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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무리수의 첫 번째 여성주의퀴어 동인지, <제자리에 있는게 하나도 없어>. 퀴어 여성주의 감수성을 담은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목차 및 내용]
내사랑애자 - 희정
학교선생 나작가를 사랑하는 고등학생 수영.
55세, 대학 청소노동자로 일하다가 학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통보 후 노조활동을 시작하는 어머니 진숙.
그리고 모든걸 알면서도 모르는척 곁에서 위로하듯 지켜보는 할머니 달순.
3세대의 모녀 이야기.
두 엄마 - 유엘
유치원 단짝 지혜와 민지. 소꿉놀이에서 누가 엄마, 누가 아빠 역할을 하지? 고민하는 두 소녀에게 친구들이 내려준 명쾌한 결론은?
가방 공유하기 - 유엘
비만인차별(fattism)을 다룬 단편. 고도비만인 여대생 여희.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가방에 립스틱을 넣어둔 것을 발견한다. 한편 짝사랑하던 도진선배에게 고백을 듣고, 첫 데이트때 설레는 맘으로 립스틱을 바른다. 젊은 여성의 외모가꾸기에 대한 담담하고 슬픈 이야기.
그녀의 가슴 - 동안
어느날, 가슴이 가출했다. 정확히 어젯밤까지 있던 가슴이 납작하게 사라졌다. 6년 사귄 남자친구의 배려 없는 섹스에 질리고, 자궁을 적출한 엄마의 욕을 듣고, 엄마에게 발기가 되지 않으면서도 섹스 요구에 응답해온 아빠의 가출을 바라보는 나의 일상. 그러다 '그녀'를 찾아갔다. 나의 사라진 가슴은 과거에 내 아빠였던 그녀의 몸에 가 있었다.
제자리에 있는 게 하나도 없어 - 풍뎅이
주말 오전마다 주먹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 일 평 남짓한 공간을 공유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모히칸 머리를 한 강한 인상의 여자애. 난 그의 이름도 모르고 우린 좀처럼 대화를 하지 않는다. 나의 애인은 평소 점잖고 똑똑한 사람이지만 유독 술을 마시면 자기 자랑이 많아진다. 그의 손에 붙들려 들어간 모텔에서 한 번, 콘돔 없이 섹스를 했다. 그의 몸을 밀어냈지만 밀리지 않기에 체념했다. 그리고 임신테스트기에 애매한 양성 판정이 나왔다.
한편 주먹밥집에 모히칸과 가까워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놀러왔다. 모히칸은 내게 말했다. 그 애랑 섹스할 때 자기를 여자로 보는 것이 무섭다고,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나는 모히칸의 어깨에 조용히 고개를 기울인다. 서로를 위로하는 미적지근한 두 청춘의 이야기.
동네친구 사귀기 프로젝트 - 동안
서울에 올라온 지 6년, 대학생인 나. 어느날 갑자기 동네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학교 친구만 있지 동네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말을 붙이면 도인 아니면 성노동자로 오해 받거나 바로 다시 이어폰을 꼽는 것이 부지기수. 이것이 서울살이의 현실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던 때, 버스에서 우연히 그 아이를 만났다.
[발행 정보]
club.cyworld.com/creativemoorisu
1쇄 발행일 2010.6.12
일러스트 알라
편집 흐종
총 100매