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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플까?
내가 뚱뚱해서? 우리 집이 가난해서? 아니면 내가 게이라서?
미국 SF 작가 샘 J. 밀러의 첫 장편소설 『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샘 J. 밀러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 셜리 잭슨상과 안드레 노턴상을 수상했고 5년 연속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중 한 명이다.
주인공 맷은 외모에 대한 강박,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가난, 외로움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고민들을 끌어안고 있는 소년이다. 평소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고 「해리 포터」나 「스타워즈」를 자주 인용하는 맷. 얼핏 보면 이 소설도 무시당하던 주인공이 각성하여 영웅이 된다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듯하다. 그러나 맷이 뻔한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맷의 초능력은 특이하게도 굶주려야만 발현이 된다. 과연 이 초능력은 진짜일까? 아니면 너무 배고파서 환각에라도 빠진 걸까?
이 소설은 청소년의 동성애와 거식증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진지함과 유쾌함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작가의 10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만큼 솔직하고 생생하기도 하다. 맷의 이야기는 때때로 읽는 것이 힘들어질 만큼 괴롭기도 하지만, 독자는 어느새 맷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맷에게 보내는 응원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응원일지도 모른다.
굶어서 생긴 초능력, 이토록 짠한 슈퍼히어로는 없었다!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맷은 자신의 이름부터 외모, 집안 형편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고등학생이다. 맷은 학교의 유명인 3인방 중 한 명인 타리크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찌질하고 게이라고 놀림받는 패배자이고 타리크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축구부의 스타다.
타리크에게 반한 건 맷의 누나 마야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밤 마야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맷은 누나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타리크라는 걸 알게 되고, 그날 이후 어쩐지 타리크는 맷의 시선을 피한다.
정신적 지주였던 누나가 사라지고 어머니는 직장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하자 맷은 위기에 내몰린다. 통제 불가능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것은 자기 몸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굶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는 뜻밖에도 굶을수록 시각, 청각, 후각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한다. 평소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나 만화를 즐겨 보던 맷은 이것이 굶주림으로 인해 얻은 초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이 능력을 이용해 타리크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캐내기로 결심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트리거 워닝: 우울, 자살사고, 섭식장애, 학교폭력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