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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금과 달리 흥미진진하던 시절, 당대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던 지식인이자 작곡가였던 대니얼은 이제 동네에서 늙은 동성애자라는 소문에 휩싸여 산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학교 숙제로 이웃 사람 인터뷰를 하러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십 년 후, 엘리자베스는 대니얼의 영향으로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 강사가 되고, 백한 살이 넘은 대니얼은 요양원에서 주로 잠들어 꿈을 꾸며 지낸다. 그 ‘투표’ 이후 엘리자베스가 겪는 매몰찬 도시의 분위기와 차가운 사람들, 대니얼의 꿈속에 복기되는 옛 시절에 대한 추억들, 그리고 그와 쌓은 우정의 근원과 영향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추억들을 오가며 순환을 이루던 이야기는 점차 늦가을을 향해 나아간다.
(중략)
팔십이 넘은 이웃 노인 대니얼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십대 소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와, 시간을 건너뛰어 서른두 살의 미술사 강사가 된 엘리자베스의 일상을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이 이야기가 “최초의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뉴욕》)이라는 평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실제로 여러 사회 정치적 이슈들로 혼란스러운 영국 사회의 면면을 현재 진행형으로 묘사한 통찰력 있는 작품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동시대성을 지닌 소설이다. 백한 살이 넘어 요양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대니얼과, 사회인이 된 엘리자베스의 차가운 일상은 ‘독거노인’와 ‘비혼여성’을 넘어 ‘관료주의’와 ‘난민’으로까지 생각의 영역을 넓힌다. 이웃과의 교감이 개인들 각각의 삶에 얼마나 강한 불빛으로 사회를 건강하게 밝힐 수 있는지, 앨리 스미스는 사회의 한복판 속에서 소설가가 가진 날카로운 직감력으로 사회를 크로키한다. 재기 발랄하고 영리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녀만의 언어유희를 발견하는 것 역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빼놓을 수 없는 독서 체크 사항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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