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는 페란테만의 독특한 요소가 등장한다. 이 장치들은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조반나는 부모님의 친구 마리아노 아저씨와 코스탄차 아줌마의 두 딸 안젤라, 이다와 자매처럼 자란다. 조반나는 동갑인 안젤라와 더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들만의 은밀한 놀이로 친밀감을 형성한다.
내가 그런 행위를 알게 된 건 안젤라와의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언젠가 우리는 텔레비전을 틀어놓은 채 우리 집 소파에서 다리를 교차시키고 마주 누웠었다. 누가 먼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조용히 인형을 서로의 사타구니 부분에 갖다 대고 인형을 꾹 누르고 비비면서 수치심도 없이 몸을 비틀었다. 우리 틈에 낀 인형은 생기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쾌락은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행위가 끝나면 땀에 흠뻑 젖은 나 자신이 한층 더 못나게 느껴졌고 그 후 며칠 동안 다시 내 얼굴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거울 앞에서 얼굴을 뜯어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_36~37쪽
조반나는 남성이 아닌 여성과 먼저 성적인 경험을 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에게 성적 체험은 남성이 부여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페란테는 성적 욕구가 여성 안에 이미 내재해 있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여성들 간의 신체 접촉으로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동성애적 코드는 조반나의 성애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옮겨가면서 안젤라와 이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반나가 더 이상 키스해주지 않자 안젤라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잘못된 상대와 관계를 맺으며 조반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뒤틀린 욕망을 풀어낸다.
안젤라의 동생인 이다의 성장 과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다는 밤중에 조반나와 안젤라가 한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며 키스하는 광경을 우연히 지켜보게 된다. 이다는 둘을 염탐하기 위해 일부러 먼저 잠든 척했고 정적과 외로움 속에서 혼자 둘의 속삭임과 키스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다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잠들면 혼자 조용히 울었다. 이다는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글로 표현하며 성장한다. 나중에 조반나와 함께 나폴리를 떠나는 사람은 조반나와 키스를 나눴던 안젤라가 아닌 이다다. 페란테는 남녀 간, 동성 간의 그 어떤 육체관계도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고 억누르지 못한 욕구의 분출로 표현하며 우리를 끌어당긴다.
[알라딘 제공,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