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독소적인 관계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왜 번번이
과감하게 떨쳐 버리지 못하는가?
“당신과 계속 헤어지면서 또 매번 당신에게 돌아오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어떤 느낌이죠?” -본문 중에서
자신에게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인간이 가진 복잡하고도 이중적인 심리 탓이다. 그래픽노블 『이별과 이별하는 법』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입체적이고도 구체적인 심리 묘사와 미묘한 관계성에 있다. 프레디 라일리가 바라는 단 하나는 바로 로라 딘과 ‘이별하는 것’이다. 둘이 사귀기 시작한 날은 프레디 인생 최고의 날이었지만, 일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로라 딘은 인기도 많고 재미있고 매력적이어서 연애 상대로는 최고지만 알고 보면 생각이 없고 심지어 못되기까지 했다. 헤어짐과 만남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프레디의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다. 부서질 대로 부서진 마음과 어그러진 자존심,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을 위기에도 프레디의 모든 것은 자꾸만 다시 로라 딘에게로 향한다.
핑크빛 이미지를 입고 있지만 결코 ‘핑크빛이 아닌 로맨스’를 담고 있는 그래픽노블 『이별과 이별하는 법』은 인물의 성격 구분이 명확한 기존 소설 플롯을 따라가는 대신 복잡하며 예측할 수 없는 인물과 사건을 작품에 부여함으로써 그 재미를 더한다. 독소적인 관계와 사랑에 빠져 자신을 둘러싼 이로운 것들을 잊은 채 바보가 되어 버리고 마는 인물은 공감과 더불어 독자들의 흥미를 한껏 자극하는 것이다. 이제 프레디 라일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자꾸만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프레디 라일리는 ‘이별’과 이별할 수 있을까? 정말 필요로 하는 건강한 관계를 온전히 껴안기 위해 우리가 오래 연연하고 갈망하던 독소적인 관계를 마침내 용기 있게 버렸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퀴어 영 어덜트 문학의 지평을 넓히다
-‘하비 상’ 수상작, ‘마이클 프린츠 상’ 수상작!
국내외로 젠더에 관한 이슈는 여전히 뜨겁다. 성 관념의 고정적인 틀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물론 개인의 잠재력과 정체성을 인정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관련 논의들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페미니즘과 함께 퀴어도 문학·예술 분야에서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마리코 타마키는 그래픽노블『이별과 이별하는 법』의 중심인물로 레즈비언 여성들을 캐스팅했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사랑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인물과 인물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뉘앙스와 감정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과감하고도 예리하게 풀어냈다.
『이별과 이별하는 법』은 뛰어난 만화와 그래픽노블에 주어지는 ‘하비 상’과 ‘이그나츠 상’을 비롯하여 많은 상을 휩쓸며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그래픽노블로서는 드물게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영 어덜트 문학’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본격 문학상 ‘마이클 프린츠 상’까지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만화상’과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를 비롯하여 주요 언론에서 “차별·동성애 혐오·독소적 관계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그러나 강렬하고 훌륭히 그려낸 작품”이라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형식의 퀴어 문학으로서 그 예술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