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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제5권 『세상의 생일』.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뛰어넘어 문학의 미래를 제시한 작가 어슐러 K. 르 귄의 후기 대표 단편집이다. 1995년 네뷸러상 수상작인 《고독》을 비롯해, 1994년과 1997년 제임스팁트리주니어상을 받은 《세그리의 사정》과 《산의 방식》, 2001년 로커스 독자상 수상작인 《세상의 생일》 등의 단편들이 망라되어 있다. 언제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르 귄의 시선은 여전히 깊고 따뜻하지만 이 작품집에서 보여주는 노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은 좀 더 구체적이고 살가워졌다. 우리의 성과 사랑에 관한 유쾌하고 신비로운 여덟 편의 낯설지만 매혹적인 이야기 속에서 성과 사랑에 관한 어슐러 K. 르 귄의 깊은 시선을 만나볼 수 있다.
※ 수록된 퀴어문학 4편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
: 《어둠의 왼손》 이후 30년 만에 게센으로 돌아와 성별이 없는 게센인들의 성인식을 자유롭게 상상한 작품이다. 한 달의 대부분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무성의 상태로 있다가 ‘케메르’라 불리는 사흘 동안의 짧은 시기가 오면 (원하는 대로) 남성 혹은 여성으로 케메르되어 사랑을 나누는 게센인들의 삶을, 소브라는 아이의 성인식을 통해 흥미롭게 그려 보인 작품
「세그리의 사정」
: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남자들이 모든 특권을 가지고 여자들은 모든 권력을 갖는 사회” 세그리에 대한 보고문 형식의 작품으로, 남아선호사상으로 여아가 끊임없이 낙태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를 전한다.
「선택하지 않은 사랑」
「산의 방식」
: 선택하지 않은 사랑과 산의 방식은 네 사람이 있어야 결혼이 성립하는 독특한 결혼 체제를 지닌 행성 O를 무대로 한 르 귄 식의 사려 깊은 로맨스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규범적인 사랑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체함으로써 고정관념에 갇힌 사랑을 풀어준다. 행성 O에서 결혼은 아침 ‘반족’(사회를 구성하는 두 부족 중 하나)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저녁 반족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들은 서로 다른 반족의 배우자 둘과는 섹스할 수 있지만 같은 반족 출신의 배우자와는 섹스할 수 없다는 나름의 사회 규범을 갖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 출판사제공 책소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