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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101(101 Reykjavik)
저    자하들그리뮈르 헬가손(Hallgrimur Helgason) / 백종유 역
장    르 장편소설
출판사들녘 / 2010(1996)

오이디푸스도 울고 갈 전대미문의 삼각관계
서른넷이 되도록 일정한 직업 없이 실업급여를 받으며 엄마의 집에 얹혀사는 백수, 힐누어 비외르든. 환갑을 바라보는 엄마는 커밍아웃을 하고 젊은 애인 로라를 집으로 불러들여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힐누어가 하는 일이라곤 TV와 포르노비디오를 탐닉하거나 클럽에 죽치고 앉았다가 여자를 꾀어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기괴한 성적 상상을 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취미이다. 심지어 그는 동침 상대 여자의 가치를 화폐로 매겨보기도 한다. 엄마의 애인 로라에게도 흑심을 품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차마 ‘작업’을 걸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사회복지와 엄마를 든든한 기반으로 삼아 평안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에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클럽에서 만나 한두 번 잠자리를 같이한 호피가 임신을 했다며 압박한다. 새해를 맞아 엄마가 친척집에 여행을 간 사이, 술김에 꿈에도 그리던 로라와 성교를 하지만, 얼마 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일이 있기 전, 누나 엘사의 집에 가서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별 생각 없이 피임약 한 알을 챙겼다가 누나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세 여인의 임신.

 

절친한 친구가 자기 방에 들어와도 불편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타인과의 소통을 극도로 꺼리는 힐누어. 세 여인의 임신을 알고 난 이후 소심하고 서니컬한 몽상가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렇게 살지도, 저렇게 죽지도 못하는 나약한 ‘고민형 인간’ 힐누어는 휘몰아치는 대변혁의 회오리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21세기 아이슬란드의 햄릿’은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소설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힐누어는 ‘왕자(Prince)’ 담배를 즐겨 피우고, 엄마와 이혼한 아빠를 만나는 곳은 ‘캐슬’이라는 이름의 카페이다. 아빠는 이 자리에서 “엄마가 레즈비언이다”라는 말을 들려준다. 그에게 찾아온 운명은 겉보기에는 햄릿을 닮았다. 그러나 햄릿의 비극적 캐릭터를 가볍고 무심하게 넘어선다. 사실 그는 죽을 수도 없다. 자신이 지금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과연 “살아 있느냐, 죽어 있느냐”, 그것이 문제인 셈.

 

햄릿이 형이상학적인 인물이라면 힐누어는 형이하학적 인물이다. 햄릿이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갈등하는 반면, 힐누어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엄마의 동성애 문제에 대해선 커밍아웃을 듣고 자기가 집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지 살짝 걱정을 하는 정도다. 오히려 그의 인생을 살아보라고 간곡히 조언하는 이는 엄마의 애인, 로라이다. 그러나 그는 눈앞에 닥친 현실, 자기의 문제 외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두 눈과 두 귀를 열어놓는 때는 오직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변종이라 할 만하다. 이쯤 되면 그의 번뇌를 기대하며 찾아온 운명마저 무안할 정도이다.

 

그러나 자기가 저지른 업보에서만큼은 피할 수가 없다. 로라의 배는 나날이 불어오고, 호피의 아버지마저 찾아와 딸의 임신에 대해 상의를 하려고 한다. 방 안에서 광장으로 나가 사람들 틈에 섞여 울며 웃으며 부대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과연 힐누어는 34년 동안 길들여진 소통 부재의 자세를 바꿀 수 있을까?

[출처 인터파크: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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