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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출판사창비 / 2012
<파씨의 입문> 수록.
현실에 밀착한 또다른 작품 [디디의 우산]의 주인공 디디는 어렸을 때 도도의 우산을 빌려 쓰고 되돌려주지 못한 일을 오랫동안 마음의 빚으로 담아두고 있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도도에게 자기 우산을 빌려준다. 주인공은 그 일을 계기로 도도와 함께 생활하게 되고, 비슷비슷하게 팍팍한 현실에 짓눌려 살아가는 동기생 친구들과 어울린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무력하지만 선량한 이들이 함께 모여 웃는 장면은 서글픈 가운데서도 드물게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장면이다.
그 위로와 연대의 바탕에는 “모두의 팔이나 다리나 머리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들에게 나눠줄 우산을 찾아 신발장을 열어보는 주인공의 마음이 있다. 황정은 소설의 온기는 그렇게 표나지 않게, 그러나 어디에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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