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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작가, 여덟 개의 여름
네 명의 작가가 각자 여름이란 주제를 두고 쓴 글 두 편 씩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총 여덟 편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과 여성이라는 큰 주제만을 두고 마음껏 써내려간 글들에서 각자의 다채로운 색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일상, 판타지, 퀴어, 시대물, 스릴러 등 여러 서사를 준비했어요. 한 권의 소설집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여름을 느껴 보세요.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모두 다른 느낌과 인상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희가 차곡차곡 모은 이야기들을 살짝만 보여 드릴게요.
[텀블벅 페이지 발췌: https://tumblbug.com/summerfeelia]
*하단은 수록된 퀴어문학 작품 일부의 줄거리입니다.
준 [여름의 문을 열고 날 어딘가로 데려가줘]
대구의 세탁소 집 딸 시라는 고향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서울의 대학 일문과에 진학했다. 어느날 교수에게 한 학기 동안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것을 제안받아 1994년 도쿄로 간다. 그해 여름은 유독 더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츠코를 만난다. 둘은 좋아하는 것들, 특히 마츠다 세이코의 여름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까워진다. 수채화 빛깔의 여름을 담아낸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 재회에 관한 이야기.
有 [공모]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수연은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과 성희롱에 시달린다. 한편 일주일 전 옆집에 이사온 여자의 거동이 매우 수상하다. 케이블 타이, 락스 냄새, 커다란 검은 봉투…. 그리고 그가 이사온 직후부터 수연의 도시에 연쇄 토막살인범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때로 죽여버리고 싶어지는 남자들의 사회,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연과 수상한 옆집 여자의 공모 이야기.
有 [취급주의]
"두 달을 계획하고 떠난 유럽 여행은 연인의 부고와 함께 한달 만에 막을 내렸다." 연정이 한국에 도착한 것은 늦은 여름이었다. 두 통의 문자를 받고 이른 귀국을 했다. 하나는 헤어짐을 예고하듯 집에 돌아오면 얘기를 나누자는 연인 주예의 문자, 나머지 하나는 그 연인의 죽음을 알린 장례식장 안내 문자였다. 고등학교 내내 붙어있던 두 사람, 졸업식 때의 고백 이후 삼년 넘게 연인이었던 두 사람. 이제 둘 아닌 하나가 되어버린 연정이 주예와의 기억을 돌아본다.
진니 [조선시대 궁에서 잘나가는 대식對食가로 전생하고 말았다]
무더운 여름날. 주인공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헤어진 여자친구가 남긴 연애소설을 하릴없이 읽고 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다 깼을 때 난데없는 숨소리와 신음이 들리고 낯선 손길이 다가온다. 읽고 있던 소설 내용처럼 조선시대 궁녀가 되어버린 것. 그곳에선 궁녀들과 세자빈까지 임금 몰래 서로 동침하는 매일이 이어진다.
진니 [취업이 어려우니 히어로나 되어볼까 하고]
소설의 주인공은 3년차 공시생 권지인, 배경은 히어로 과부화 현상이 벌어진 세계다. 히어로가 넘쳐나자 정부는 '히어로능력시험'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더불어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도 기업 상품이나 적극적인 자기PR을 통해 히어로 또는 히어로 지원업무에 도전할 수 있다. 권지인의 고등학교 동창생 '테일러너' 역시 능력 없이 히어로가 되어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히어로가 되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시장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던 지인은 어느날 히어로를 돕는 시민지원팀에 들어가게 된다.
나오 [레몬의 계절]
"스물셋의 여름, 우리는 함께 로마에 있었다." 도피하듯 떠난 로마에서 한 달을 보냈을 무렵, 연교는 대학 선배의 여자친구로 소개받았던 요안과 우연히 재회한다. 요안과 거의 매일을 보내면서 연교는 서서히 변해가고, 부드럽고 유연한, 한없이 여유로운 어른처럼만 보이는 일곱 살 연상의 그에게 강한 호감과 질투심, 선망을 함께 느낀다.
나오 [칵테일 클래식]
둘은 작년 초여름에 헤어졌다. "선이 선명한 스케치 같"은 모모와 "키가 크고 마르고 기타를 치던" 희재. 이 년을 만났지만 함께하는 시간 만큼 변하고 삭아가는 무언가를 멈출 순 없었다. 이번 여름은 혼자 보낼래, 모모의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소설은 이별에서 시작하여 그 이후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