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타이완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원작소설
2019년 5월 24일. 타이완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다. 이듬해 9월,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이 타이완의 극장에서 개봉하고 같은 해 12월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독점 공개된다. 영화의 흥행수익은 대만달러 1억 위안, 우리 돈으로 43억 원을 돌파한다. 퀴어영화의 수익이 1억 위안의 선을 넘은 것은 타이완 영화사史에서 최초의 일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이 문학동네에서 소설로 출간되었다.
1987년 여름. 38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된 타이완. 살얼음판이던 세상은 금서와 금지곡이 풀리고,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포용하며 서서히 변해가는 듯하다. 타이중의 가톨릭계 남자고등학교에 ‘버디’라는 소년이 전학을 온다. 평범한 남학생이던 아한은 새처럼 자유로운 버디를 보며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서로를 향해 가까이 다가서는 찰나, 버디는 아한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조금씩 멀리하는데……
번민과 희열, 분노와 고통이 뒤섞인 청춘의 치열하고 눈부신 성장의 기록들을 만난다.
“그 둘은 우정이었을까?”
“우정이지! 나중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겠지?”
“사랑일 순 없나?”
소설은 동명 영화와 동일한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은 이제 머리는 반쯤 벗어지고 아랫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들의 동창회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은사恩師였던 올리버 신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아한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으로 동창회에 나온다. 동창들을 보고 있자니 30년 전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금도 퇴색하지 않은 채 아한의 마음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날들을. 아한은 어느새 버디를 처음 만났던 1987년의 뜨거운 여름날의 한복판으로 돌아간다.
수업도 없는 여름방학, 혈기왕성한 고2 남학생들의 기운을 빼놓으려 관악부를 책임지고 있던 올리버 신부는 아이들을 수영장으로 몰았다. 그곳에서 아한은 전학 온 버디를 만난다. 아한은 버디의 수영 연습을 도와주게 되는데, 버디의 허리를 떠받치자 탄탄한 근육과 뜨거운 살갗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버디를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후 아한은 버디에게 관악기 부는 법을 가르쳐주고, 학교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준다. 버디는 꽤나 담대하고도 재미있는 친구였다. 기숙사 통금시간도 제멋대로 어기고, 몰래 아한의 침대로 숨어들며, 아한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기말고사 시험지까지 훔친다. 영화 〈버디〉의 주인공처럼, 새를 닮은 듯 유연하고 자유롭다. 아한과 버디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며, 아한은 자신이 버디와 같이 있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좋아한다’는 감정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듯하지만, 아한은 이를 그저 특별한 ‘우정’이라 여긴다. (하략)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주의: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집단괴롭힘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인과 청소년 간의 성관계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