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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퀴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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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저    자박범신
장    르 장편소설
출판사자음과모음 / 2014

ㄱ은 어느 날 낡은 다세대주택 앞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ㄴ을 발견한다. 그는 집주인에게 억울하게 내쫓긴 세입자로 자신의 몸속에 남아 있는 힘을 모조리 빼내기 위해서 하루 종일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죽고 싶으세요? 물구나무서기론 절대 안 죽어요!" 혼자 사는 ㄱ은 ㄴ을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한다. 커다란 더플백 하나를 짊어지고 들어온 ㄴ은 언제든 곧 떠날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가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만족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둘이 사니 더 좋네!"
어느 날, 농기구점에 들른 둘은 삽 세 자루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부터 ㄴ은 ㄱ의 집 뒤란에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여자는 우물이라고 하고, 남자는 샘이라고 했다. 샘을 판다는 것은 ㄴ이 한동안 ㄱ의 집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ㄷ이 그들이 사는 곳에 온 것은 우물이 완성될 즈음이었다. ㄴ은 어린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ㄱ의 집에 들이면 안 될 것이라고 예감한다. 하지만 ㄱ는 ㄴ의 뜻을 거부한다. ㄷ은 자신에게 마음을 연 ㄱ의 집에서 스스럼없이 자리를 잡아간다. ㄷ이 먼저 마음을 붙인 것은 ㄱ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ㄴ도 ㄷ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ㄱ와 ㄴ, ㄴ와 ㄷ, ㄱ과 ㄴ, ㄷ은 마치 ‘덩어리지듯’ 서로에게 뒤섞여든다. "셋이 사는 것도 참 좋네!"
ㄴ의 우물 파기가 완성된 날, ㄱ과 ㄴ, ㄷ은 우물에서 나오는 첫 물을 마시며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침, ㄱ은 우물 앞에 앉은 ㄴ을 발견한다. 그는 우물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의 등으로 햇빛이 산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ㄷ이 ㄴ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 있었다.
형사는 ㄱ의 집터에서 발견된 남자의 데스마스크에 관해 추궁했다. 그 데스마스크는 일반적인 경우인 석고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른 데스마스크들이 죽음의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반면 이 데스마스크의 표정은 담담했다.
ㄱ은 대학 시절 [우물]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그녀의 동료들은 "이게 소설인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악평했지만, ‘선생님’만은 몽환적인 그 소설이 지닌 힘을 감지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선생님은 ㄱ이 걸어온 전화를 받는다.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
ㄱ에게 ㄴ은 언제나 물구나무를 서는 남자, 우물을 파는 남자였을 뿐이다.

[인터파크도서 제공]

 

 

* 전지적퀴어시점 리뷰 보러가기: 덩어리진 기이함 속의 퀴어 - 박범신, <소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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