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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코의 봄
저    자유응오
장    르 장편소설
출판사실천문학사 / 2017
 ISBN  9788939230118

유응오 작가의 장편소설 《하루코의 봄》은 퇴물 호스트들이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인 ‘아빠방’을 중심으로 모여든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회의 어두운 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거침없고 패기 있는, 그러면서도 탄탄하고 내공이 깊은 작가 특유의 문장은 책장이 넘어가는 줄 모를 만큼 가독성이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속사포처럼 등장하는 이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 개별적으로는 하나의 단편소설이면서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장편소설이 된다. 이러한 구성상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꽃과 꽃이 어우러져 꽃밭을 이루는 봄날 화원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딘가에 하나씩 중독돼 있는 루저들이다. 일본의 룸살롱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하루코는 속도광이고, 불새는 한때 호스트바의 에이스였지만 도박에 중독돼 인생을 말아먹었다. 고문 후유증으로 자살한 형의 기억을 안고 사는 판돌이는 레코드판을 즐겨 듣는 편벽이 있다. 고아 출신 깡패 승룡은 마음이 적적할 때마다 산사를 찾는다. 게이인 떨이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게 유일한 낙이다.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난주는 홍콩에 가서 화보집을 살만큼 장국영의 팬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본명이 아닌 별명이나 가명으로 불린다. 특히, 고아원에서 지어준 가명인 준수 대신 조직의 보스가 지어준 또 다른 가명을 쓰면서 살아가는 승룡의 모습은 한 번도 중앙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주변인의 초상이다. 소설 제목은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인 ‘하루코’의 ‘봄날’을 의미하는 동시에 ‘하루코’에서 ‘봄이’로 이어지는 저릿한 생의 유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를 읽으면서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높은 사랑이 있음’을 깨닫는 떨이의 모습과 상처 입은 몸으로 찾아간 산사에서 무상스님으로부터 ‘향상일로(向上一路)’의 의미에 대해 듣는 승룡의 모습에서는 종교적인 숭고미마저도 느끼게 한다.

나락 끝에서 만났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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