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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가닿지 못할 고백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번역으로 국내 처음 소개되는 미국의 시인이자 퀴어 작가인 오션 브엉의 첫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스물여덟 살에 발표한 첫 시집으로 T. S. 엘리엇 상, 파이팅 상, 톰건 상, 포워드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베트남계 이민자인 오션 브엉이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퀴어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첫 소설로, 폭력의 시대를 관통해온 가족사와 그 속에서 짧게 꽃피는 희망의 순간들을 먹먹하도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28세의 화자인 ‘나’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트남계 이민자인 28세의 ‘나’는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읽다가 아직 살아 계신 엄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고, 어머니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나는 가닿을 수 없는 편지를 썼다 지우며 혼잣말과 내밀한 고백 사이를 오간다.
이름도 없이 ‘일곱째’라고만 불리던 할머니가 나이가 세 배나 많은 남자에게 시집갔다가 도망쳐 전쟁통의 베트남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성노동자로 일하며 딸아이를 키우고, 그 딸이 자라서 열일곱 무렵 ‘나’를 낳았다. 내가 두 살 때 가족은 미국으로 넘어오고,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가족의 통역사로 성장한다. 가난한 베트남계 이민자로 또래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 나는 열네 살에 담배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농장주의 손자 트레버와 친해진다.
마음의 빈 곳을 채워주던 두 소년은 서로의 몸을 통해 성에 눈을 뜨고,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잊게 해주는 존재를 만난 나는 열일곱 살 때 엄마에게 성정체성을 고백하며 가족을 떠날 각오를 하지만 엄마는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몇 년 뒤 맨해튼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트레버가 2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몇 달 뒤 할머니의 죽음을 겪는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트레버와 나, 모두가 감내해낸 이 고난스러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표현할 수 없던 생각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쓰기 시작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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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출판사왼쪽주머니(2021(2020))ISBN 9788960499065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두 아이가 있다가정 불화로 고통받고 있는 여자아이와, 여자로 태어난 남자아이. 부모님의 불화로 몸이 양쪽으로 찢겨 나가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가오루코. 여자로 태어난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유형·무형의 폭력을 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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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출판사-(-)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수록.소령과 당번병 피닌 사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에 대한 암시를 담은 「간단한 질문」표지는 이종인 역, 문예출판사 2016(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