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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의 맨해튼.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그 시대에도 뉴욕은 여전히 도회적이고 약간은 황량하다. 신사들이 있고, 카페와 나이트 클럽으로 대표되는 사교생활이 있다. 그 주변에서 ‘플레이걸’이 되어 뭇 남성들의 팁으로 살아가는 아가씨 할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그녀와 윗층에 사는 무명작가 ‘나’의 관계 속에서 ‘나’에 의해 드러나는 할리의 여러 가지 모습. 몹시 가난했던 과거를 버리고, 어린 나이에 도시로 흘러들어 늘 우아하고 세련된 차림으로 다니는 여자. 자기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며 사는 여자. 언제라도 떠날 사람처럼 명함에 항상 ‘여행 중’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니는 여자. 고양이에게도 어울리는 주인이 이름을 지어줄 권리가 있다며, 고양이의 이름을 짓지 않는 여자. 그리고 삶이 공허할 때 맨해튼에 있는 보석상 ‘티파니’에 가는 여자. 보석이 좋아서가 아니라, 불행한 일이 일어날수 없을 것 같은 화려한 그곳 분위기에 휩싸이는 게 좋은 여자. 그 여자의 이야기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인터파크도서 제공]
"커포티 본인은 홀리가 레즈비언이냐는 질문에는 모호하게 대답을 회피하며 그 점은 그저 넘어가자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아는 수많은 레즈비언 이야기를 꺼내 홀리의 성적 지향을 암시한다. (1968년 플레이보이 인터뷰) 흥미롭게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이성애든 동성애든 딱히 구분 짓지 않는 지향을 보인다. 가령 조 벨은 홀리를 사랑한다면서도 주부처럼 꼼꼼하게 꽂꽂이를 하는 깔끔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러스티 트롤러처럼 여성을 인형으로 취급하면서도 계속 여성을 전전하는 인간도 있다. 커포티의 분신인 이 책의 서술자 '나' 또한 명백하게 표현이 되진 않지만 홀리와의 관계나 다양한 측면에서 볼 때 동성애자임이 암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다양한 성적 지향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사람은 홀리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홀리 골라이틀리를 20세기 소설에 등장한 현대적 여성상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 2013년 시공사판 해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