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불확실성에 갇힌 이 시대 청춘에게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다
중공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도형은 3주 뒤 정직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있고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도형은 이참에 8년을 사귄 여자 친구 세현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세현은 3년 다닌 대학병원을 그만둔 후 무력감과 불안감에 빠져 결혼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세현은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도형의 곁을 떠나 도형을 패닉에 빠트린다. 세현은 자신의 삶을 마음껏 살고 싶어서 떠날 결심을 했다면서 원하는 게 생기면 그걸 얻기 위해 때론 가진 걸 다 버려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또 세현을 만날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 준영을 미워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긴다.
키가 크고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준영은 도형과 전교 1등부터 100등까지 들어갈 수 있는 야자반에서 함께 공부한 고교 동창이다. 학창 시절 서로 공부에만 열중하던 사이여서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다가 졸업 후 둘이 재수 학원에서 다시 만나고, 세현과 함께 어울리면서 셋이 친해진다. 그러나 도형과 세현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도형과 준영은 묘한 긴장감 속에 사이가 멀어진다.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청춘들이 겪는 고독과 삶에 대한 몸부림을 실감나게 그린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방황, 때론 무모한 행동과 정서적 불안 등 현실의 벽에 부딪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우리 세태의 뒤틀린 모습과 아픔을 곱씹어 보게 한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반전으로 청춘의 일탈을 변론하다!
도형은 준영이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는 병원을 찾아내지만, 준영을 만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세현이 없어진 날 준영도 사표를 내고 사라졌다는 얘기를 그의 연상 연인이자 동료 의사인 지혜로부터 듣는다. 도형은 세현과 준영이 동시에 사라진 사실에 주목한다. 아마도 추억이 있는 곳으로 둘이서 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도형은 오래전에 셋이 마지막으로 여행한 제주도를 떠올린다. 지혜는 당시 여행코스와 추억을 그대로 따라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도형은 지혜의 제안에 이끌려 세현과 준영을 찾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다. 도형은 지혜와 함께 하면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둘 다 사랑이 고픈, 사랑이 아픈 청춘들이지만 도형은 길동무인 지혜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입장이 서로 다르지만 삶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라는 정서가 공통적임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구성이나 기법이 치밀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가 사랑의 방식마저 기존의 틀과 관념을 거부하는 이 시대 청춘의 초상을 정교하게 짚어낸다. 무엇보다 소설의 소재인 청춘이 꿈꾸는 낭만적 사랑과 인간의 욕망을 결합한 로맨스 전개가 돋보인다. 또 동성애 코드를 곳곳에 활용해 로맨스의 지평을 넓히고 몰입감과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갈등 해결 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점도 신선하다. 김범정 작가는 소설에 나오는 두 종류의 삼각관계와 '무부 석사'로 불리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 유학생의 존재는 이런 설정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예스24 제공 -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