 좀 잘해~ 하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대뜸 그래서.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이들에 대해서



#. 1.

신난: 조지는 누구일까요?


다홍: 고향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좀 신경 쓰이는 게 아닐까요. 1부 시작 전에 조지가 나오는 장면(19~21쪽 참조)은 현재고, 조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과거(45~47쪽 참조)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남우)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부터 조지는 이 마을에 살았나? 그랬던 것 같아요.




어머니와 남우에 대한 이야기들



#. 1.

무름: 남우 엄마가 너무 이상적인 엄마 같았습니다. 간섭을 많이 하시는 편인데 트리 같이 보자고 하시고 안 본다고 하면 그만 얘기하고(77~80쪽 참조), 문 밖에서 이야기 하고…(206~208쪽 참조).


다홍: 제가 남우도 아닌데 엄마에게 미안했어요. 엄마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안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우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 태도를 가지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에 가족들이 다 모여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 2.

신난: 남우 어머니와 남우가 겹쳐 보여요.


다홍: 남우 아버지가 남우 어머니에 대해 "네 엄마는, 누구 옆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149쪽)라고 말했을 때, 남우가 "그럼 난?"(149쪽), "그럼 나는?"(150쪽) 하고 반문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어요.


#. 3.

다홍: 엄마 캐릭터 너무 눈물 나요.


신난: 그리고 어머니 너무 꿋꿋하시지 않아요? 어떻게 저런 대사를 안 울고 말할 수가 있는 거죠? 저 같으면 '으앙! 니가 참 예뻤는데!' 이러고… 괜히 듣는 사람 미안하게  해버릴 텐데.


다홍: 다 이해가 되어서, 엄마가 저렇게 다가가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남우가 "이제서야 제가 궁금해요?"(204쪽)라고 차갑게 대하는 것도 그렇고.


신난: 맞아요.


다홍: "컵치킨 같은 거 팔아보려고"(208쪽)라고 하는 대사가 이렇게 슬플 일인가?


신난: 그러니까요!


일동: (웃음)




남우와 재근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 1.

신난: 그런데 그러면 남우는 재근이를 왜 좋아할까요? 왜 그런 참견쟁이를 좋아할까요?


#. 2.

다홍: 48쪽에서 로우 앵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모른 척 변명하는 상황에선 초라하고 약해 보이잖아' 하고, 재근이가 말하는데, 남우는 '안타깝다'고 하고…. 여기서 뭔가  시선이라고 해야 되나? 관점이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장면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독자들의 '궁금해요', '만약에'



#. 1.

신난: 재근이 녀석. 잘 살고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다홍: 그러니까요. 아직 디나이얼이면 안 돼. 퀴퍼 와 퀴퍼.


무름: 맞아~!


일동: (웃음)


다홍: 퀴퍼에서 만나라. 둘이. 퀴퍼에서 다시 만나는 거예요.


일동: (웃음)


신난: 티셔츠 팔고 있는데 갑자기 첫사랑 만나버려.


#. 2.

무름: 맞아요. 저 마지막에 성호의 세계 여행 과정도 궁금하더라고요!


#. 3.

사과: 한편으로는 이어지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신난: 그런데 이어져도 며칠 못 가고 끝날 것 같은데요.


일리구: 성격 차이 때문에….


일동: (웃음)


신난: 이미 망가졌어. 이 관계는.


다홍: 차라리 그냥 그리워하면서 묻어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관계들은….


#. 4.

사과: 만약에 아웃팅을 안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만약에'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냥 자신이 퀴어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렇게 둘이 서로 사랑을 했으면 관계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좀 더 격정적인 로맨스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는 생각도 들면서요.




* 정원, 『뒤늦은 답장』, 창비, 2022. 이하 작품을 인용하거나 참조할 시 쪽수가 대화 내용에서 언급되지 않았을 경우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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