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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마이아의 삶은 언뜻 보면 온통 불행으로 뒤덮인 것만 같다. 집이 가난해 먹을 것조차 넉넉하지 않고, 엄마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동생 둘과 마이아는 각각 아빠가 다르다. 그리고 아빠들은 모두 떠났다. 그 와중에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윗집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마이아의 가족은 충격에 빠지고 만다. 88 사이즈를 입는 마이아는 종종 외모로 조롱당한다. 학교에서는 ‘특이한 애’로 불리는데, 마이아의 둘 뿐인 친구들 또한 특이하긴 매한가지다.
마이아는 ‘스무디 파라다이스’라는 주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환상적이고 달콤한 이름과는 다르게 지루한 노래가 흐르고, 주인이 CCTV로 일하는 사람을 감시하는 가게에서 마이아는 따분함을 견디며 돈을 번다. 그곳은 갑갑한 동시에 마이아의 그림 실력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생을 닮아 있는 주스 가게에서, 우리는 마이아를 만날 수 있다.
오롯이 ‘나’로 존재하려 애쓰는
모두를 감싸 안는 경쾌한 온기
그런데 불행을 한 꺼풀 걷어 내면, 평범하지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는 사람들의 존재가 드러난다. 마이아의 엄마는 아빠가 모두 다른 세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군거림에 시달리지만, 누가 뭐라 하든 그저 무시한다. 하지만 마이아가 가시 돋친 말로 다친 마음을 표현할 때면, 마이아를 보듬으며 가만히 손을 잡는다. 마이아의 친구 ‘엥겔베르트’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자인 ‘카를라’로 살아간다. 남들이 자신을 멋대로 판단하거나 공격하더라도, 카를라는 꿋꿋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한다. ‘질’과 ‘외음부’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남자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는 친구 알렉스는 고집스럽고 가끔은 제멋대로지만, 마이아가 어둠에 뒤덮일 때면 빛을 향해 시선을 돌려 주곤 한다.
마이아는 그 모두를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오직 엄마가 일을 덜 하기를, 더 오래 집에 머물기만을 바라면서 학교생활과 일을 병행하고 동생들을 돌본다. 때로 티격태격하는 동생 루트를 간절한 마음으로 위로하며,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하이디를 위해 기꺼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서 돈을 모은다. 알렉스와 카를라의 아픔을 맞닥뜨렸을 때는 깊게 묻지 않고 그저 둘을 감싸 안는다. 그 모두의 소중함을 그림과 글로 남기면서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 나간다. 마이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소중한 사람들의 곁에 머무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마이아를 둘러싼 경쾌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다.
[일부발췌/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